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2024년도 지출보고서 실태조사 및 공개, 의약품 영업판촉대행(CSO) 신고제 등의 시행을 앞두고, 제약바이오업계가 건전한 의약품 유통질서 확립과 윤리경영 강화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장 노연홍, KPBMA)는 16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양평 블룸비스타에서 ‘2024년 상반기 KPBMA 윤리경영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제약업계 컴플라이언스(CP) 담당자 19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워크숍 첫 날은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김수연 사무관이 의약품 유통질서 관련 약무정책 동향에 대해 발표했고, ▲법무법인 율촌 황윤환 변호사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절차 및 동향, ▲법무법인 광장 정진환, 송현아 변호사가 CSO 신고제 시행과 전망, 효율적 활용 방안, ▲법무법인 태평양 안효준, 여정현 변호사가 CP모니터링 및 감사 기법 : 관리감독의무 입증 등을 소개했고 자유 토론이 이어졌다.
2일차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유통질서관리부 안미선 팀장이 2024년 지출보고서 실태조사를 안내했으며, ▲BnH세무법인 오정민 부대표가 컴플라이언스 관련 적격 증빙 및 세법상 유의사항, ▲김앤장 법률사무소 강한철, 전종원 변호사가 환자단체 및 환자 지원 프로그램 관련 컴플라이언스 이슈 등을 설명했다.
◆ “코프로모션과 CSO 다른데…” 복지부 해당 여부 검토 중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김수연 사무관은 오는 7월까지 2023년도 경제적 이익 제공 현황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2024년도 지출보고서 실태조사’를 비롯해 의약품 유통질서와 관련된 약무정책 동향을 소개했다.
지출보고서 제도는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자 의약품 공급자 등이 의료인, 약사 등에 제공한 허용된 경제적 이익 내역을 작성하고 관련 증빙자료를 5년간 보관하는 것이다. 허용된 경제적 이익 내역에는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등의 지원, 제품설명회, 시판 후 조사,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등이 있다.
견본품 제공의 경우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자와 수입자만 가능한 행위라는 점을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사무관은 “그간 견본품 제공을 CSO에서 위탁했더라도, 앞으로는 제약사에서 의료기관으로 직접 공급이 돼야 하는 부분에 착오 없길 바란다. 이에 대한 지출보고서 역시 제약사가 작성 후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품설명회에서 5만원 이하의 기념품, 10만원 이하의 시급료에 대한 부분을 유의하고, 대금 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 할인 1% 범위도 잘 지켜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올해부터 약사법 개정에 따라 지출보고서 실태조사 대상에 의약품 판촉영업을 위탁받은 CSO도 포함된다. 김 사무관은 “제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부분은 제조사에서, 수입사가 제공한 부분은 수입사에서 지출보고서를 작성하면 된다. CSO에 위탁시에는, CSO가 직접 위탁받아 제공한 부분을 작성해서 제출하면 된다”면서 “5월까지 자료를 작성하셔서 6~7월에 자료 제출을 받을 예정이다. 복지부와 심평원에서 8~11월 자료를 분석한 후 12월에 실태조사 결과를 공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업계에서는 이익 확대 차원에서 코프로모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CSO로 간주해서 규제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실제 이날 한 업계 관계자는 “CSO가 경제적 지출에 대한 작성 의무가 생겼지만, 정작 견본품 제공과 제품설명회, 마일리지 제공 등을 금지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사라졌다. 더욱이 많은 제약사들이 코프로모션 계약을 진행해서 판매업무 공동으로 하고 있는데, 이 경우 CSO 신고를 별도로 하고 관련 교육도 의무 부과해야 한다고 규정함에 따라 이중고가 예상된다”면서 “시간과 비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CSO 역할 확대와 제조업(제약사)을 하는 경우에는 CSO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사무관은 “그간 CSO가 제공 가능한 경제적 이익이 명시적이지 않아 유권해석에 의존했던 바,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에 명확화할 예정이다. 제약사 코프로모션 역시 판촉영업 위탁이 아닌 걸 증명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면서 “상위 법 해석을 달리하는 것은 어렵고, 관련 내용을 담은 시행규칙 개정안을 6월 입법예고를 목표로 준비중에 있다”고 답했다.
