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가 정체된 건강보험 보장률과 비급여 가격 공개 및 관리 방안 등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행위 분류, 원가조사, 가격공개 및 결정 등 정책결정 시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논의해 나가야 할 것을 강조했다.
대한의학회는 건강보험심평원에 제출한 ‘표준화 등 효율적인 진료비용 운영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우선 의학회는 현재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정체되는 주요 원인으로 경상의료비용 중 공공재원 비중이 낮은 점을 꼽았다. WHO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의료비에 국가 재정 투입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의학회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이 제한되고, 그 결과 비급여 항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며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은 의료비 중 공공재원의 비중을 점차적으로 늘려 비급여 항목의 급여 전환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가에 기반한 보상을 위해서는 원가정보를 제공하는 요양기관의 특성과 제공하는 정보의 질, 원가계산방식의 정확성, 원가정보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의학회는 “제외국의 원가 조사는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의무적으로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민간병원은 자발적으로 원가자료를 제출한다”며 “이에 우리나라도 병원의 원가자료 수집 체계 구축 시 공공의료기관이 우선적으로 원가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점차적으로 민간병원의 참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제외국의 병원들이 어렵게 원가자료를 수집해 복잡한 계산 과정을 거친 원가정보를 제공하는 이유는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 또는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이다.
독일은 원가정보를 제공하는 병원에게 case당 1.1 유로를 지급하고 원가산출전담인력 인건비(2명)로 병원에 연간 12만 유로를 지급하며, 호주는 공공병원이 원가정보를 제출하고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산 배정을 받지 못한다.
비급여 가격 공개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의료기관의 질적 수준과 관계없는 비합리적인 의료기관별 비급여 진료비용의 편차 완화 및 진료비용 정보의 비대칭 완화 측면에서 진료비 공개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각국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서비스별 원가이다. 이는 과거 총액예산제 혹은 DRG를 이용한 총액예산제에서 각 병원의 성과를 원가와 비교함으로써 병원 운영의 투명·효율화를 기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정 의료행위를 분류체계를 근거로 하지 않고(개념이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명칭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같은 항목으로 분류해 가격을 공개한다면 의료 소비자에게 그릇된 정보 제공 및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행위 분류 표준화는 건강보험 비급여 서비스에 대한 가격과 이용량에 대한 정보 파악이 중요하고, 정보 파악의 용이성과 정보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의학회는 “비급여 분류체계 표준화를 위해 공공 병원을 대상으로 비급여 조사를 시행하고 그동안 수집된 비급여 정보를 통합해 한시적 비급여 표준 분류체계를 개발해야 한다”며 “비급여 분류체계 표준모형 구축은 비급여 정보 수집과 관리를 위한 표준분류체계의 개발과 개편, 지속적인 보완, 정보 수집과 관리, 정보 공개 등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함으로써 급증하는 비급여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밖에도 의학회는 연구 대상병원 확대 및 자료의 주기적 분석을 당부했다.
의학회는 “공공의료 영역에서는 비급여 행위가 미미하며 실제 공공병원의 경우 비급여 행위가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며 “건보공단의 건강보험보장률 샘플링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건강보험보장률은 의료기관의 특성별로 차이가 나타나므로 주기적인 샘플링 자료 분석에 있어 이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의학회는 이러한 모든 작업을 하는데 있어 정부와 의료계의 협의를 강조했다.
의학회는 “임상현장에서 행해지는 의료행위 및 정의 등에 대해 의사협회와 전문학회별 의견 수렴 및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비급여 행위 항목 공개 및 조사대상 범위 등의 선정 시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보다 실제적이고 양질의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행위분류체계와 이에 수반하는 원가의 파악이 없이는 향후 의료시스템의 발전을 도모하기 어려우므로 동반자로서 의료계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