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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의정협의 무너뜨리는 의대 정원 확대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소위 답을 정해 놓고 내는 문제들이 있다. 어떤 합리적인 답을 제시해도 소용이 없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해진 답을 향해 치달은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여기에 정치적 목적이나 기타 이득이 결부되면 여론마저 정해진 답을 향해 폭주하면 전문가들의 진심 어린 충정도 허공에 흩뿌려지고 만다. 

김영삼 정권 시기에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여 5년에 9개나 우후죽순처럼 신설된 의대 중 서남대는 결국 폐교됐다. 

한때는 의료가 선진화되려면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는데, 지금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의학전문대학원도 의과대학으로 대부분 회귀했다. 

잘못된 정책 강행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지만, 그 결과의 해악은 대한민국 전체에 파장을 미친다. 

필수의료를 비롯한 산적한 의료문제에 대하여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대한민국 사회는 기-승-전-의사 증원이란 답을 이미 정해 놓았다. 필수의료의 공백과 응급실 문제를 들먹이며 우리나라는 의사가 모자란다고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전문의 진료가 가능한 의료접근성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다. 단연코 작금의 문제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하나같이 필수의료를 말살하는 방향으로 달음질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수가와 의료 시스템에서는 응급실, 중환자실, 외상 센터 등을 적극적으로 운영을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다. 

당연히 병원에서는 시설, 장비뿐만 아니라 인력도 최소화할 것이다. 이는 너무도 명백하게 의사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의사 수를 늘린다고 병원에서 필수 의료 인력을 늘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전공의들의 몸을 갈아 넣어 겨우 유지하던 것이 의사의 파업이 아니라 의료시스템의 문제로 의료가 멈춰지고 있다.

현재 과거 어느 때보다 의사는 많다. 그러나 필수의료 및 응급의료의 공백은 커지고 있다. 

개원가는 자신의 전공을 포기하고 낯선 내용의 세미나를 기웃거리며 위험이 덜한 분야의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이는 의사들의 사명감 문제가 아니다. 

공백이 있는 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의료인들이 혹자는 의사를 계속 늘리면 등 떠밀린 의사들이 공백을 채울 것이라 하는데 어불성설이다. 

최근 거듭되는 응급실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한결같다. 병원에 대한 규제 강화와 페널티뿐만 아니라 의료진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어느 한구석에서도 만성적인 응급실 적자 문제, 현실을 벗어난 응급실 평가 제도, 그에 따른 무리한 인력 배치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은 없다. 어느 한 의료기관, 한 의료인의 과실과 잘못으로 귀결되고 처벌했으니 문제가 해결됐다고 지나간다. 

대한민국 전체가 최면에 걸린 듯하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없이는 환자도 그 환자를 돌보아야 할 의료도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폭탄 돌리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의사는 쉬운 의료를 택하는 방법으로 폭탄을 피할 수 있지만 환자는 피할 방법이 없다. 의사가 폭탄을 피할수록 환자가 감당해야 하는 폭탄의 무게는 더욱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분야에 있는 의사는 대부분 법정에 서는 경험을 한다고 한다. 의료는 발전하지만, 의료인에게는 어려운 일을 넘어서 위험한 일이 되어가는 의료분야가 늘어가고 있다. 

스스로가 암 치료 중이고 어린 자녀가 있는 소아청소년과 여교수는 구속돼 처절한 고통의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무죄로 결론 났다. 의료행위에 대한 형법 판결을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독보적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6월 27일 의사 인력에 관한 포럼에서 필수 의료 지원 대책, 소아 의료체계 개선 대책, 응급의료 기본 계획을 언급하며 의료 인력 및 의료자원의 확충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답을 미룬다면 해결은 더욱더 요원해질 것이다. 정상적인 의료 시스템이 가능한 수가 구조, 힘들고 어려운 부분에 종사하는 의료진이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할 수 있는 법적, 사회적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의료 붕괴가 바로 코앞에 다다랐다. 해결의 열쇠는 결국 정부가 쥐고 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은 호미로 막는 것이 가장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의료기관을 옥죄고 의료인을 처벌하는 것으로는 악화를 가속시킬 것이며 그 결과는 나와 내 가족의 건강과 목숨으로 감당해야 한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작금의 의료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더 이상 미룬다면 가래로 막을 수도 없는 의료재앙이 올 수 있음을 경고한다.

*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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