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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낙태죄 폐지 위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 "복지부는 개정안 철회해야!"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안에 밀실입법 의혹 제기…낙태죄는 헌법 위반

낙태 수술의 위헌 여부를 두고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8월 17일부터 공포 ·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낙태죄 헌법 위반을 주장하는 여성들은 날치기라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조만간 낙태수술 전면 거부 선언 의사를 표할 예정이다. / 한편, 익명의 여성들이 일시적으로 모여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제16차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가 25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주최 측 추산 3천여 명의 여성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메디포뉴스는 동 시위를 꾸준히 돕고 있는 BWAVE(비웨이브) 관계자와 만나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공포한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과 관련하여 의견을 물었다.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했다. [편집자 주]



◆ 이번 시위의 의도는?

원래부터 낙태죄가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위를 계획한 것은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을 복지부가 2016년 9월에 입법예고하면서부터였다. 입법예고를 보고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여성들이 인터넷상에서 의견을 모아 처음으로 시위를 시작했다. 당시 수많은 반발이 일어나자 복지부는 예고안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했고, 이 안이 폐기됐다고 생각한 여성들은 사회적 편견 · 인식 개선과 낙태죄 폐지 등을 위해 시위를 지속해왔다. 낙태에 대한 안 좋은 사회 인식이 조성돼 있고, 낙태죄를 왜 폐지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인식 전환과 잘못된 사회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해 시위를 계속 진행했다.

낙태(落胎)라는 단어는 태아를 인위적으로 모체에서 떨어뜨린다는 뜻으로, 그 자체가 부정적 의미를 내포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성이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찾고, 삶을 스스로 통제한다는 의미에서 임신 중단이라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낙태하는 여성이 문란하다는 인식도 존재하는데, 우리나라 남성의 콘돔사용률은 11% 수준이다. 사실 연애 · 결혼에 있어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에 있는 상황이 많아 여성들이 피임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하기 힘들다. 결국 양성 모두의 문제로 특히 남성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보지만, 여성만 처벌된다. 이러한 점들이 부당하다. 

외국의 경우 국가가 부양비를 미혼모에게 지원해주며, 국가는 남성에게 부양책임 의무를 환수한다. 만일 해당 남성이 아이 아버지가 아닌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해 부양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남성의 책임감을 제고하기 위한 장치가 전혀 없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점을 알리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낙태죄가 왜 헌법 위반이라고 생각하는지?

낙태죄는 태아가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형법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 외에는 태아를 생명으로 간주하는 조문이 없다. 민법을 살펴보면, 태아는 태어나기 전 상속받을 수 없으며, 아버지가 죽어도 상속권이 없다. 즉, 태어나야만 상속권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는 임신 중단 당사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낙태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자기결정을 통제하고, 여성의 신체 자유를 통제하려는 조치로밖에 안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를 태아 생명권 대 여성의 자기결정권으로 보고 있지만, 사실은 태아 생명권 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아니다. 우리는 태아가 생명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다. 

◆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이 공포 · 시행됐다. 이번 시위에 참여한 익명의 여성들은 본 개정안에 대해 밀실입법 의혹을 제기했다. 

보통은 개정안 시행 전 입법예고를 한다. 이 때문에 2016년 당시에도 입법예고를 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입법예고가 없었다. 우리를 포함해 의료계, 대다수 국민이 이게 확정되고 나서야 알게 됐다. 일반적으로 법안 폐기 시 재입법예고를 통해 조정하여 입법예고하지만, 이번에는 그러한 과정 · 절차가 없었다. 알아보니 민감한 경우거나 공고하기 어려운 경우에 대해 해당 부 장관과 법제처장이 협의하여 통과시킬 수 있다고 했다. 즉, 미리 공고하지 않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서 날치기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분명히 폐기된 것으로 알았는데 당황스럽다. 

◆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조만간 낙태수술 전면 거부 의사를 표명할 전망이다. 이 경우 비전문가가 낙태 시술을 하게 된다면, 임부는 2차 감염 등 큰 부작용에 처하게 된다. 이 같은 사태의 책임이 국가에 있다고 보는지?

