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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정부는 주먹구구식 행정을 중단하라

2020년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국민의 건강과 보건 의료제도의 발전, 그리고 지역의료, 필수의료, 의학교육, 전공의 수련 체계의 발전을 위해 주요 의료 현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의정 협의체에서 협의하고, 협의 없이 의대 정원을 통보하는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을 것을 의정 합의했다.

이후 의료현안협의체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대 정원을 포함한 여러 의료 현안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 합의와 달리 정부는 사실상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하고 있다. 

전일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전국 40개 의대 수요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증원 수요는 2025년 최대 2847명, 2030년에는 최대 3953명에 이른다. 

정부는 지금까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 의사인력 확충 방안 논의", "미래 의료수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필요인력 수급 추계"를 강조해왔으나 그들이 부르짖는 과학적 근거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이런 터무니없는 숫자를 토대로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것인가?

보건의료분야는 노동집약적 특성이 강해 정확한 의사 인력 수요 예측과 수급 계획이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Health Resources and Services Administration(HRSA)라는 기관을 두고 의사 인력 수급을 추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별도의 기관이 없다. 

이를 개선하고자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국회의원은 보건 의료 인력 수급추계 위원회 설치 등을 위해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2장 제5조 2에 의거해 보건의료환경 변화에 따른 보건의료인력 수요 추계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 종합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사실상 방임하고 있었다. 정부는 외부 기관에 연구 용역을 위탁해 왔는데 이마저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21년 보건복지부가 9000만 원의 세금을 들여 보건사회연구원에 발주한 신영석 교수의 연구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근거로 자주 인용되는 대표적인 보고서이나, 이 연구는 최근 주요 계산 결과에 대한 오류를 지적받아 결과값을 정정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소위 기피과 및 필수의료로 분류되는 "소아청소년과, 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의 업무량이 낮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등 설계 과정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그 외 한국개발연구원과 의료정책연구소 등 의사 수급 추계에 대한 다른 연구 결과의 편차도 크다. 

현시점에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지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인력 추계 부실성에 대해 지적받은 바 있다. 

지난 8월 29일 전문가 토론회에서 의사정원 책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본 회 역시 과학적 근거 마련 및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을 보건복지부에 피력했으나,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이해관계에서 수혜자인 각 대학 총장들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 것이다.  

정부 수요 조사에 일치단결해 3000명에 가까운 증원을 요청한 40개 의과대학에도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의학 교육이란 강의실만 키우고 의자만 하나 더 놓는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현재도 교육·실습 환경이 열악한 학교가 많다. 

의학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교원 임용을 비롯해 해부 실습 카데바 등 실습 교보재·장비가 확충돼야 하고, 적절한 병원 실습 인프라도 구축돼야 한다. 

본 회는 애당초 40개 의과대학이 적절한 교육 환경을 마련할 의지는 있는 것인지부터 의문이다.

또한, 정부 역시 현재까지 의학 교육과 관련해 어떠한 지원 계획도 발표하지 않은 상태로, 정부는 학장들의 수요만 조사할 것이 아니라 이해 당사자인 의대생들의 의견에도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필수의료 등 의대 정원보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현장은 이미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 회는 의대 증원을 논의하기 앞서 전문의 중심 의료 체계 구축, 의료 사고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이와 더불어 의료 수요 및 의사 수급 추계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합리적 근거를 기반으로 의료계와 소통하길 바라며, 전공의 역시 정부가 설득해야 할 국민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만약 터무니없는 근거를 토대로 독단적인 결정을 강행할 경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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