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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의협, 실손 청구 간소화 ‘찬성’…단, 심평원 중계 반대

정성희 보험연구원 실장 “실손 중계, 심평원이 가장 효율적”

그동안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대한의사협회가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중계기관으로 하여 의료기관에 보험사로의 청구를 강제화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것”이라면서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지부진 하던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문제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업계와 의료계 간 중계기관에 대한 입장 사이의 간극이 큰 만큼, 앞으로의 관건은 중계기관에 대한 합의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주최하고 윤창현 국회의원과 한국소비자단체연합, 소비자와 함께 등이 주관하는 실손보험금 청구간소화 ‘실손비서’ 도입 토론회가 14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해 간소화된 청구 방식과 그 여파에 대해 깊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의료기관에서 암호화된 자료를 전송하면 핀테크 업체에서 해당 정보가 지나갈 길만 제공하고 내용을 전혀 저장하지 않는다면 해당 정보의 통과 기록만 남을 뿐이기에 보안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환자의 의료정보 등을 집적하는 그 순간부터 개인정보 등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김 이사는 공공기관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는데, 그 증거로 지난 10월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심평원이 5개월간 10개 보험사에게 685만여 건의 건강정보를 팔았으며, 한 보험사는 2011~2020년 10년간 모은 자료를 얻기 위해 심평원에 지불한 금액은 300만원 밖에 되지 않음을 강조했다.

심평원이 공적인 건강보험 정보이자 국민들에게 있어 사적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정보를 보험사의 영업이익 개선을 위해 내놓았다고 비판한 것이다.

김 이사는 심평원이 건강정보를 제공할 당시 건강정보 이용 목적이 공적인 연구 목적인지 또는 사적인 이익을 위한 것인지 자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제공했으며, 이에 대해 “총리실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의 유권해석과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제공했을 뿐이다”라는 답변만 내놓으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정보 유출 관련으로 파면·해임된 공무원이 무려 22명에 달하는 점을 강조하며,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안성에서 안전하다거나 공공기관을 중개기관으로 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음을 지적했다.

김 이사는 ‘공공데이터법’에서도 “공공기관은 공공데이터를 이용해서 민간이 제공하는 서비스하고 중복되는 서비스를 개발·제공하면 안 된다”라고 명시돼 있음을 언급하면서 현재까지 나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들을 살펴보면 위와 같은 공공데이터에 대한 입법 취지를 훼손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무엇보다 “의사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는 논리는 법치로 운영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면서 “실손의료보험 데이터가 법적으로 명확하게 공공데이터가 아니라는 판단이 있다면 보험 계약과 하등 연관이 없는 의사들이 보험 가입자의 자료를 보험사에 의무적으로 전송해야 하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충분한 소명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김 이사는 심평원을 실손보험 청구 중계기관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도 몇 가지 허점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로 빠른 구축·시행을 위해서 이미 9만4000여 개의 의료기관·약국에 연결돼 있는 심평원 KT-EDI를 이용하자는 주장과 관련해 심평원에서 제공한 자료를 살펴보면 이미 의료기관·약국의 99.6%가 KT-EDI망 사용 계약을 해지하고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실손보험 청구에 편하게 이용될 수 있는 심평원만의 연결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김 이사는 심평원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는데, 구체적으로 각 의료기관에 깔린 심평원의 모듈들은 건강보험 급여 영역에서만 작동되는 모듈들로, 비급여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실손보험 영역을 커버할 수 없으며, 비급여까지 커버하려면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급여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각 의료기관에 설치·유지 등에 소모된 시간과 비용을 생각해보면 비급여까지 포괄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운영은 힘들며, 짧은 시간 내에 개발을 완료해 설치·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이사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는 보험사의 이익 추구를 위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실현될 경우 ‘할증 폭탄’을 맞게 될 수 있으며, 이는 비급여 진료를 피하게 되는 모양새로 전환됨으로써 의료계가 염려하는 ‘비급여 통제’가 현실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이사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서비스는 공공기관의 개입 없이 정보의 집적 등이 없는 민간 주도 형태이면서 자기 결정권을 가진 환자가 청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서비스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보험연구원 정성희 산업연구실장은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의 주장에 대해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를 통한 절차 간소화’는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고 보험 가입자의 편의성을 위해 보험 청구 구조를 오프라인(종이문서 중심)에서 온라인(전자)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특히 전자적 청구 방식이 보편화가 되고 있으나 실손보험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병·의원급까지 전산화가 이뤄지지 못했음을 강조하는 한편, 사각지대 발생 방지 및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9만9000여 개의 모든 요양기관과 보험회사(30개)를 표준적인 전자정보전송시스템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음을 전했다.

