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부터 요양기관 이용 시 본인 식별이 가능한 신분증 확인이 의무화된다. 추진 배경이나, 목적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그 내용은 누가 봐도 당연히 정부가 관리하고 책임을 감당할 내용이다. 애초에 개인의 신분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일이 의료기관의 고유 업무는 아니지 않는가? 정부에서 민간 기관에 협조를 구할 때는 해당 기관의 업무에 적합해야함은 물론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분한 양해를 바탕으로 합의 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과연 5월 20일 시행일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의료기관에 오면 신분증을 제시하여야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시작 당일에는 의료기관 현장에서 실랑이가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한민국 의료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개악은 세뇌 수준으로 홍보하여 우리 눈과 귀를 혹사 시키는데 정작 이와 같이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정책에 얼마나 대국민 홍보를 했는가? 환자 곁을 한순간도 지켜보지 않은 자들이 탁상에 앉아 환자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고 현장의 소리에는 귀를 틀어막고 있다. 대국민 홍보조차 전무한 상황에서 현장의 혼란은 무시한 채 본인확인을 위반한 의료기관에는 과태료 처분을 하겠다고 공공연히 믄소리
중대재해처벌법이 1월 27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안전확보 의무 등 조치를 소홀히 하여 중대한 산업재해나 시민재해가 일어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률이다. 본 회는 환자 안전과 건강에 대한 다양한 규제와 처벌 조항이 기존에 있기에 이를 이중으로 처벌할 소지가 있는 본 법안의 시행에 대하여 강력한 우려를 한다.중대재해처벌법령에 의하면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하고, ‘중대산업재해’란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전치 6개월 이상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 직업성 질병자가 1년내 3명 이상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의미한다. 이에 해당하는 의료 현장에서의 재해는 보건의료 종사자에게 발생한 B형 간염, C형 간염, 매독 또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의 혈액전파성 질병이 포함된다. ‘중대시민재해’란 공중이용시설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를 의미하며, 공중이용시설에는 연면적 약 600평 이상, 병상 수 100개 이상인 의료기관이 포함돼 위의 조건에 해당하는 의료기관에서는 환자나 보호자가 재해를 입게 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게 된다.대형의료기관은 물론이고 중소 병·의원도 중대
보건복지부의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상대로 한 의대 정원 수요조사는 본질적으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사 숫자에 대한 조사가 아니다. 각 의과대학이 돈을 받고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교육 서비스 희망 매출 조사에 더 가깝다. 비유하자면 국민 주택 수요 조사를 건설사에 얼마나 짓고 싶은지 물어본 격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2000명~4000명의 숫자를 마치 필요한 의사 숫자로 호도, 대서특필하고 정책적 기준으로 삼으려는 이유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2022년에 대한민국에서는 24만9000명의 신생아가 출생했다. 현재의 의대 정원을 유지만 하더라도 2022년생의 81.4명 당 1명이 의대에 입학하게 된다. 정원을 정부 추산 최대치인 7058명으로 다시 계산하면 35.2명당 1명이 의대에 입학하게 된다. 물론, 의료라는 것이 고용 창출 효과도 크고, 인접 산업으로의 파급도 무시할 수 없는 산업이지만, 소위 반도체와 자동차를 주력 수출품으로 삼는 우리나라에서 이공계가 아닌 의대생들만 길러낼 수는 없다. 의대 정원 확대는 우수한 이공계 인력들을 빨아들인다는 ‘의대 블랙홀’을 무한정 키울 뿐이다. 의대 정원을 늘릴 것이라는 소식만으로도 다니던 회사를 관두
수술 전후 교육상담 등 시범사업은 2018년 10월부터 외과계 의원급 중심으로 진행 중인 시범사업으로, 의원에 방문한 환자가 시범사업 참여와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작성 후 의사가 질환과 질환의 경과 수술 전후의 주의점 등에 설명해 환자의 자가관리 역량 강화 및 일차 의료 활성화를 위한 제도이다.2018년 당시 내과계는 ‘일차 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을 진행하고 있기에 외과계 의원들의 역할 강화 방안으로, 세분화된 프로토콜에 따라 20분이라는 충분한 시간 동안 교육상담을 시행하고 있다. ‘일차 의료 중심 외과계 교육상담 및 심층진찰 제도 도입방안연구’에 의하면 환자 만족도는 95% 이상으로 높고, 외래 의원급 이용은 2일 이상 증가, 상급병원은 입원·외래 0.08-2.44일 낮아져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19년 9월∼2020년 8월까지 12개월에 걸쳐 이루어진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일차 의료 중심 외과계 교육상담 및 심층진찰 제도 도입방안 연구’ 결과에 의하면 교육상담 및 심층진찰 모두 환자 만족도가 높고, 교육상담 등의 제도화 필요성에 대한 응답은 의사 대부분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료수가의 원가 관
