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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공의 건강·권리, 환자 안전 명목으로 침해 당하고 있어①

신유경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공의실태조사위원장

지난 6월 16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진행된 대한의학회가 주최·주관하는 ‘2023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전공의 근무여건 향상 및 권리 보장 관련 논의하는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의학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공동 주최하는 ‘전공의 수련교육의 현재와 미래: 36시간 연속근무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하는 세션에서 나온 지적으로, 환자 안전에만 초점을 맞추고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등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을 논의하는 것이 아닌 병원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자 근로자로서 타 직종의 근로자와 평등하게 권리 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메디포뉴스에서는 당시 ‘2023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 참여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등을 비롯한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논의 방향에 대해 이 같이 지적한 신유경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공의실태조사위원장(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전공의)를 만나 전공의특별법 시행 이후 실제로 전공의들의 근무여건 등은 개선됐는지, 우리나라 법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먼저 전공의들의 현재 실태는 전공의특별법 시행 전과 비교하면 어떠한가요?

A. 먼저 2015년에 통칭 ‘전공의 특별법’으로 불리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이 제정됐으며, 2017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에 응급상황과 수련 상황을 고려해 8시간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최대 주 88시간으로 제한하는 기준을 비롯해 최대 연속근무를 36시간으로 제한하고, 유급휴가 등 여러 조항들과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2018년 기준 전공의법 위반 수련기관이 전체 244곳 중 94곳으로 38.5%가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9년도에는 인천의 가천의대 길병원에서 신영록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과로’로 인한 급심장정지로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전공의법’이 지키지 못한 전공의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법’ 시행 이후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이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것이 통계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전공의협의회 사이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는데, 2017년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 평균 85시간 정도 됐던 것이 가장 최근에 진행한 실태조사인 2022년도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 평균 78시간으로 조사된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수면 시간 같은 경우에도 당직 근무할 때는 평균 4시간 밖에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Q.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진행하는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공의들이 자가 응답 방식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전공의 실태조사에도 ‘평균의 함정’이 있습니다. 주 80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했다고 응답한 전공의가 무려 52%로 집계됐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공의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의료기관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레지던트 4년차에서 인턴으로 내려갈수록 주 80시간 초과 근무한 비율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한병원협회에서 주관하는 수련 환관 평가 결과에서 주당 최대 근무시간을 미준수한 기관이 전체의 3.7%밖에 되지 않는다고 분석됐던 것과 비교하면 괴리가 매우 큰 결과로, 어떤 조사 결과를 신뢰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더욱이 전공의 실태조사가 전공의의 자가 응답에 의존하는 설문조사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도 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기본적으로 수련환경평가에서 근무시간을 조사하는 방식이 더 신뢰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수련환경평가에서 근무시간을 조사하는 방식이 결국에 각 의료기관에서 제출하는 근무 시간표에 의존해서 근무시간을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수련환경평가 보조위원으로 참가했던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자면 당시 의료기관에 속해 있는 모든 전공의의 근무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일괄적으로 주 80시간 기준을 맞춘 것으로 나옵니다.

문제는 전공의가 A의료기관에서 B의료기관으로 파견간 것에 대한 시간 합산 등을 수련병원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게 되면 전공의가 80시간을 초과 근무해도 반영이 안 된다는 빈틈이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즉, 수련병원에서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서 과대평가 또는 과소평가가 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수련환경평가 결과로 전공의 근무환경이 정말로 나아졌다고 단정 짓기에는 좀 어렵다는 부분을 생각한다면 전공의 실태조사가 보다 더 현재 전공의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Q. 현재 전공의들의 근무여건 등을 고려하면 근로기준법 등 법률에 명시된 근무여건 조항들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시나요?

A. 먼저 현재 근로기준법을 기준으로 준수 여부를 살펴보면 매우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직종과 상관없이 사업장에서 노동을 제공하면 근로자로 규정하고,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까지 포함해 총 주 5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것은 바로 예외조항인 근로기준법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입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몇몇 특정 직업에 한해서는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는 것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특정 직업은 보건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제외한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 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 등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근로기준법 상으로 전공의, 펠로우, 교수 모두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주 100시간을 근무해도 법을 어기는 것이 아니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도 헌법에 따라서 헌법에 명시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 등을 구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입니다.

그렇다면 전공의도 결국에는 병원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인데, 현실적으로 근로자가 아닌가요? 근로자잖아요. 펠로우도 마찬가지고 의사도 근로자입니다.

즉, 합리적으로 법과 제도를 구성한다면 사실 전공의 등 보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제외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애초에 근로기준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개정이 필요합니다.



Q.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과 관련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논의 내용 및 방향 등이 적절하다고 보시나요?

A. 먼저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논의의 내용이나 방향을 살펴보면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만을 중점으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공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전공의’라는 어떤 특수한 신분에서 나오는 것처럼 인식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펠로우 근무여건은 개선할 필요가 없을까요? 교수들 근무여건은 그냥 냅둬도 되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또,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을 이야기할 때,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논의는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전공의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지난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도 의사선생님 한 분이 나오셔서 전공의 특별법이 만들어졌던 이유와 목적도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졌는데, 지금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주장하는 대로 최대 연속근무시간을 ‘36시간→24시간’으로 줄이고, 최대 근무시간을 ‘88시간 → 52시간’으로 줄이면 환자 안전이 위협될 수밖에 없지 않냐는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즉,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전공의법이 더 개정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국민들의 어떤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환자 안전’이라는 공익을 내세워서 전공의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환자 안전이라는 ‘공익’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전공의들이 비인간적인 근무시간을 감내하도록 내버려뒀을 때, 과연 ‘우리 모두’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공익’이라는 단어는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권리를 희생할 수 있다는 근거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강자의 이익만을 대변하며, ‘공익’이라는 개념은 오히려 모두가 평등한 권리를 누리는 공동체의 형성을 방해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전공의들이 자신의 몸과 시간을 희생하면서 환자 안전을 위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건 전공의의 건강·안전에 대한 권리와 환자의 건강·안전에 대한 권리가 현실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건강·안전 등과 같은 공익을 위해서 전공의들이 24시간 초과 근무하고, 수면 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며, 병가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들이 정당화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논의를 이어간다면 전공의들의 권리를 지키는 문제는 항상 뒷전으로 밀림은 물론, 전공의들이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됩니다.


* 해당 인터뷰는 신유경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공의실태조사위원장이 전공의 근무여건과 관련해 개인적인 견해 등을 바탕으로 이뤄진 인터뷰입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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