무엇보다 정 실장은 중계기관은 말 그대로 중계만 하는 역할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실손의료보험은 전 국민의 약 75%가 가입해 있고 연간 청구 건이 1억건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청구전산화는 사회적 편익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구전산화 도입 시 ▲개인정보 보호 ▲이용 편의성 ▲안전성 ▲지속성 ▲비용 효과성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는데, 실손의료보험 중계기관으로 심사평가원이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판단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본다면 심평원은 공공기관으로 다양한 전자청구시스템 운영 경험 등을 보유해 민간 중계업체보다 체계적인 정보보안이 가능하고, 고도의 보안 솔류션 등을 활용해 해킹 등의 정보 유출에 대처하고 있으며, 실손의료보험 청구 관련 소비자단체 설문조사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것을 76.2%가 선호하고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

이용 편의성에 대해서는 민간업체를 통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추진 시 전 의료기관의 참여는 어려워 반쪽짜리 정책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청구상의 비효율과 소비자의 불편함이 지속됨을 의미하며, 지속성 측면에서는 의료기관의 개·폐업 등이 연간 약 9000건이 발생하므로 민간 중계업체 난립 시 원활한 관리에 한계가 있음을 덧붙였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민간 중계업체의 경우 수익성 등에 따라 변동성이 커 공공기관 대비 사업 안전성이 낮고 불확실성이 커 수익성 악화 등으로 사업 철수 시 서비스 중단 및 방식 변경 등으로 소비자에게 막대한 불편 및 피해가 우려되므로 실손의료보험 특성과 약 40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 수 등을 감안해 심평원에서 수행하는 것이 타당함을 주장했다.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는 민간 중계기관 참여 시 전체 의료기관과의 전송망 신설 등 막대한 초기 비용이 소요되고, 의료기관 개·폐업 등으로 인한 유지·관리 비용 등이 상당해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에 심평원은 이미 전국 의료기관과의 전산망이 연결돼 있어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도 유리함을 강조했다.

정 실장은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우선 청구전산화 도입으로 의료기관이 서류전송 주체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에 대해 현행 의료법상 환자는 정보주체로서 의료기관에게 본인 정보의 전송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은 이에 응해야 하므로 전송 대상이 보험사라는 이유만으로 의료기관이 환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보전송을 거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청구전산화 도입으로 의료기관의 기능·업무가 추가·증가된다는 오해에 대해서는 청구전산화 시 의료기관은 환자가 요청할 경우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자료를 전송하는 역할 외에 어떠한 추가적인 기능·업무는 없으며, 증빙자료를 전자문서로 제출하는 것일 뿐 실손보험금 청구를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청구전산화 도입으로 의료기관의 관련 소요비용이 증가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의료기관은 보험금 청구서류를 종이문서로 발급하더라도 환자에게 발급 비용을 따로 청구하지 않고 있어 청구전산화로 인해 의료기관의 수수료 수입이 감소하ᅟᅳᆫ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의료기관의 인적·물적 비용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을 밝혔다.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종이서류로 받고 있는 정보의 형식만 전산 형태로 바꿔 전송하는 것이므로 보험금 지급을 위한 최소한의 서류 또는 정보로 제한되며, 오히려 종이서류보다 정보 유출 우려가 적다고 일축했다.

끝으로 청구전산화가 보험가입 및 보험금 지급심사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청구전산화와 실손보험 가입·보험금 지급심사는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했으며, 오히려 총구전산화가 되면 보험사는 전산화된 자료를 바탕으로 전산심사나 자동심사가 가능해져 보험금 지급이 신속·정확해질 수 있다고 해명 및 전망했다.

금융위원회 신상훈 보험과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해 의협에서 ‘찬성’ 의견을 밝힌 것에 대해 환영했다.

이어 “이번에 문제가 되는 것은 중계기관을 심평원, 제3의 기관, 민간 핀테크 중 어느 곳을 선택해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의료계 쪽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준 만큼, 보험업계와 재검토를 하고, 아울러 의료계와 협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울러 협의체와 관련해서는 유사한 협의체인 ‘디지털플랫폼 정무위원회’가 있음을 거론했으며, 논의와는 별개로 금융위원회도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만나서 논의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논의를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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