지역의료 붕괴, 소아과의 오픈 런, 응급실 뺑뺑이 등등 필수 의료의 위기 문제가 나올 때마다 정부나 정치권은 의사 증원이 해결할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2020년 9.4 의정 합의에 따라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는 와중에 합의도 없이 대폭적인 의대 증원을 폭탄 선언하듯 발표해 코로나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헌신한 의료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작금의 의료현안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을 외면한 정부의 포퓰리즘적 의대정원 확대는 의료 붕괴를 재촉할 뿐이며, 대한민국의 발전 주축인 기술 분야의 공동화라는 재앙을 가져올 것임을 경고한다. 정부는 의료현장 활동 의사 숫자가 OECD 평균 3.7명에 비해 인구 1000명 당 2.6명으로 부족하므로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 교육, 의료 체계, 수가 구조 등 의료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다른 우리나라 의료와 OECD 국가의 의료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무상으로 의사 교육을 지원하고 국가가 완전히 통제하는 유럽 의료시스템에서의 공무원인 의사와 우리나라 의사의 근무 시간, 휴가 일수, 업무 강도 자체를 수치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요 눈속임이다. 외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22일 올해 초(2월22일) 발표했던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의 후속 대책을 마련하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드디어 정부에서도 소아환자 진료 인프라의 문제가 점차 심화되고 있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의료계는 출산율의 감소로 인한 소아 인구의 감소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기본 진료비로 인하여 소아청소년과에 곧 위기가 닥칠 것임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봉책으로 대처했던 보건행정의 결과로 결국 소아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온 후 에야 그 심각성을 인지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번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은 붕괴되어 가는 소아청소년과 인프라를 개선하고,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적극 환영하는 바이다. 하지만 세부 대책 중 하나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책 가산(6세 미만 소아 외래 진찰료)에 대해서는 다음의 문제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진료할 때만 가산이 적용된다는 정책은 소아진료 자체를 타겟으로 하는 다른 대책과는 방향이 많이 다르게 보인다. 전국민 건강보험체계인 대한민국에서 모든 진찰료는 종별로
당초 제3차 상대가치 연구의 취지는 저평가된 진찰료 등을 현실화해 원가 이하의 수가를 어느 정도 정상화할 수 있는 계기로 하자는 것이었다. 지난 2017년 이뤄졌던 2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서도 정부는 의료계에 그동안 저평가가 심했던 수술 수가를 올리고, 검체 수가를 낮추는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당시 원가 보전율이 가장 낮았던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검체 수가 감소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자명해 크게 반대했지만,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 진찰료 수가 인상을 약속한 정부의 태도에 기대하며 고통 분담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금번 3차 상대가치 개편에도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에 대한 내용은 없고, 병원급 의료기관 수가 조정만 다뤄졌는데, 이런 점수 조정조차도 병원급에 불리한 내용이 있어 의료계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한마디로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방안은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수준의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한쪽의 희생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시스템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종별 가산의 대대적인 폐지 및 개편, 검체 및 영상 분야의 종별 가산 폐지와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와 공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 고시의 주된 내용은 비급여 항목 565개와 신의료기술 등 29개 항목이 추가돼 총 594개 항목에 이르며, 이는 2024년 1017개로 확대 적용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수집되며, 보고 절차 역시 과중한 행정 업무가 동반되기에 본 회는 심각한 우려와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한다. 