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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붕괴에 부쳐

2023년 12월 06일 17시를 기준으로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모집이 우여곡절 끝에 완료됐다. 

올해는 정부의 일방적인 수도권/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조정으로 많은 전공의들이 혼란을 겪어야 했다. 

본 회는 이미 1년 전 2022년 12월 14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 사태에 부쳐”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소아청소년과 기피 사태에 대한 문제 인식과 해결 방안을 제시한 바 있지만,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이 대단히 유감스럽다.


전공의란?


‘의료법’ 제5조에 따른 의사면허를 받은 사람으로서 같은 법 제77조에 따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흔히 인턴과 레지던트로 불리면서 대체로 대학병원급의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에서 4-5년 동안 수련을 받는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 직종이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소위 전공의 특별법이라고 불리는 법에 의해 주당 80시간, 최대 36시간 연속 근무가 가능하다. 

그러나 2022년 본 회에서 실시한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의 주 평균 근무시간은 77시간으로 월평균 330시간에 이른다. 

전공의 특별법에 의거해 전공의가 주당 최대 88시간까지만 근무가 가능하도록 제약하고 있지만, 실제로 조사에 응답한 전공의 25%는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응답하고 있으며, 이에 비해 받는 임금은 월평균 397만원으로 사실상 병원으로부터 값싸고 부리기 좋은 인력 취급을 받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2024년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모집 정원은 205명, 지원자는 53명입니다. 소위 빅5라고 불리는 대형 상급종합병원마저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만 간신히 정원을 채웠으며, 세브란스병원은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방 국립대 역시 부산대, 양산부산대, 경북대, 칠곡경북대, 제주대, 울산대 병원만 각각 지원자가 1명씩 있었을 뿐, 강원대, 경상대, 창원경상대, 충남대, 세종충남대, 충북대, 전북대, 전남대 병원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는 “0”명을 기록했다. 

특히, 53명 중 비수도권 병원 지원자는 8명에 불과하는 등 전국 대부분의 소아청소년과 지원자가 전무한 상태이다. 

2024년도 전공의 지원율 : 소아청소년과 25.9%

보건복지부는 12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급격한 지원자 하락을 기록하던 소아청소년과는 전년 대비 지원자가 20명 증가했고, 지원율도 9.6%p 증가해, 소아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그간의 정부 노력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며 자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 회는 복지부가 필수의료 기피에 대한 대책 마련은 커녕 현재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젊은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 선택을 꺼리는 이유는 저출산으로 인해 미래가 불확실하고 인력 부족 등 전공의 수련 환경이 열악하며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분쟁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2023년 9월 통계청이 11월 29일 발표한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엄마들이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는 시대에 있다. 

소아과의 경우 의료 수요 감소로 더 이상 개원이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의원들이 폐업하거나 소아과 전문의들이 진료 과목을 변경해 의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충분히 채용하지 않고 있다. 

낮은 수가와 비급여 영역의 부재 등의 사유로 돈이 되지 않으니 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채용을 꺼리는 것으로, 마구 부릴 수 있는 전공의가 없다는 핑계로 병원은 소아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힘든 수련 과정을 무사히 마치더라도 이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마땅치 않아 젊은 의사들은 소아청소년과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아이들은 의사소통이 어렵고 협조가 되지 않아 진찰과 진단에 여러 제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도 진료 중 환아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의료 소송 등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2017년 이대목동병원에서 일어난 신생아 집단 사망 사고가 있는데, 당시 의료진이 기소돼 법정 구속됐으나 5년 후 2022년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의료진 전원 무죄로 판결이 났다. 

지난주에도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 사고에 대한 6억원대 의료 소송 사건이 언론에 보도 되는 등 최근 법적 분쟁이 잦아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기피로 인한 인력 부족은 해마다 또 다른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일은 많고 사람은 없습니다. 소아청소년과에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의국에 들어가 3년 동안 그 많은 일을 혼자 감내할 수 있을까? 

