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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IT

간납사가 문제?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 정책토론회

간접납품회사를 통해서만 의료기관에 납품하는 의료기기 유통구조
의약품과 같은 듯 다른 의료기기의 특성,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선

오랜 문제인 의료기기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그동안 의료기기 시장의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기 유통구조의 문제점은 계속해서 지적돼 왔다. 의료기관과 특수관계에 있는 간접납품회사(이하 간납사)의 횡포로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과도한 할인율을 강요받거나 수수료를 내고, 대금도 6개월이 지나서야 받는 등의 문제가 공공연하게 발생했고, 그 사실이 최근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서정숙 의원이 작년 1월 대표발의한 간납사의 의료기기 거래를 제한하는 ‘의료기기법 개정안’ 등은 아직 법안 심사 착수조차 못하고 있어, 의료기기 유통구조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과 제도의 마련은 아직 요원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 속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과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정책토론회에는 10여 명의 국회의원도 자리를 찾아 관심을 표했다.

발제로는 배성윤 인제대학교 교수의 ▲ ‘학계에서 바라본 건전한 한국형 GPO 유통질서 정착을 위한 방안’, 이재현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의약품정책연구소장의 ▲ ‘의약품 유통 투명화 제고를 위한 노력 - 의약품 유통구조 사례를 중심으로’, 임종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위원회 자문위원의 ▲ ‘의료기기(치료재료) 유통구조의 문제점과 선진화 방안’이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인 배성윤 인제대학교 교수의 ‘학계에서 바라본 건전한 한국형 GPO 유통질서 정착을 위한 방안’은 해외 구매대행업체(GPO)와 비교해서 간납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은 알선 수수료 인정 규정에 따라 공급업체에 3% 이하의 계약행정수수료를 부과하지만 한국은 수수료 관련 규제 없이 3~30%까지도 수수료를 받는 것과, 의료기관 당 GPO 이용 수가 한국은 없거나 1개이지만, 미국은 2~4개로 다양하다는 차이가 있었다.

또 미국의 구매대행업체(GPO)의 성과를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기기 유통과정 정책 개선 방안을 제안했는데, ▲ 의료기기 전문 유통회사 관련 법령 제정 및 자격 요건 강화, ▲ 의료기기 유통 및 거래 실태 조사 정례화 및 사후관리 강화, ▲ 건강보험 의료기기 유통관리체계 및 마진율 적정화 검토, ▲ 실거래가 상환제의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적 정비를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인 이재현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의약품정책연구소장의 ‘의약품 유통 투명화 제고를 위한 노력 - 의약품 유통구조 사례를 중심으로’는 현재 간납사의 문제와 비슷한 의료기관 의약품 직영도매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몇몇 의료기관이 의료기관에서 사실상 운영하고 있는 특수관계 도매상을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 규정의 허점(특수관계인에서 제외되는 지분 49%까지만 보유)을 이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의료기기에 비해 비교적 제도가 잘 마련된 의약품에서도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과, 특히 유통 창구가 하나뿐일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여줬다.

세 번째 발제인 ‘의료기기(치료재료) 유통구조의 문제점과 선진화 방안’에서 임종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위원회 자문위원은 치료재료 유통 과정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의약품과 비교하여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치료재료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요양 급여의 대상이 되는 의료기기를 가리킨다. 의료기관이 치료재료를 구입해 환자치료에 사용하면 공단과 환자가 비용을 의료기관에 지불하는데, 치료재료는 의약품처럼 실거래가상황제가 적용돼 이윤을 발생시킬 수 없다.

이처럼 임 위원은 의약품과 치료재료는 국민건강보험법 상 동일한 급여제도를 적용하지만, 아래 표처럼 약사법과 의료기기법 상 상이한 유통 제도를 운영하는 것을 지적했다.


따라서 의약품 유통과정을 기본모형으로 설정하여 유통과정을 투명화할 수 있도록 동일한 유통제도로 개선해야 한다며, 세부적으로는 ▲ 치료재료 관리료 인정, ▲ 도매업 허가제도 신설, ▲ 심평원으로 공급내역 보고업무 일원화, ▲ 보건복지부로 유통관리부처 일원화를 제안했다.

