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9일에 방영된 MBC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2회 분에서 ‘요실금 재테크’에 얽힌 에피소드가 등장했다.
‘요실금 재테크’란 요실금 수술을 하면 수술비 이상의 보험금이 나오는 약관을 가진 여성건강보험의 일부 가입자 들이 필요하지도 않은 요실금 수술을 하는 것을 지칭하는 은어 이다.
드라마 상황을 간단히 요약하면, 돈이 급하게 필요한 선희(최진실 분)가 민주엄마 (이영자 분)로부터 요실금 수술을 하면 (이미 가입되어 있는) 여성건강보험에서 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요실금 수술을 하려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여의사의 오해로 원하지 않은 ‘이쁜이 수술’을 받게 되었다는 에피소드 이다.
여기서 ‘요실금 재테크’는 드라마 전개 상 돈을 구해야 하는 선희의 절박한 입장이 표현하기 위한 극중 장치라고 이해된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니, 요실금과 관련해 실제와 틀리게 그려져 있는 부분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드라마 작가님이 요실금 질환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드라마를 구성했으리라고 충분히 이해되는 바이다. 하지만 잘못된 상식은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Imbc 홈페이지의 대본을 참고로 하여, 극 중에서 요실금과 관련해서 몇 가지 사실과 다른 사항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한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께서는 해당 장면을 떠올려 보시면서 가볍게 이 글을 읽으시고 요실금 질환에 대한 나름대로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장면 19 병원 건물 앞
병원 앞 생수를 꺼내 벌컥벌컥 마시는 선희
민주모 E. 무조건 가서 말해. 시도 때도 없이 지린다구. 애 낳은 여자들 중에 요실금 없는 여자가 어딨어? 당당하게 하고 와
‘시도 때도 없이 지린다’ 는 것은 의사로 하여금 복압성 요실금 외의 다른 원인을 찾아보게 한다. 복압성 요실금 시에는 기침이나 웃을 때 등의 복부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만 요실금이 생기게 된다. 물론 심해지면 계단을 내려가는 정도의 적은 복부 압력 증가로도 요실금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요도 괄약근을 다치지 않은 상태에서 ‘시도 때도 없이 지리는’ 경우라면 여러 가지 원인이 함께 있는 복합 요실금일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수술적 치료에 앞서 원인에 대한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
‘애 낳은 여자들 중에 요실금 없는 여자가 어딨어?’ 라는 이야기도 사실과 다르다. 물론 적지 않은 출산 후 여성에서 요실금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다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임신 중에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인 요실금은 30-60% 정도이며 대개는 출산 후에 회복된다. 출산 수년 후 나타나는 복압성 요실금은 중년에서 30-40%, 폐경 이후의 노령에서 30-50%로 알려져 있다.
장면 20 산부인과 간호사 테스크 앞
병원 내에서 간호사가 준 1리터 통에 든 물을 다 마시고 물통을 들어 머리위로 탁탁 턴다.
간호사: 좀 참으셨다가 신호 오면 소변 받아오세요. 잔뇨량 측정해야 되니까 충분히 배출하시구요.
선희 이게 마지막 검사죠?
장면 설정으로 보아 일부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패드 테스트를 묘사한 것으로 생각된다. 패드 테스트는 요실금의 정도를 평가하는데 사용하는 검사로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대개 환자에게 물을 섭취 시킨 후 시행하며, 그 경우에는 섭취량은 500 ml가 표준으로 되어 있다.
드라마에서 나온 바와 같이 1 리터나 되는 양의 물을 마시게 하지는 않는다. 요실금의 정도를 심하게 나타나게 하기 위해 미리 물을 먹고 가면 요실금에 의해 패드가 젖는 양이 늘어나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희와 같이 아예 요실금이 없는 경우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장면 21 좌변실 안
화장실에서 소변통의 1/3 가량만 채운다.
민주모 E : 잘했어 이제 검사할 때까지 꾹 참어. 방광에 소변이 많이 남아 있을수록 증상이 잘 나타난다니까.