만일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모든 책임은 당연히 국가에 있는 것이다. 1966년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심각한 저출산에 직면하자 인구수를 늘리기 위해 낙태금지법을 시행했다. 인구 정책 결과 여성 1인당 출산율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고아가 발생했고, 여성 · 아이의 삶은 불행해졌다. 불법 낙태 시술도 매우 많았다. 낙태가 불법인 나라에서는 뾰족한 막대기나 옷걸이 등으로 스스로 낙태를 시도하다가 사망한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도 낙태죄 폐지 운동에서 옷걸이가 상징이 돼버렸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 중 하나는 미프진(Mifegyne) 도입이다. 미프진은 대다수 국가에서 합법으로 인정된, 임신 중절을 원하는 여성이 복용하는 약으로, 사후피임약과는 다른 형태이다. 이렇게 여성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면, 수술을 받을지 약을 먹을지 선택할 수 있다. 약 · 수술 모두 여성에게 100% 안전하지 못하지만, 이는 실제 만족도를 높이고 건강을 더 보장해줄 방법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고려 없이 그냥 낙태하지 말라고 강제하고 있다. 

◆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성명을 발표하며, 고시 철회까지 낙태수술 전면 거부를 조만간 선언하겠다고 했다. 간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여성 · 산부인과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모자보건법 및 형법을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동의하는지?  

종전에도 임신중단 수술을 하는 의사에게는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2016년에는 자격정지 기간을 12개월로 늘리려 했다. 예전에는 비도덕적 진료행위가 물론 있었지만, 1개월 · 12개월 등 구체적인 말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자격정지 1개월이 명문에 박혔다. 그래서 의사회에서도 반발하는 것 같고, 우리 또한 황당하다. 

그런데 우리는 의사들의 행보에 대해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의사들도 자기들이 미리 발언할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는 것은 알겠지만, 그에 대한 대응이 낙태수술 전면 거부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낙태수술을 못 하게 하려고 동 개정안을 시행했다. 그런데 의사들이 낙태수술을 안 한다고 말해버리면, 결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거다. 이게 어째서 본 법안 철회의 적합한 수단 · 요구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의사들조차도 여성을 볼모로 잡아서 주장하는 듯싶다.

◆ 복지부 관계자는 낙태죄가 헌법 위반이라는 헌법 소원이 진행 중인 것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6년 9월 개정안에 대해 행정예고 이후 2년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공포 · 시행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된다고 해명했다.

2016년 당시에 그렇게 난리를 쳐서 결국 폐기 · 조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는데, 이제 와서 그걸 그대로 해버리면 왜 의견 수렴을 한다는 건지 알 수 없다. 행정예고 절차가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 답변 자체가 그냥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 선진국은 낙태를 임신 12주 이전까지 허용하는 추세이며,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는 헌법 개정 국민투표로 낙태법을 폐지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러한 추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지?

오늘 시위에 참여하는 분들은 대다수가 젊은 여성이지만, 남자나 나이 든 사람 중에서도 낙태법 폐지에 찬성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특정 종교 세력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 듯싶다. 이미 충분한 논의가 무르익었고, 청와대 국민청원도 23만 명을 달성했다. 그런데 정부는 사회적 논의 · 합의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미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계속 합의를 강조한다는 것은 결국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태아 생명권 및 임부 자기결정권 중 어떤 가치에 더 비중을 두는지?

우리는 태아에게 생명권이 없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는 임신 중단 가능 시기를 나눠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12주까지 자유, 그다음부터는 의사와 상담하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것 없이 무조건 불법이다. 예외적으로 강간 등의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애초에 태아는 세포에 불과하며 생명이 없다. 실제 성숙한 태아 크기는 7mm밖에 안 된다. 오늘 시위에서 해바라기 씨 던지는 퍼포먼스가 있는데, 딱 그 크기이다. 그렇게 치면 암세포도 생명인지? 이는 생명권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당연히 임부 자기결정권에 가치를 두고 있다. 

◆ 향후 계획은? 

원래대로라면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할 시점이었는데, 헌법재판소는 다음 재판부에 책임을 넘기기로 정했다. 이 때문에 계속해야 한다. 다음 시위는 9월경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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