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받는 유방암 환자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나인 말초신경병증 예방을 위해 수술용 장갑을 착용하자는 제안이 제시됐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은 유방외과 강연준 교수가 이 같이 제안했다고 25일 밝혔다.
유방암 환자는 보통 항암치료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유방암 항암치료에 자주 사용되는 ‘탁산(taxane)’ 계열의 항암제는 손이나 발의 통증, 저림, 무감각증, 신체 기능장애 등으로 대표되는 말초신경병증을 유발해 환자들이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부작용은 환자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삶의 질 저하, 증상의 유무에 따라 의료기관 이용 횟수와 의료비를 증가시키며, 약물의 용량 조절과 조기 치료 중단으로 종양학적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말초신경병증 부작용에 대한 뚜렷한 예방법이나 치료법은 아직 없는 상황으로,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한랭요법(cryotherapy: frozen glove)은 흔하게 사용되는 예방법 중 하나다.
다만, 한랭요법은 준비과정이 필요하고 환자가 불편감을 호소하며, 긴 시간이 소요될 경우 교체해줘야 한다. 또 압박 치료의 경우 압박 슬리브(compression sleeve)가 주로 사용되는데 손가락을 모두 압박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에 강영준 교수팀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과 병원에서 구하기 쉬운 수술용 장갑에 주목했다. 수술용 장갑은 손가락을 모두 압박할 수 있고, 특히 실제 임상에서 적용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연구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6개 병원에서 최소 12주 동안 파클리탁셀 항암치료가 예정된 19세 이상 70세 미만의 비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연구로 진행된다.
실험군(파클리탁셀 투여 동안 수술용 장갑을 착용하는 환자군)과 대조군(기존대로 파클리탁셀 투여 동안 수술용 장갑 미착용 환자군) 두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해 환자의 손에 맞는 정상 사이즈 수술용 장갑 두 켤레를 겹쳐 파클리탁셀 주입 30분 전부터 주입 종료 30분 후까지 착용해 말초신경병증 유발의 감소 여부 등을 확인하게 된다.
주요 결과 측정은 항암치료 후 표준화된 신경병증 등급 척도를 사용해 항암제 유발 말초신경병증 발생률과 중증도, 신경병증 관련 증상, 통증 수준 및 삶의 질 등을 평가한다.
강영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과거 일본에서 항암제 유발 말초신경병증 예방을 위한 비슷한 연구가 있었지만 적은 사례와 짧은 장갑 착용 시간 등으로 국내에 적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라면서 “수술용 장갑을 이용한 말초신경병증의 예방법은 사용이 간단하고 구하기 쉬우며 환자의 적응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연구의 유효성이 입증된다면 수술용 장갑을 이용한 항암화학요법 유도 말초신경병증 예방을 위한 압박 치료는 임상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은 물론,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예방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강영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이번 연구와 관련해 최근 국제 암 학술지 ‘BMC Cancer’에 ‘수술용 장갑을 활용한 유방암 환자의 항암치료 후 발행하는 말초신경병증 예방을 위한 제언(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using surgical gloves to prevent chemotherapy induced peripheral neuropathy by paclitaxel in breast cancer patients)’을 주제로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