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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후진국형 중환자 의료체계 개선 '필수'…‘중환자실 등급화’ 제안

홍석경 기획이사, 학술대회서 ‘중환자실 등급화’안 발표

현재 우리나라의 중환자실 수준은 감염병에 취약하며, 최소의 인력으로 최대한 많은 환자를 돌봐야 하는 ‘후진국형 중환자실’ 수준으로, 중환자실 개선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한 ‘중환자실 등급화’안이 발표됐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정기학술대회(KSCCM⸱ACCC 2023)가 4월 27~28일 양일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된 가운데 대한중환자의학회 홍석경 기획이사는 27일 기자간담회와 28일 학술대회에서 ‘중환자실 등급화’안을 공개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제안하는 ‘중환자실 등급화’

홍 이사가 대한중환자의학회를 대표해 제안한 ‘중환자실 등급화’안에 따르면 ▲4등급은 종합병원 이상의 중환자실이 갖춰야 하는 최소 기준 ▲3등급은 종합병원 중환자실이 충족해야 하는 이상적인 기준 ▲2등급은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이 최소한 갖춰야 하는 기준 ▲1등급은 상급종합병원마다 최소 1개 유닛 이상은 유지해야 하는 기준 등으로 이뤄져 있었다.

등급별로 보다 상세히 살펴보면, 먼저 등급에 상관없이 전담전문의 전공은 소아 중환자실의 경우 소아청소년과로 제한되며, 성인 중환자실은 내과, 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소속의 전문의로 제한된다.



이어서 1등급은 전담전문의 경우 의사 1명당 중환자 6명 비율로 유닛당 전담전문의를 배치해야 하고, 간호사는 간호사 1인당 0.32명 미만의 중환자를 돌봐야 하며, 시설은 1유닛당 12병상 이하 및 1인 격리실 비중이 80% 이상을 충족해야 함은 물론, 장비는 MV·CRRT·ECMO 등 유닛 전용 초음파를 갖춰야 한다.

또, 치료 수준은 폐쇄형 전담전문의 24시간 365일 상주해야 하며, 전담전문의가 중환자 입·퇴실을 관리하고, 다학제 회진 및 중환자 재활이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설정됐다.

2등급은 전담전문의 경우 의사 1명당 중환자 15명 이하 비율로 유닛당 전담전문의를 배치해야 하고, 간호사는 간호사 1인당 0.32 이상~0.5명 미만의 중환자를 돌봐야 하며, 시설은 1유닛당 20병상 이하 및 1인 격리실 비중 50% 이상을 충족해야 함은 물론, 장비는 MV·CRRT 등 중환자 전용 초음파를 갖춰야 한다.

치료수준은 전담전문의가 중환자 입·퇴실을 관리하고, 다학제 회진 및 중환자 재활이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규정됐다.

3등급은 의사 1명당 중환자 20명 이하 비율로 원내 전담전문의를 둬야 하고, 간호사는 간호사 1인당 0.5 이상~ 0.63명 미만의 중환자를 돌봐야 하며, 시설은 1유닛당 30병상 이하 및 1인 격리실 비중을 30% 이상 충족해야 한다.

장비는 MV를 배치해야 하고, 치료수준은 전담전문의가 중환자 입·퇴실을 관리하고, 다학제 회진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4등급은 의사 1명당 중환자 30명 이하 비율로 원내 전담전문의를 둬야 하고, 간호사는 간호사 1인당 0.63명 이상~ 0.88명 미만의 중환자를 돌봐야 하며, 시설은 1유닛당 30병상 이하 및 1인 격리실 비중을 20% 이상 충족해야 함은 물론, 장비는 MV를 배치해야 하고, 치료수준은 전담전문의가 중환자 입·퇴실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환자 의료체계 개선이 필요한 이유

홍 이사는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이 같은 제안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최근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2008~2018년 동안 중환자실을 이용하는 인구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19와 같이 반복되는 신종 감염병 발생으로 중환자 의료체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중환자실에 대해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주기적으로 감염병이 발생하고 있고, 300명 이상의 중환자가 발생하면 우리나라는 코로나 의료시스템은 물론, 코로나 환자의 중환자 시스템도 같이 흔들리는 환경에 처해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난 27일 정은경 前 질병관리청장이 말한 것처럼 치명률을 고려할 때 훨씬 많은 환자들이 초과 사망했으며, 미국·영국·일본·뉴질랜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준비되지 않아 초과사망률이 증가한 반면, 우리나라는 중증도가 높아지는 경우 다른 나라 대비 초과사망률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非코로나19 환자 초과 사망률도 높게 나타난 것에 대해 비판했다.

