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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낙태죄 존치·폐지 여부, 헌법재판소 판결 만? 국민투표도 있다.

낙태(임신중단)죄에 대한 위헌 소송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서 진행 중이다. 헌재가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두개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할 건가가 중요 관전 포인트다. 문제는 헌재 재판관 중 5명이 9월19일 임기를 앞두고 있어 낙태죄의 위헌 여부 판단은 새로 구성되는 헌법재판관들이 할 가능성이 높아 졌다. 헌재의 낙태죄 위헌 여부 판단이 늦춰질 거라는 거다. 이번에 바뀌는 재판관이 보수적인지 진보적인지도 판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최근 '의료관계행정처분 규칙'을 개정하면서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낙태를 포함시켰다.이 고시 내용을 보면 8월17일부터 의사가 형법 270조를 위반하여 낙태하게 한 경우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 복지부는 2년 넘게 끌어 온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관한 고시 개정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입장이다. 비도덕적 진료행위에는 성범죄 마약 유효기간지난약사용 등 그간 사회문제가 돼 온 비도덕적 행위에 관한 처벌이 시급하기도 했다. 이에 2년을 끌다가는 복지부 담당공무원이 감사를 받을 처지였기 때문에 이번에 고시를 공포 시행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낙태는 이번 비도덕적 진료행위 고시에서 제외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낙태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고시됨에 따라 산부인과의사들은 낙태수술을 전면 거부하는 선언을 조만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낙태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됐기 때문에 비도덕한 의사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자격정지 1개월은 사실상 병원 문을 닫으라는 것이기 때문에 낙태수술을 안하는 것이 병원 경영에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016년 12월에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회원투표에서 낙태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포함되면 낙태수술을 거부하기로 했다. 

문제는 산부인과의사가 낙태수술을 전면 중단하면 그 피해는 임부에게 간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 낙태의 약 90%는 사회경제적 이유때문인데 모자보건법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10명 중 9명은 우리나라에서 낙태수술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해외 원정낙태를 해야 한다. 임부에게 경제적 부담까지 안겨 주게 된다. 아니면 국내에서 불법으로 비전문가에게서 낙태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럴 경우 생식기 2차감염 등 임부의 신체적 피해 또한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한 이유로 이 분야 전문가들은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모두 아우르는 유연한 모자보건법의 개정을 제안한다. 임신 주수에 따라 요건을 달리하자는 거다. 즉 ▲임신초기(1주~12주)는 임부의 요청에 따라 가능 ▲임신중기(13주~24주)는 윤리적 의학적 적응사유 요구 ▲임신 24주 이후는 원칙적 금지, 임산부의 생명 또는 건강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 하는 방안이다. 이미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는 임신 12주 미만인 때는 임부가 요청하고 의사가 낙태수술에 관해 임부와 상담 한 후 낙태가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특히 카톨릭 국가인 아일랜드는 2018년 5월 27일 낙태를 금지하는 수정헌법 8조의 개정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통해 35년만에 낙태죄를 폐지하기로 했다. 투표 결과 10명 중 약 7명(66.4%)이 낙태죄 폐지에 찬성했다. 앞으로 아일랜드는 낙태가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 주요 내용을 보면 12주내 낙태는 합법이고, 병원에서 낙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일랜드에서 낙태죄 폐지는 젊은 여성층이 주도했다. 오래전부터 낙태 논의가 금지돼왔고, 정치인도 낙태죄 폐지는 다루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2년 10월 유산 위기로 생명이 위독한 임부 사비나의 낙태 요청이 받아 들여지지 않아 패혈증으로 사망한 후 낙태죄에 대한 반발이 일기 시작했다. 지난 3년전부터 젊은 여성들이 낙태 경험을 말해 낙태 논의 금지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우리나라는 강간 우생학 등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는 불법이다. 지난 1953년 형법에 낙태죄가 규정됐고,지난 1973년 개정되면서 심각한 질병, 강간,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등의 경우 낙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강간을 증명하기도 어렵다. 한편으로는 6.25전쟁으로 남자 수가 줄었고,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유교적 문화권 그리고 정부의 가족계획까지 겹치면서 60~70년대에 불법 낙태를 처벌하지 않았다. 사실상 사문화된 형법 269조와 270조이다. 그런데 복지부가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행정처분하면서 낙태죄가 실질적으로 부활한 거다.

조만간 산부인과의사들이 낙태수술 전면 거부 선언을 하면 임부들은 해외로 원정 낙태를 가거나, 비전문가로부터 낙태수술을 받게 된다. 결국 복지부가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 사회적 뇌관을 거드린 거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헌재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헌재 판결이 늦춰지고 있어 문제다. 헌재 판결이 어떻게 나올 지도 미지수다. 위헌으로 나오면 낙태 반대측에서 헌재 판결이 부당하다면서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합헌으로 나오면 낙태 찬성론자들이 헌재 판결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국론 분열이 불보듯하다. 따라서 헌재 판결은 차선일 수 밖에 없다. 이참에 우리나라도 아일랜드처럼 낙태죄 폐지 여부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면 한다. 기왕에 할 거면 대대적인 공청회 토론회를 통해 투표권이 있는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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