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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공의도 1명의 노동자…권리 보장받을 수 있는 원칙 제시돼야②

신유경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공의실태조사위원장

지난 6월 16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진행된 대한의학회가 주최·주관하는 ‘2023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전공의 근무여건 향상 및 권리 보장을 위한 원칙이 발표됐다.

대한의학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공동 주최하는 ‘전공의 수련교육의 현재와 미래: 36시간 연속근무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하는 세션에서 나온 제언으로, 전공의도 한 명의 국민이자 근로자로써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을 비롯해 환자 안전 문제 책임소재 명확화, 보건의료인력 수급 해결 등에 대한 논의를 주장했다.

이에 메디포뉴스에서는 당시 ‘2023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 참여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등을 비롯한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논의 방향에 대해 이 같이 지적한 신유경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공의실태조사위원장(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전공의)를 만나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 및 권리 보장을 위해 해외에서는 어떻게 논의되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전공의 권리 보장 및 향상과 관련해 진통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나라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해당 나라에서는 어떤 식으로 논의가 이뤄졌거나 진행되고 있나요?

A.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미국의 사례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1984년도에 대학생 Libby Zion이 뉴욕 병원에서 사망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망 원인이 Libby Zion의 과거 병력이나 어떤 약물을 복용했는지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처방한 약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납니다.

이 과정에서 Libby Zion이 병원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전공의와 인턴이 당직을 담당하고 있었고, 전공의·인턴에게 적절한 지도·감독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과로 및 너무 바빠 업무 부담이 큰 상황이어서 환자를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슈화되면서 환자 안전 문제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후 미국에서는 환자 안전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것이 널리 퍼져 전공의 근무시간을 규제하는 기준이 신설·적용됐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부터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이 환자 안전 향상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갖고 계속 논쟁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이 환자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연구에서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이 오히려 환자 안전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자 전공의 근무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무력화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발표되다 보니까 미국의 전공의 근무시간이 다른 유럽 국가들의 근무시간보다도 월등히 많은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관련 논의 등이 답보 상태에 빠져버린 상황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보다는 최대 연속 근무시간을 ‘36시간 → 24시간’으로 줄어든 상황으로, 우리나라보다는 근무여건 등이 좀 더 좋은 환경에 있다는 것이 부러운 상황입니다.



◆유럽, 전공의를 똑같은 1명의 시민으로서 대우 및 권리 보장 위해 노력중

A. 유럽의 사례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유럽은 EU라는 공동체에 각각의 국가들이 속해 있다보니 EU에서 제시한 사회권 보장의 원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권 보장 원칙 중 10번째 원칙은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근무시간 지침을 통해 주 48시간 근무를 제한하고, 24시간 연속근무 시 최소한 11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함은 물론, 유급휴가는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 등을 담고 있습니다.

또 근무지침을 각 국가가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는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서 이루어지더라도 적어도 그 원칙에서 배제되는 사람은 없어야 된다는 기본 원리가 계속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자 전공의도 근로자인데, 전공의가 근로자로서 갖는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중심으로 이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집니다.

우리가 전공의를 똑같은 1명의 시민으로서 대우하고, 전공의들의 권리를 보장하되 어떻게 하면 전공의 근무시간을 단축함에 따라서 발생하는 부작용들을 해결할 것인가라는 식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게 되는 겁니다.

단순히 전공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게 효과적이냐 효과적이냐라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의료 제공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전공의 중심이 아니라 전문의 중심으로 제공할 것인지 등에 대해 논의합니다.

그 결과, 영국에서 2010년도에 ‘Time for Training’ 보고서가 발간됩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여러 의사들에 대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나 통계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황당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48시간 안에 양질의 수련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물론, 여기서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공의들의 근본적인 신분을 피교육자인 수련생으로써 봐야하며, 전체 수련시간 중 근무시간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수련시간이 더 많아야 하고, 지도·감독이 명확하게 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우리나라도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 등을 논의할 때에 유럽과 같은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Q.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첫째. 우리가 전공의들의 노동 문제를 다룰 때, 환자 안전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다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1명의 노동자로서 보장받아야 되는 권리, 근무시간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지 않을 권리를 똑같이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칙 하에서 주장과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전공의도 우리와 같은 공동체에 속한 사람으로서 국가와 우리 사회가 최소한으로 보장해야 줘야 하는 권리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둘째. 환자 안전 등 환자들이 어떤 보장받아야 할 권리에 대한 책임 주체가 누구냐가 명확해져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권리와 의무를 이야기하면 권리를 보장받으면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 논리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주장하려면 환자들한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어떤 권리를 보장받으려면 권리를 보장해줘야 하는 주체에서 당사자의 권리를 존중·보장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환자들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거래하는 대상은 의료기관입니다. 이는 의료기관이 그 조직과 인력·서비스 배치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환자 안전’ 총합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환자 안전에 대한 책임을 전공의들에게 묻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질문과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사실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 것은 국가이지만, 우리나라는 ‘전공의’라는 값싼 인력을 여태까지 희생시켜 왔습니다. 

의료기관이 의료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국가가 그런 의료기관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어떤 체계를 만들지 못한 문제를 의료기관이 땜방으로 전공의들을 값싸게 고용해서 해결해 왔던 것입니다.

과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환자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을 전공의들한테 책임을 묻는 게 정당한 것일까요?



셋째. 모든 법은 평등하게 적용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만약에 부자여서 법의 적용을 안 받고 가난한 사람이어서 법의 적용을 받고 하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근로기준법도 누구는 교사·회사원이어서 법에 적용을 받는 반면에 의사들은 보건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법이 갖는 어떤 가치·정당성이 훼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예외조항이 왜 예외조항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습니다. 근로기준법의 목적은 헌법에 따라서 근로자의 어떤 권리와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적용되는 법안인 만큼, 예외조항이 왜 있는지에 대한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러므로 근로기준법의 예외조항을 삭제하고, 그 근로기준법을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등 사회적 연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력 부족 해결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합니다.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현 상황에서는 인력 부족이 당연히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활동할 때, 주로 입원 전담 전문의 제도를 중심으로 얘기를 했고, 지금도 전문의 중심으로 의료기관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간호사PA도 충분히 대안 중 하나로 고려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간호사PA 문제가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다양한 단체들에 의해서 되게 민감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고, 공식적인 제도화가 되지 않은 채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은 국가가 보건의료 인력 제도라는 것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의가 이뤄져야합니다.

그러므로 전공의들이 지금까지 수행하던 업무를 간호사PA제도를 공식화하던지, 입원 전담 전문의 제도를 통해 메꿔나갈 것인지, 각 직종이 맡고있는 업무 범위를 교통정리해서 명확화하든지 등에 대한 논의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해당 인터뷰는 신유경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공의실태조사위원장이 전공의 근무여건과 관련해 개인적인 견해 등을 바탕으로 이뤄진 인터뷰입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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