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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고장난 국민건강보험 개혁 없이는 기피 영역 해결 절대 불가

1. 의사 수 증원으로 필수의료, 지역 공공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 이후 필수의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필수의료 지원대책’,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 등을 발표하고,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 등을 개최하며 필수의료 및 지역 공공의료 기피 현상에 대한 해결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보건재정 투입 계획이 없어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의료계 내에서는 팽배합니다. 기피영역 의료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현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우 주로 의사 총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논의가 주를 이룹니다. 

따라서 연도별 배출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기피영역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로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기관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연간 배출 의사 수 증원 주장은 주로 OECD 인구 1000명 당 의료인 수, 임금노동자 대비 의사 평균 임금에 대한 국제비교,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의사인력 추계 결과 등으로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통계를 살펴보면 임금 및 근로시간 산출에 있어 전체 의사 수의 10%에 해당하는 전공의를 제외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근무일수 226일, 근무시간 주40시간으로 가정해 의사 수 부족을 추계하고 있으나, 현실의 전공의의 경우 주당 100시간, 320일 가까이 근무하는 것이 예사가 아닙니다.

기피영역 의료인력 수급 정책에 있어 단순히 의사 총량에 대한 논의만이 아니라 각국 보건의료체계의 경로, 재원조달 방식, 의료공급체계, 의료인 간 업무 분장, 의료이용 제한 기전의 유무 등을 고려해 기존 의료인력 재배치 방안을 포함한 여러 정책 조합(policy mix)이 필요하다는 것이 본 회의 문제의식입니다.

특히 필수의료 및 지역 공공의료 기피 현상은 명백한 건강보험제도의 구매(purchasing) 기능 실패임이 분명하다는 것이 본 회의 주장입니다.

2. 국민건강보험 (NHI) 개혁에 대한 검토 
1) GDP 대비 정부 보건지출 확대

(1) 논의 배경 

현재 대한민국 정부 공공보건지출은 GDP 대비 5.6% (총 지출의 59%)로 동유럽 및 아프리카 주요 국가 수준이며, 공공공급자는 5.7%에 불과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희가 가진 문제의식입니다. G7 선진국은 GDP 대비 10% 수준인 총 보건지출의 80% 이상을 공공영역이 담당하고 있으며 공공병원도 30%에 육박합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보험자가 민간공급자를 활용한 단일보험제도 내에서 필수적인 중중응급 의료에 대한 투자를 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 오늘날의 문제점인 것입니다. 이에 따라 국민들도 지방의료원 보다는 민간의료기관을 선호하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한편, 2017년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의료비 지출은 OECD 평균의 68.2%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진료건수가 17.2회로 OECD 3배에 육박하는 것을 고려할 때 놀라운 수치입니다. 

그러나 보건의료의 상대적 가격 수준이 OECD 평균의 55%, 입원진료 가격 수준이 OECD 평균의 66%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리 놀랍지는 않습니다. 한국의 최저시급 대비 진찰료는 1.37배로, OECD 평균의 4.02배, 미국의 10.34배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주요국의 건강보험 정부지원 현황에서 우리는 문제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국고보조금 비율은 13.2%로, 대만 23.1%, 일본 27.4%, 프랑스 52.3%에 비하면 턱없는 수치입니다. 

급여 중 건강보험료 비율을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6.12%(현재 7.09%), 일본 10%, 독일 14.6%, 프랑스 13% 등에 비하여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2) 해결 방안

현실적으로는 고령화에 대비하고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하여 간접세 등을 활용, 보건재정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충하자는 것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건강보험요율 8% 상한이 국민건강보험법 상 명시돼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보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무턱대로 급여의 15%로 인상하는 것은 현재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건재정의 순증 없이는 불가한 상황입니다. 건강보험요율 8% 상한 폐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보건의료인력을 갈아넣는 현 체계를 개혁하기 전까지는 기금화 논의 등을 보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영구적인 건강보험 국고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점진적으로 보험재정의 최소 30% 수준을 국고지원금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지출 구조의 개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중 진료에 대해 조세기반 국고보조금의 확충이 없다면 필수의료 전반에 대한 기피 현상은 가속화 될 것입니다. 

2) 건강보험제도 내 보험자(구매자) 기능 강화

(1) 논의 배경 보험자인 건강보험과 의료서비스 공급자를 분리(split)한 보험이론의 기반 중 하나로 경쟁과 구매계약을 통한 합리적인 서비스 공급체계 구축을 들 수 있습니다. 특정 과목의 지원자 수는 건강보험 구매계약이 잘 되고 있는지에 한 대리 지표(proxy measure)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진료 현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OECD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결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필수의료 및 지역 공공의료 기피 현상은 명백한 건강보험제도의 구매(purchasing) 기능 실패임이 분명합니다. 