본 개정 고시는 국민의 알 권리와 의료선택권 보장을 표방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정부의 비급여 통제를 위한 사전 포석일 따름이다. 알 권리는 물론 중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병원급에서는 1년에 두 번, 의원급은 한 번 요구되는 비급여 정보에는 민감한 환자의 진단명과 치료 내역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개인 정보가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이용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 역시 헌법재판소가 명시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으로 중요한 국민 기본권이다. 하지만 올 2월 스스로의 과거 판결을 뒤집은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과 보건복지부의 발 빠른 고시 개정으로, 개개인의 다양한 의료 정보가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보고되고 집적, 가공되어
2023년 9월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3(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현황 조사 등)에 관한 고시를 공개했다. 이는 비급여진료비용 업무위탁기관, 비급여 항목 범위 내용, 보고횟수, 보고방법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비급여 보고 항목의 소분류 한방물리요법 중 상세분류로 경피전기자극요법과 경근간섭저주파요법이 포함돼 있고, 2023년 9월 6일 한 매체에서 한의계 관계자는 해당 행위가 보고항목에 포함된 것은 ‘한방물리요법 급여화 추진을 한층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접한 복지부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에서 “한방물리요법 일부를 비급여 보고 대상에 올린 것이 급여화 포석이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라고 전하며 “한방현장에서 하고 있기에 제도 시행 취지에 맞게 그 내역을 보고하는 것 뿐, 그 인정 여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면서 잘못된 주장을 바로잡았다. 이번 복지부 고시의 혼란과 한의계 아전인수의 근본적 문제는 비급여 보고항목에 현행 건강보험 제도상 한방 행위로 인정되지 않은 행위가 포함된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의료행위는 의료법에 따라 의과·한의과로 이원화돼 있으며 각 면허
지난 17일, 서울고등법원 제9형사부는 대동맥 박리를 진단하지 못한 응급의학과 전공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전공의 1년차의 오진단에 대한 무리한 판결로 필수 의료의 붕괴를 가속화 할 이번 판결에 대하여 대한개원의협의회는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 해당 사건은 2014년 흉부 통증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에 대하여 응급의학과 1년차 전공의가 경증질환으로 오진단하였고, 이후 대동맥 박리가 진행돼 양측 다발성 뇌경색으로 인한 인지기능의 소실 및 사지마비 등의 뇌병변 장애가 발생한 사건이다. 2심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상과 의료법 위반에 대하여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고, 해당 의사는 병행 부과되는 행정처분으로 의사면허의 취소가 예상된다. “전공의“는 수련병원 및 수련기관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하여 수련받는 피교육자의 신분을 가진 근로자이다. 1년차 전공의란 해당 수련 과정을 시작한 지 1년이 안 되었음을 의미한다. 가장 기초적인 진단과 술기를 숙지하고 진료와 치료를 시작하는 의사로 경험 부족과 미숙함은 피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법원은 수련을 시작한 지 채 얼마 안 된 의사에까지 형사법의 조문을 들어 완전무
소위 답을 정해 놓고 내는 문제들이 있다. 어떤 합리적인 답을 제시해도 소용이 없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해진 답을 향해 치달은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여기에 정치적 목적이나 기타 이득이 결부되면 여론마저 정해진 답을 향해 폭주하면 전문가들의 진심 어린 충정도 허공에 흩뿌려지고 만다. 김영삼 정권 시기에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여 5년에 9개나 우후죽순처럼 신설된 의대 중 서남대는 결국 폐교됐다. 한때는 의료가 선진화되려면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는데, 지금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의학전문대학원도 의과대학으로 대부분 회귀했다. 잘못된 정책 강행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지만, 그 결과의 해악은 대한민국 전체에 파장을 미친다. 필수의료를 비롯한 산적한 의료문제에 대하여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대한민국 사회는 기-승-전-의사 증원이란 답을 이미 정해 놓았다. 필수의료의 공백과 응급실 문제를 들먹이며 우리나라는 의사가 모자란다고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전문의 진료가 가능한 의료접근성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다. 단연코 작금의 문제는 숫자의 문제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