또, 홍 이사는 국내 특성상 지역별·병원별 치료 성적의 편차가 매우 크고,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일반 병원의 사망률에 큰 차이가 있으며, 근거 중심의 표준화 치료는 직접적으로 사망률을 감소시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이를 주도하는 의료인인 전담 전문의가 법적으로 없어도 상관없는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우리나라 중환자실 근무 의사에 대한 규정과 현실의 문제점

의료인과 관련해 現 의료법의 문제를 대대적으로 꼬집었는데, 첫째로 300병상 이상의 의료기관 중환자실 시설에 대해 “중환자실에서는 전담 의사를 둘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전담 전문의를 두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조항이라고 꼬집었다.

둘째로는 상급종합병원 기준에서는 전담 전문의를 각각 1명씩 두도록 되어 있는데, 해당 기준은 ▲소아 중환자실 1명 ▲성인 중환자실 1명을 두도록 하는 것으로, 성인 중환자실의 개수와 상관없이 전담 전문의 1명만 두면 돼 별 의미가 있는 기준이 아니라고 말했다.

셋째로는 적용되는 수가점수는 전담 전문의 수와 상관없이 421점뿐으로, 중환자실에 전담 전문의를 많이 두더라도 전담 전문의 1명당 421점이 아닌 총괄 421점을 받게 되는 구조이기에 전담 전문의 채용에 이득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홍 이사는 “실제로 전담 전문의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최근 상급종합병원에는 전담 전문의가 100% 있으나, 종합병원은 37.6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전체 평균이 46.7명에 불과하며, 상급종합병원 경우도 전담 전문의가 1명이라도 있으면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포함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현재 중환자실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수치가 발표됐는데, 홍 이사에 따르면, 의사 1명당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몇 명까지 보고 있는지를 계산하면 상급종합병원은 의사 1명당 환자 17.3명, 종합병원은 의사 1명당 환자 24.5명을 돌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의사 1명당 중환자 수십명을 돌보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중환자실 근무 간호사의 현실

중환자실 전문인력 중 전담 간호사의 비율도 심각한 상황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홍 이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간호사 1명당 중환자 2.5명을 보고 있고, 종합병원은 간호사 1명당 중환자 6.7명을 보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며, 사직자가 갈수록 늘고 있고 휴직자·복직자는 줄어들고 있는 상태로, 중환자 간호 경험이 있는 간호사들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 있었다.

무엇보다 홍 이사는 “중환자실의 간호등급을 간호·간병 통합 병동의 간호등급인 4등급보다 낮은 등급에 두는 것이 맞느냐?”라고 비판하며, 중환자 의료체계 개선이 절실함을 피력했다.



◆우리나라 중환자실 구조·시설·장비는 ‘후진국형’

중환자 병상 구조에 대해서는 ‘후진국형 중환자실 구조’라는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홍 이사는 “2022년 11월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에서 전국의 300병상 이상 병원 167개소를 대상으로 중환자 병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에는 ICU가 있었고 그중에 1인실은 2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1인실 비중은 7.1%~17%로 나타났고, 중간값은 10% 중반대로 분석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중환자실 장비의 경우 최근 첨단 시설·장비들이 다형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중환자실 장비 기준은 기본적인 장비 기준만 법적으로 규정을 하고 있어서 수정이 필요한 상황으로 드러났다.

◆ 우리나라 중환자 의료체계 개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

홍 이사는 “우리나라의 중환자실 문제점은 중환자 전문 인력이 중환자 의료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에도 부족한 상황이고, 시설은 적은 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볼 수 있는 후진적인 병상 구조이며, 감염에 취약해 신종 감염병 유행 시 사용할 수 없는 구조”라고 총평했다.

이어 행위별수가제로는 절대 중환자실을 개선할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중환자 의료체계 개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중환자실 인프라·인력·시설·장비를 다양한 접근을 통해 역량 강화를 꾀해야 하며, 전체적으로 중환자 의료의 질 향상과 지역 간 편차를 최소화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권을 수호하고, 재난 시 대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