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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단번에 모두를 구하진 못해도, 누구도 버려지지 않도록

소아암과 희귀질환, 의료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사업에 보내는 응원
계속 실패해도 결국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자원을 지원해야

의료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는 R&D 사업을 응원한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질병이 있을까? 꼭 질병이 아니더라도 갑작스러운 사고로 외상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까지 약 7,000개의 희귀질환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알지 못하는 것과 앞으로 발생하게 될 것까지 포함하면 개수는 더 많아질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앓고 있는 질병은 개선과 지원 요구에 대한 목소리를 비교적 내기 쉽지만, 20,000명 이하가 앓는 희귀질환은 그 중 10% 정도만 치료제가 개발돼 있을 만큼 열악한 상황이다.

소아암과 소아질환은 더 심하다. 성인에 비해 소아청소년은 약자이고, 소아청소년 질환을 연구하고 진료하는 의사는 늘 부족하다. 인구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고, 진료는 어려운데 보상은 적다는 이유로 전공의 지원도 감소하고 있다.

전체 자원이 한정돼 있으니 많은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효율적인 관점에서 볼 때면 정책에서 우선 순위가 밀리는 질환들이다. 

소수가 앓는, 해결된다는 확신도 없는 중증 질환을 위해 확실하게 돈을 쓰면 나아지는 다수의 경증 질환을 무시할 수는 없기도 하다. 그것이 그동안의 어쩔 수 없는 경제적 관점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의료의 미충족 수요를 채우기 위한 새로운 사업들이 시작돼 주목을 끈다. 그리고 이 사업들이 환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니라, 그들이 정말 원하는 질환의 치료를 선물했으면 한다.

그 중 하나인 미국의 ‘ARPA-H’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ARPA-H’는 미국 국방부 프로젝트에서 착안해 PM(프로그램 매니저)가 큰 권한을 갖고 연구자들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의 연구사업과 무엇이 가장 다르냐고 한다면 고난도·고비용 질환에 적극적으로 국가가 투자한다는 점이다. 기간을 두고 계속해서 연구 과제를 점검하고 업데이트하며, 성실하게 참여했다면 실패를 용인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최근 33년만에 전체적으로 R&D 예산이 삭감되는 속에서 보건의료 예산은 12% 증가했으며, 새롭게 ‘ARPA-H’ 사업이 출범하며 보건의료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가 보여지고 있다.

다만 해당 사업이 앞으로 마주하게 될 예상 가능한 어려움들도 존재한다.

정부가 많은 돈을 투자해도 혜택을 받는 사람이 소수라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다수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직접 환자가 되어보지 않으면 환자와 가족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고가 치료제의 가격 인하 필요성이 잘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당장 나와 내 주변의 가족이 앓는 질환이 아니더라도 소아암과 희귀질환들의 극복 필요성에는 공감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과 연대를 보여주길 바란다.

해결해야 할, 극복해야 할 질환이 너무 많다. 많은 질환 중에서 무엇을 먼저 선택할 지도 고민이 되고,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반드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 기존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다만 제안하고 싶은 것은 주제 선정에 있어 정부 정책 입안자들의 생각보다 현장의 환자와 의료진의 의견을 우선시했으면 한다. 공청회에서는 필수의료체계 확립 과제를 위해 전체의 절반 가까운 PM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런 제도 논의는 실질적인 개선 없는 허상이 될 수 있어 질환 위주의 연구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 올해처럼 갑작스러운 R&D 예산 삭감이 있어서는 안된다. 바이오제약 분야는 기본적으로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분야다. 또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있어야 하는데 올해 다른 분야의 R&D 예산이 전체적으로 삭감이 이뤄진 게 이번 사업에도 여파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실패의 가능성이 더 큰 모험이다. 공학, 기초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역량을 망라해 의료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이순신 장군 같은 좋은 리더가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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