특히 보관 과정에서 관리료가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법으로 명목화돼있지 않아 공급업체에 수수료로 전가된다며, 치료재료 관리료 신설을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김상일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하태길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 전영철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고문,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 소장, 한성희 SBS 뉴스 기자가 참석했다. 하태길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발언 후 이후 일정으로 자리를 비워, 여정현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사무관도 토론에 참여했다.


하태길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간납사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간납사의 역기능 부분이 문제가 되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생각을 했다”며 “간납사가 사라지면 마진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문제가 생기고, 유통 구조가 투명해져야 하는 건 맞지만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의료기기법 개정안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큰 제도 틀에서 고민을 해야 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일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유통 구조를 선진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간납사가 잘못 운영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개선돼야 한다”며, “외국의 GPO와 우리나라의 간납사는 생긴 배경이 다르고, 지금의 간납사가 아닌 선진화된 GPO가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간납사를 철폐했을 경우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상급병원을 먼저 타깃으로 해서 유통구조 선진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간납사가 없어지면 작은 병의원은 구매력이 떨어지고 저렴한 가격에서 구매할 시스템이 없어 힘들어질 수 있다. 그들은 합리적 구매 시스템이 있길 바란다. 의료기기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상급종합병원부터 유통구조 개선을 실시하고, 상급병원의 문제를 개선하는 와중에 중소형 병원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 소장은 “판매자와 의료기관의 시선 뿐 아니라 비용부담을 하는 환자나 건강보험가입자의 시각에서 보는 게 필요하다”며, “2년 전 토론회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의약품과 다르게 치료재료는 환자의 정보가 매우 제한된다. 의료기관에서 치료재료를 사용하는 실태에 대한 보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임종규 자문위원의 발제에 대해, “치료재료 관리료 신설을 한다면 환자 관점에서 왜 이것이 필요한지가 공감이 돼야 하고, 적용 범위도 명확해야 한다. 그래서 단순한 관리료가 아닌 환자 안전 관리의 측면에서 특정화된 목적성이 전제된 수가 신설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 또 공급 내역 보고의 심평원 일원화에 대해서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임종규 자문위원은 위 발언에 대해 “관리료 적용 대상 범위는 급여 기준에 정하고 있는 치료재료로 한정하고, 관리료 신설의 목적은 관리의 책임을 부여하는 의미에서 환자의 안전을 위한 것이 맞다. 또 동의해주신 대로 공급 내역 보고의 일원화는 심평원이 보험 급여 청구를 통해 사후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심평원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영철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고문은 “의료기기산업협회는 수년 전부터 간납사업 철폐를 주장해왔다. 제약 산업은 그동안 약사법 개정을 통해 보완해왔지만, 의료기기 산업은 20년 동안 후속 보완 조치가 미흡했다. 이미 늦었지만 오늘 논의된 것들이 법 개정을 통해서 후속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여정현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사무관이 실무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먼저 “의료기기 관련해서는 식약청 시절에는 복지부에서 담당을 하다가 업무 분장이 나눠지면서 의료기기는 이제 식약처가 많은 부분 담당하게 되었다”며 “유통에 대한 부분은 복지부가 담당하게 됐지만 의료기기는 의약품과 비교해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여 사무관은 “의약품은 약사법에 따라 일반인이 취급을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의료기기는 가정용, 장비, 소모품, 치료재료 등 다양하게 분류돼서 의료기기를 총괄해서 유통 정책을 설계하기에 어려움이 있고 치료재료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리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또 보고 체계 일원화에 대해서도 “의료기기법을 소관하는 데가 식약처다 보니까 식약처가 공급 보고를 받아야 된다는 의견도 있다”며, “판매 업자, 제조 수입 업자, 유통의 담당을 식약처나 복지부로 나누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정원이 6명으로, 과장 제외 5명이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다 총괄해서 담당하기에 실무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간납사 실태조사에 관해서는 실무적으로 거의 마무리 작업이 이뤄졌고 보고 과정에 있어서 조만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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