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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우리가 준비할 것은?

법 개정→비도덕적진료행위 삭제→히트앤런방지법 제정→낙태거부권 인정

헌법재판소가 지난 11일 형법의 낙태죄는 헌법불합치라는 결정을 하면서 법 개정 시한을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로 정했다. 약 1년 8개월 남은 셈이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정부는 11일 보도자료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관련 부처가 협력하여 헌법불합치 결정된 사항에 관한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야 5당도 1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국회는 2020년 12월말 이전이라도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 관련법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5일 낙태죄 폐지를 골자로 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으로도 많은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다. 병합심리 과정을 거치면서 지킬 수 있는 훌륭한 법이 만들어 지기를 기대해 본다.

의료계도 11일 보도자료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환영했다. 간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 의사는 임산부의 치료자로서 여성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이 단순위헌 결정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아쉽지만 잘된 결정”이라고 언급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산부인과 의사는 낙태의 찬반을 선택할 수 없고,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질 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의사가 낙태하게 한 경우’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여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계로서는 당국의 후속 조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낙태와 관련해서는 그간 행정처분을 유예한 상태를 견지해 왔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해서도 "법 개정 이전까지는 일단 행정처분 유예 조치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그간의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더라도 보건복지부는 국회가 관련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공청회라도 개최해서 미리 준비하는 모습이 아쉽다. 

이러한 법 개정 절차는 당연히 진행돼야 할 사안이다. 이 과정에서 더 심도있게 생각해 봐야할 사안들로는 ▲낙태가 가능한 임신을 몇주로 할 것인가와 ▲임신시킨 남자의 양육비책임법을 제정하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그리고 ▲종교 등 소신에 근거한 낙태거부권 또한 존중 받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임신 주수에 따라 요건을 달리할 필요가 있겠다. 즉 ▲임신초기(1주~12주)는 임산부의 요청에 따라 제한 없이 가능 ▲임신중기(13주~24주)는 윤리적 의학적 적응사유 요구 ▲임신 24주 이후는 원칙적 금지, 임산부의 생명 또는 건강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 하는 방안 등을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디테일 하게 규정해야한다. 

앞으로 낙태죄가 폐지되는 만큼 사회적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임신시킨 남자의 양육비책임법을 제정하고, 청소년에게 성관계와 관련된 책임의식을 교육해야 한다. 낙태죄 폐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게 히트앤드런방지법, 즉 양육비책임법 제정이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결정한 다음 날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 '낙태 합법화, 이제 저는 산부인과 의사를 그만둬야 하는 것인지...ㅠ'가 12일부터 진행 중이다. 16일 3시 기준으로 2만2,196명이 동의했다. 

최근 낙태와 관련, 미국에서 산부인과의사가 낙태를 하지 않게 된 동기를 청문회에서 얘기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핵심 내용은 ▲대략 임신 14주부터 24주 사이인 임신 중기에 행해진 자궁경관확장 및 내용흡인술(개대소파술)에 관한 것이다. ▲22주의 경우 아기가 발로 차는 태동도 느낄 수 있다. ▲Sulfur Clamp라는 기구로 아기의 다리 하나, 팔 하나, 척추, 심장, 폐, 머리는 으깨서 빼내는 수술이다. ▲그 의사는 4년간 1,200건의 임신중절수술을 했다. ▲그러던 중 입양했던 딸아이가 6살 때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이어진 임신중절수술에서 다리인지 팔인지를 끄집어내는 데 순간 메스꺼움을 느꼈다. ▲믿기 어렵게도 옆 테이블에 쌓여 있던 살덩어리들을 그제 서야 제대로 보았다. ▲그리고 모든 임신중절수술을 그만두게 돼었다고 증언했다.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낙태 시술을 거부할 의사의 권리도 함께 규정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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