방광에 소변이 많이 남아 있을수록 진찰 시 요실금이 잘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진찰은 소변을 본 후에 하는 것이 아니라 소변을 보기 전에 시행하게 된다. 그리고 소변을 본 후에 잔뇨가 많이 남아 있을 경우에는 복압성 요실금 이외의 다른 이상, 즉 방광근육의 수축 저하나 요도 폐색, 기타 신경인성 방광 질환 등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즉, 순수한 복압성 요실금이 있는 것처럼 가장해서 요실금 수술을 받으려는 선희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잘못 진행되고 있는 장면이다.
이후 소변을 억지로 참는 장면이 이어진다
보다 말아서 그런지, 못 참겠어.
민주모: 어차피 피검사나 초음파 검사하면 심하지 않다는게 뽀록날 수도 있으니까 기침할 때 움직일 때 자기가 연기를 잘해야 돼
선희: 근데 이러다 걸리면 개망신인데…
민주모: 철판 깔어 500이야, 500
복압성 요실금의 진단에는 진찰 시의 요실금 유발 검사와 요역학 검사가 가장 중요한 검사이며, 현재 의료보험공단의 심사평가원에서의 보험 급여 기준으로는 요역학 검사에서 나타날 수 있는 요도 괄약근의 요누출압이 일정 기준(120cmH2O) 이하이어야 한다.
피검사나 일반 복부 초음파 검사는 요실금의 진단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심사평가원이 요역학 검사를 보험 급여의 필수 요건으로 정한 것은 극 중의 선희와 같이 복압성 요실금이 없음에도 보험금을 타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수술을 받는 ‘요실금 재테크’와 같은 경우를 차단하기 위한 하나의 거름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보험 제도 하에서 진짜 복압성 요실금 환자 입장에서는 요역학 검사 기준에 충족될 경우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요실금 수술과 관련하여 지불해야 하는 본인 부담이 줄어드는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장면 25 진료실
진찰대에 누워 잔뇨량 체크 중
여의사: 잔뇨량이 너무 많은데, 혹시 참으신 것 아니에요
선희: 제가요? 아뇨.
여의사: 이상하네… 일단 검사 끝났으니까 내려오시죠
선희: 그렇죠? 그럼 수술은 언제,
여의사: 수술보단 먼저 약물 치료부터 해보죠
수술을 원하지 않거나 수술적 치료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경우 복압성요실금의 1차 치료 방법은 골반근육운동이다. 수술보다 약물치료가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요실금 질환은 급박 요실금이다.
처음 들으시는 독자들에게는 복합 요실금이니 급박 요실금이니 복압성 요실금이니 하는 용어 들이 좀 복잡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듯 하다. 급박 요실금은 소변이 급하게 마려우면서, 잘 참지 못하여 요실금이 생기는 상태로서 흔히 과민성 방광이라고 불리운다. 복압성 요실금은 복부 압력이 증가할 때 요실금이 발생하는 상태이다.
복합 요실금은 복압성 요실금과 급박 요실금의 두가지 경우가 한 환자에서 동반되는 경우를 지칭한다. 복압성 요실금 이나 급박 요실금 모두 치료 가능한 질환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앞서 심사평가원 기준 부분에서도 밝혔듯이 진짜 요실금 환자는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어 적은 본인 부담으로도 치료가 가능하게 되었다.
요실금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도 있어 일부에서는 ‘사회적 암’이라고도 불리우고 있다. 흔히들 하는 이야기로 병은 소문을 내야 낫는다고 한다. 혹 이 글의 독자 분들 중에 요실금 증상이 있으시다면, ‘요실금 재테크’를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활기차고 건강한 생활을 위하여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기를 권해 드린다. 다시 한번 강조 드리지만 요실금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끝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위해 사족 한 말씀을 드리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처럼 재미있는 드라마를 쓰고 있는 작가님께 요실금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다고 비난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다만 이 글이 요실금 질환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에게 드라마를 통해 자칫 잘못 전달될 수 있는 요실금 관련 정보를 바르게 전달하는 작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