이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당연지정제)에 따라 단일보험자(single-payer)의 비대화에 따라 지나치게 가격통제력이 높아지고 의사결정이 느려져서 발생한 현상입니다. 

단일보험자의 가격통제력이 지나치게 높아짐에 따라, 현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보다 일반의의 급여가 더 높은 역전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에도 불구하고 소아청소년과, 뇌혈관수술 등 기피 분야에 대한 혁신적인 보상(수가) 확대를 국민건강보험은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고장난 건강보험제도 아래 소아청소년과 외에도 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소위 건강보험 영역의 필수의료 전반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 본 회의 우려사항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기피 현상을 해결하는데 있어 고장난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개혁은 등한시 한채 언론 등이 의료인력 논의에만 지나치게 치중해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담론 현실입니다. 

실제로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과목 (소아청소년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에는 역설적으로 OECD 평균 또는 그 이상 수준의 전문의가 분포하고 있습니다. 외과계 전문의는 OECD 평균과 유사 (미국의 1.6배 수준)하며, 신경외과는 OECD의 4배 이상입니다. 

단일한 국민건강보험을 채택하지 않은 다른 사회보험 선진국에서는 우리보다 전문의 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병원급 의료기관의 진료 대란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로 배출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전문과목 외 다른 영역에서 근무하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건강보험 급여진료 위주의 과목은 대체로 기피 과목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기피 현상은 2000년 통합주의 국민건강보험의 총체적 실패입니다. 현재의 건강보험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전체 의사 수가 늘어나도 미용의학 위주로 의사가 증가할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 해결 방안

단기적으로 소아청소년과, 뇌혈관수술 등 기피 분야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한편 중장기적인 대책도 고민해야합니다. 의대 정원을 확대해도 최소 10년 뒤 의사 수가 배출되지만, 건강보험제도 개혁은 그보다 시급할 수 있습니다. 

단일보험자의 비대화로 인해 구매계약 기능이 마비되어 일방적인 정책만 추진되며, 보험자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이 오늘의 문제점입니다. 실제로 보험자가 두 개 이상이라면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경우 단일보험 체계 내에서 가격 수준을 결정하는 위원회의 공익위원 다수가 정부기관이 임명 또는 위촉하게 되어있습니다. 

의사결정의 불투명성과 위원 구성의 모순으로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현재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당해낼 재간이 없는 상황입니다.

장기적으로 다보험자 전환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선진국 사회보험은 대부분 다수 보험자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일본,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대부분 국가가 그렇습니다. 한국 및 대만 정도만 선진국 중 전국민건강보험을 강제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과 네덜란드는 보험자간 경쟁 원리를 도입하고 있어 참고해볼만 합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에 해당하는 독일의 질병금고, 네덜란드의 사회민간보험이 그렇습니다. 

독일의 경우 전국민의 보험 강제가입은 유지하는 동시에 국민이 보험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일부에 대해서는 민간보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합니다. 네덜란드의 경우에도 보험자 간 경쟁 및 공급자와의 선택적 계약 (strategic purchasing)을 하고 있어 우리 사정과는 차이가 큽니다. 

한편, 이들 국가의 모형을 참고해 기피 분야에 대한 민간 진료(private clinic)에 대한 부분 검토도 해볼 수 있습니다. 중증응급의료, 소아, 분만 등에 대해 이원화 민간진료 (private clinic) 도입해 기피 분야 공급자에 대한 인센티브(incentive)를 제공하는 등 중증진료 공급에 대한 지원금 및 유인책을 확대하자는 것입니다. 

보험자 간 경쟁 부재 속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력만으로 급여 진료 영역의 혁신을 필요로 하는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젊은 의사들은 앞으로 걱정이 큽니다. 자랑하던 대한민국 의료의 유효기간은 이제 15년 남짓으로 생각합니다.

3. 마치며

본 회는 시민 여러분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하여 최근 정부와의 필수의료 인력 확충 방안을 포함한 협의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배출된 의사가 필수의료 영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젊은 의사들은 진료 현장에서 의사의 전문성이 존중받고 지지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합니다.사명감을 강조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의사도 생활인이고 한 명의 직업인입니다. 

아마 시민 여러분들도 의사가 되신다면 ▲주100시간 근무,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사고로 인한 면허취소, ▲지방 공무원의 관료적이고 고압적인 행정을 감내하며 필수의료, 지역 공공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선택을 하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현재의 문제는 의사 수를 늘려도 의사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결국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가 의사 수에만 여념이 없는 와중에도 오늘도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은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보험자가 필수적인 의료에 대한 투자를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진료의 제공에 있어 의사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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