이날 CSO 신고제 시행과 전망에 대해 발표한 법무법인 광장 송현아 변호사는 “이미 제조업, 수입업, 도매업 등 허가를 보유 중인 제약사에 대해 코프로모션과 관련, CSO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많다. 이는 법률 해석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CSO를 제도권 안에서 투명하게 관리하려는 도입 취지와 목적에도 맞지 않다”면서 “불필요한 중복 규제에 해당되며 거래 관행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영업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자 글로벌 트렌드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이와 관련해 적정 가이드라인을 내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CSO 신고제를 앞두고 유의해야 할 사안들을 설명했다. 불법 리베이트 재원 활용가능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수수료율 적정성을 점검 및 개선하고 수행 인력 교육 의무에 대한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공정위 조사 급증 추세 당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 …관리감독 의무 증빙자료 반드시
지출보고서 뿐 아니라 이날 공정위 조사와 CP 등 다양한 윤리경영 강연이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절차 및 동향’을 강연한 법무법인 율촌 황윤환 변호사는 “최근 제약산업은 민생과 밀접한 산업인 동시에 내부고발 확대와 범정부차원의 대응 강화, 디지털 포렌식을 활용한 증거수집 용이 등으로 리베이트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공정위 내부에는 기업집단관리과, 공시점검과, 내부거래감시과, 부당지원감시과 등으로 구성된 기업집단국이 상설 조직화됨에 따라 감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는 행정기관임에도 경제 법원이자 경제검찰 역할을 하는 준사법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조사를 나오게 된다면 행위 인정여부와는 관계 없이 최대한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계약과 거래 타당성 등을 증명하기 위해서 평소 수의계약시 적정성에 관한 자료를 잘 갖춰두고 내부거래시 관련 위원회 또는 협의체를 설치해 타당성을 확보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P모니터링 및 감사 기법’을 주제로 법무법인 태평양 안효준, 여정현 변호사가 발표를 이어갔다. 안 변호사는 “공정위와 복지부 모두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된 조사를 확대하고 있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내부 공익신고자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국세청은 CSO 신고제를 앞두고 수수료 관행실태를 조사하는 등 제약업계에 대한 윤리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문제는 CP 담당자가 철저하게 관리해도 직원 1~2명의 일탈로 회사 전체에 피해를 주는 구조기 때문에 평소 이에 대한 관리감독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단순히 회사가 CP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임직원 대상 통제시스템을 구축한 후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실제 임직원 대상 교육을 수시로 시행하고 불참 임직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공식적 교육이 아니어도 이메일 등을 통한 수시로 안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률 위반이 발생한 후에는 신속한 조치를 하고, 징계 정차 역시 타당해야만 양벌규정 단서 적용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또한 평상시에도 영업사원에 대한 일탈률 관리를 시행하고, 이에 대한 별도의 처리 규정과 함께 최대한 관련 증빙자료를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안 변호사는 “개인적 일탈 이후 직원이 퇴사하게 되면 모든 책임을 회사가 질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관리감독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둬야 한다. 이때 규제당국 적발로 인해 혁신형 제약기업 탈락, 약가 인하 등 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퇴사 후라도 해당 직원에 손해배상 청구 등 구상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앞서 이재국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1994년 공정경쟁규약 마련 이후 제약바이오산업은 국민들의 공감과 신뢰를 얻고자 윤리경영 확립을 위해 적극 노력해왔다. 이어 리베이트 약가인하 쌍벌제 시행 등 처벌이 더욱 강화됨에 따라 업계 전반에서는 법규 준수 현황을 파악하고 리스크 관리에 최선을 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법의 모호함을 악용해 일부 소수 일탈은 여전히 개선할 과제도 남아 있는만큼, 이번 윤리경영 워크숍을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해 나가길 바란다. 협회 역시 지출보고서 제출을 비롯해 의약품 유통질서 확립에 대한 대국민 홍보에 앞장서고 윤리경영 확산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