올해 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에만 다수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는 업무 부담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도록 지원자들이 사전에 연락해 삼삼오오 모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과연 정부의 노력으로 소아청소년과의 지원자가 증가하였다고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정부의 정책 효과라기보다는 전공의들이 자체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이 아닐까? 

우리들이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전문의를 채용해 전공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소아청소년과 지원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정부가 알아주길 바란다.


2024년도 전공의 지원율 응급의학과 79.6% / 산부인과 67.4% / 외과 83.6% / 흉부외과 38.1%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외과, 흉부외과 사정도 소아청소년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모두 작년에 비해 지원자 수가 감소했으며, 외과는 지원자가 늘었으나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응급의학과의 경우 전체 지원율은 79.6% 빅5 병원 중에서 정원을 채운 병원은 세브란스병원이 유일하다.

특히, 전국적으로 응급의학과 미달 현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산부인과의 경우 전체 지원율 67.4% 빅5 병원 중 삼성서울병원만 유일하게 정원을 채웠으며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지원자가 “0”명을 기록했다.

외과는 정부의 정책 실패로 지원자가 대거 탈락할 에정이다. 올해 수도권 외과 정원이 대폭 줄었고 이로 인해 수도권 17개 병원에서 경쟁하게 됐다. 

이에 외과에 지원한 28명은 내년에 수련을 받지 못합니다. 올해 복지부의 정원 조정으로 빅5 병원 외과 정원만 14명이 줄었는데, 비수도권으로 지원자가 분산되길 기대했던 정부의 바람과 달리 충북대, 경북대, 칠곡경북대, 경상대, 창원경상대, 전북대, 전남대, 부산대, 양산부산대 등 지역 국립대를 포함한 비수도권에서는 대거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또한 외과의 경우 전년 대비 지원자가 25명 증가하고, 지원율은 18.5%p 증가하는 등 전공의 지원율이 낮았던 과목의 지원자 증가가 나타났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비수도권 지원자는 작년 38명에서 39명으로 고작 1명만 늘어났을 뿐 결국 탈락자만 늘어난 셈인 것입니다.


해결 방안


현재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소아, 분만, 응급, 외상 등 필수의료 공백이다. 작년과 올해 전공의 지원 결과는 대동소이하다. 즉,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2023년 10월 11일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만약 의사라면 무슨 전공과목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근무 여건과 수익이 좋은 과를 택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상식적인 근무 여건과 합리적인 보상이 보장되지 않는 한 이 험난한 길을 걸을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보건복지부 장관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채용 확대를 통해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전공의 의존도가 높다.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교수가 발행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전문의 57.9% 전공의 37.8%, 종합병원은 전문의 77.2%, 전공의 15.5%로 구성돼 있다. 

전문의 채용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수가 가산 및 정부의 국고 지원이 필요하며, 상급종합병원 지정 시 ▲의사 인력 기준 강화 ▲병상 당 전문의 수 기준 신설 ▲상급종합병원 평가 시 전문의 및 응급/입원전담전문의 수 평가 지표 강화 등 병원이 더 많은 전문의를 채용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전문의 인력 확보를 통해 전공의 업무량을 줄여야 한다. 

현재 전공의는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전공의 근무 시간을 주 80시간에서 주 68시간으로, 연속 수련 상한은 최대 36시간에서 최대 24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정부는 해당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힘을 실어야 한다. 

필수 의료 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 등을 통해 의료인의 의료사고 법적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수억 원대의 형사,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응급·중증·외상 등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영역의 경우 의료 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법적 부담으로 필수 의료 기피와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의사가 모든 환자를 살릴 수는 없습니다. 최선의 진료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의료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료인을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전문의 중심 의료환경 구축, 근로시간 단축 등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등이 선결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이 자명하다. 

정부가 정책 패키지를 추진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가 약속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역시 아직 답보 상태다. 

이는 진료 현장에 닿지 않는 탁상행정에 불과한 것으로, 젊은 의사들을 필수 의료 영역으로 유인하지 못하는 정책은 현재 문제 상황을 개선시킬 수 없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졸속 행정을 중단하고 훗날 대한민국 의료를 짊어질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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