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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람 살리는 필수의료,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라”

필수의료 기피 1순위인 의료 소송에 대한 스트레스… ‘수술실 CCTV’ 긍정적인 효과 없을까
故 주석중 교수 등 훌륭한 의료진 많아… 과도한 책임 묻는 시스템과 국민 인식 전환 필요

의료 사고와 관계된 갈등, 과도한 소송의 발생의 배경에는 정보의 비대칭이 있다. 

의료 행위는 전문적인 영역이고, 병원은 폐쇄적인 환경이다. 그래서 병원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병원 밖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의료사고라는 불의의 결과는 의심과 불신, 불만과 분노로 이어지기 쉽다.

물론 의료 행위는 모든 보건직역의 협업을 통해 이뤄지지만, 책임자인 의사 측면에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사람을 살리는 필수의료과가 대우받아야 한다. 필수의료과 전공의 지원은 계속 줄고 있고, 전문의들도 자신의 전문과목을 포기하고 소송의 위험이 적은 피부·미용으로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수의료는 기피과가 됐다. 특별히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늘 환자와의 의료 소송에 휩싸일 위험이 있고, 선배 의사와 교수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보게 된다. 그래서 동료 의사들의 지원은 줄고 근무는 사람이 줄은 만큼 더 힘들어진다. 주말도 없다.

아무리 훌륭한 실력을 갖춘 의사라도 불의의 의료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의사도 사람이며, 모든 환경 변인을 다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의료 활동이지만, 죽음의 가능성은 언제나 도처에 있다. 물론 의료 행위 중 사망이 발생했을 때 늘 의사의 책임이 0%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모든 짐을 의사가 법적으로 지기에는 너무 무겁다.

그래서 최근 필수의료 활성화를 위한 의사의 책임처벌 면제법 발의가 이뤄졌다. 필수의료 행위 중 발생한 불의의 사고에 대한 의사의 책임을 완화하는 법이다. 한편으로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의료행위 중 환자 사망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때마다 의료분쟁을 겪어야 한다면 아무도 필수의료 의사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전제조건은 의사가 고의로 환자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믿음뿐만 아니라 사실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의사는 그러지 않겠지만, 단 한 명의 의사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이 법이 면책 조항으로 사용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우리나라에 의료소송이 많은 것은 한국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유난하기 때문이 아니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모든 책임을 막무가내로 의료진에게 돌리고 비난하면 안되겠지만, 하나뿐인 가족을 잃었을 때 보호자로서 그 내막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이 올해 9월부터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필수의료 활성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의료인을 잠재 범죄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사실로서 문제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영상 데이터도 온전히 데이터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고 그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모든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고 유지, 관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것이 병원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으며, 꼭 이렇게까지 해야할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의료행위와 관련된 정보의 비대칭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고, 국민에게 신뢰받기 위한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의사협회 쪽에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수술실 CCTV 도입에 찬성하고 협조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최근 참여한 토론회에서 한 참가자가 “일본의사협회는 대승적 차원에서 당장 의사단체 측에 손해되는 정책이나 법안에도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대한의사협회는 너무 맞는 말만 하려고 하고 절대 손해를 보려고 하지 않는 완고한 조직이라는 인상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한 것이 생각난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주석중 교수가 퇴근 중 병원 앞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소천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권위자로서 평소 환자들을 위해 밤낮없이 헌신했던 그의 빈소에는 마지막 날까지 많은 환자들이 찾아왔다고 들었다. 필수의료는 고되고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존중받고 칭찬받는 일이기도 하다. 주석중 교수의 안타까운 죽음을 통해 그런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예전처럼 의사들이 존중받고 대우받지 못한다고도 하고, 행위별 수가제로 인해 ‘3분 진료’가 만연해 의사와 환자의 라포가 형성되기 어렵다고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고, 안 좋은 면이 부각되기 쉬운 것 같다. 뉴스들이 연달아 필수의료의 붕괴를 강조하는 중에서, 물론 이 역시 한국의료의 커다란 손실이지만 주석중 교수의 삶과 죽음은 절망이 아닌 희망을 보게 했다.

적절한 시스템의 개선과 함께 국민과 의료진 간 신뢰가 회복되는 것이 필수의료 활성화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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