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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보건의료 긴축, 후진적인 정책…유럽 사례 참고해야”②

우석균 대표 “긴축으로 남부유럽이 코로나19 피해 심각했던 것을 생각해야”

우리나라에서 보건의료 긴축정책을 펼치는 것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참여연대와 보건의료단체연합,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이 공동 주최하는 ‘경기침체 속 엇나간 긴축, 전망과 대안’ 신년좌담회가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 사회정책 대응 모색’을 주제로 1월 18일 오전 10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긴축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먼저 우 대표는 “IMF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7~1998년에 벌어진 아시아 위기 및 IMF 당시 지니계수가 10~20%가량 많이 올라갔는데, 경제 위기를 비롯해 경제 위기에 따른 긴축 재정이 굉장히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긴축 재정이 심하면 심할수록 불평등이 악화됐던 것으로 보고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반면에, 재정 지출을 삭감하는 대신 재정 적자를 메꾸기 위해 누진세를 걷고, 이자에 세금을 메기며, 가난한 사람들한테는 세금을 적게 걷는 식으로 적용했더니 불평등이 악화되는 경향이 긴축 재정을 시행하는 것보다 덜한 것으로 분석됐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미 나온 지가 꽤 됐는데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전혀 인지하지 못한 그런 정황이 있다는 것에 나쁜 의미로 인상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된 사례로 우 대표는 2008년의 경기 침체와 긴축 정책이 건강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우 대표는 “그리스 경제 위기 당시 2009~2011년 동안 그리스에서 자살률이 2배로 증가했으며, 영국의 경우 긴축정책 시행 후 50만명이 실직하는 과정에서 실직이 많은 지역에서 자살률이 20%까지 증가하는 등 실업률이 올라가면 자살률도 같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이라는 표현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영국에서 긴축정책으로 인한 실업수당 자격이 강화되자 굶주림, 우울증, 노숙, 먹거리불안정 등이 증가한 사례 및 연구결과도 소개됐다.

노숙과 주거불안정은 감염병과 신체 손상, 먹거리불안정, 다중질병, 조기사망의 위험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영국의 80대 이상 사망률 증가는 경제 불황보다 재정삭감 조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유럽에서 이틀마다 고기 및 대체 야채 공급 불가능 가정이 2009년 8.7%에서 2012년 10.9%로 영양 구속 상태에 처한 사람들이 약 1350만명 증가했는데, 이와 관련해 우 대표는 “영양 구속 상태는 장기적으로 사망이나 질병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정신 건강의 경우 미국을 포함한 13개국의 다국적 조사 결과가 소개됐는데,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64세에 실직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우울증상을 초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그리스에서는 월평균 우울증 유병률이 2008년 3.3%에서 2011년 8.2%, 2013년 12.3% 순으로 증가했으며, 유럽에서는 2007년 이전까지 자살률이 꾸준히 감소했으나 2009년 6.5%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 대표는 “많은 나라들이 경제 불황 회복 이후에도 자살률이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라면서 “이는 실업률과 채무, 주거 불안정 문제와 연관이 있다”라고 꼬집었다.

재정 압박에 대응해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공중보건기금을 삭감한 이후 나타난 부작용 등에 대한 사례 등도 소개됐다.

먼저 우 대표는 “대부분 많은 나라들이 기축 재정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 건강보험, 의료보장을 강화하는 조치를 많이 시행했으며, 이러한 국가들의 경우 긴축으로 인한 건강영향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이어 “긴축을 시행하면서 건강보험이나 의료보장을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국가들의 경우 병원 부문과 행정비용, 의약품 가격, 직원 수와 임금 등에 긴축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고, 장기적으로 이어지면서 코로나19 대응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례로 우 대표는 코로나19 유행시기 긴축정책이 심각했던 남부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장 컸던 것을 사례로 제시했다.

긴축이 진료에 대한 보장 및 접근성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우 대표는 경제위기 기간 동안 여러 형태로 본인부담금이 인상돼 환자들의 재정적 부담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50세 이상의 코호트를 추적하는 유럽의 건강·노화·은퇴 조사(SHARE)에 따르면 경제 위기 이전과 비교해 본인 부담 지출이 증가했으며, 치명적인 의료지출을 겪는 사람들의 비율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긴축은 경제 위기보다 진료 접근성에 영향을 더 크게 미친 것으로 나타났는데, 유럽의 ‘자기보고 미충족 의료수요’ 하향 추세가 긴축 정책 이후 전반적으로 역전했으며, 미충족 수요는 2005~2009년 2%p 감소했으나, 긴축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2010년부터 증가해 2012년에는 3.4%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충족 의료수요 증가는 그리스와 라트비아, 포르투갈 등 본인부담금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 두드러졌으며, 이 국가들에 대한 EU-SILC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긴축 정책 최고조 시 미충족 의료수요가 4~6%p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 대표는 이에 대해 “결론은 경제 위기가 됐을 경우 긴축 정책을 시행하면 경제 위기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과 질병 등이 더 많아지는데, 이를 제때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고통이 더 심화되고, 질병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상대적으로 긴축 정책을 취한 우리나라의 대응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우 대표는 “2021년 7월까지 코로나 대응 지출을 살펴보면, 선진국 20개국은 평균 17.3%를 지출했으나, 우리나라는 4.5%만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실시한 ‘제로코로나’ 정책은 방역을 아주 엄격하게 해야 해서 사회적으로 힘드므로 돈을 많이 풀어야 하는데, 정작 우리나라는 돈을 풀지 않아 자영업자나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경제적 피해가 집중됐으며 요양시설 거주자, 노인, 장애인 등에 사망자가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 대표는 사회적 저항으로 제로코로나 정책 조기 중단을 초래하는 것으로 이어지면서 다른 제로코로나 정책을 취했던 국가들과 달리 초과사망자가 2021년 5%를 초과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의료보호 대상자의 경우 건강보험 대상자 사망률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 것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끝으로 우 대표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보건의료 긴축정책은 재앙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는 우리나라는 간접적 경비 삭감이 아닌 건강보험 적용 대상 축소를 통해 환자들의 본인부담을 직접적으로 높이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으며, 병원인력 구조조정과 공공병원 예산 삭감 등으로 보건의료 이용을 직접 겨낭한다는 점에서 매우 후진적이고 직접적인 심각한 긴축정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 대표는 1997년 IMF 외환 경제위기 시기의 긴축정책으로 자살률의 경우 1997~1998년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해 2000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0년대에 들어와서야 하락했으며, 노인 빈곤률과 출생률, 노숙자 문제 등 1997~1998년 경제위기 이후 발생한 지표들 중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사회적 지표가 많은 점 등을 거론하면서 건강피해와 사회적 피해가 너무나도 분명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긴축정책이 없어도 OECD 국가 중 의료이용 시 본인부담 비용이 가장 높은 나라, 공공재정지출이 가장 적은 나라, 의료이영 상하위 격차가 가장 큰 나라, 재난적 의료부담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인 점을 고려하면 긴축정책은 우리나라와 맞지 않음을 주장했다.

아울러 우 대표는 우리나라 사회의 1997~1998 경제위기와 긴축정책, 다른 나라들의 긴축정책의 실패 경험에도 다시 추구되는 긴축정책과 보건복지 분야의 긴축은 명백히 잘못된 정책이며, 우리나라 사회를 수십년간 후퇴시킬 수 있음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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