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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⑤] 포스트 코로나 대비한 보건의료의 나아갈 방향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1. 들어가며
우리나라에 첫 확진자가 나온 2020년 1월 20일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예방접종과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종식 선언이 언제쯤 이루어질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2022년 11월 1일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561만5667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국민 절반이 코로나19에 걸렸고, 그중 2만9209명이 사망했다. 이러한 국가적 재앙에 정부는 보건의료 관련 인력·시설·장비를 코로나19 방역과 확산 방지에 집중시켰다. 이로 인해 암·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환자들이 제때 입원이나 치료받지 못해 피해와 고통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확진자를 치료할 병상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을 때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중 5.4%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의료기관이나 약국 방문이 어렵게 되자 그동안 의료계와 시민사회에서 강도 높게 반대했던 원격진료가 비대면 진료 형태로 한시적으로 허용됐고, 약사가 조제한 약을 환자가 약국에 가지 않고 집에서 배달받는 것도 한시적으로 가능해졌다. 

코로나19 방역에 보건의료 데이터가 분석돼 활용되고 있고, 디지털 헬스기기를 이용해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환자들도 증가하면서 질환에 대한 자가 관리능력 향상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코로나19 백신은 충분한 분량의 신속한 도입이 핵심이지만 정부는 초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충분한 분량의 백신을 신속하게 도입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도입에 있어서 선제성과 적극성이 부족했다는 국민의 불만에 직면했고, 백신 주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아래에서는 환자들의 지난 2년 10개월간 ‘코로나19 대유행’ 경험을 토대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보건의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환자안전, 공공의료, 의사 인력, 원격진료 관점에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환자안전과 재정투입·환자참여 
‘코로나19 대유행’은 환자안전의 중요성과 환자·국민도 보건의료인과 함께 환자안전의 주체라는 사실을 강하게 인식시키는데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의약품·치료재료·의료기기· 수술 등 ‘보이는 의료행위’에 재정을 투입해 개선하는 것에는 적극적이었지만 감염·투약오류·낙상 등을 예방하는 ‘보이지 않는 환자안전’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는 인색했었다. 

그러나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코로나19를 예방하고 확산을 방지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환자·국민 모두가 ‘코로나19 대유행’을 통해 시청각적으로 경험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막대한 국고와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더는 주저하지 않게 됐다. 

무엇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앞으로 계속해 발생할 것으로 전문들은 예견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감염병 예방 등과 같은 환자안전에 대해서도 ‘보이는 의료행위’처럼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하고, 환자안전에 대한 환자·국민의 참여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

3. 공공의료 강화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나라 공공의료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병원은 5.4%에 불과하고, 전체 병상 중 공공병상은 9.7%밖에 되지 않는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평균 공공병원 비율은 55.2%, 평균 공공병상 비율은 71.6%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권에 속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민간병원에서 확진자 입원을 꺼리는 상황에서 그나마 5.4%의 공공병원이 확진자 입원과 치료에 나서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국민은 공공병원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됐고, 정부도 이전보다 공공병원 확충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됐다. 

공공병원은 민간병원이 수익이 적다고, 힘들다고, 위험하다고 잘 하지 않는 감염병 뿐만 아니라 응급의료, 외상, 심뇌혈관, 산부인과, 어린이 등과 같은 필수 의료서비스 영역을 감당하고 있다. 

문제는 공공병원 설립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OECD 수준의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병원에도 행정적·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공공의료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야 하며, 이와 함께 국가 차원에서 최소한의 공공의료를 담보할 수 있는 규모의 공공병원 확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공의료가 지역적 차별 없이 제공될 수 있도록 공공병원은 의료취약지부터 우선해 확충해야 한다.

4. 의사 인력 확충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나라 의사 인력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체감시켰다. 2020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 평균이 3.7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5명에 불과하며, 특히 우리나라 의사 인력의 특징은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과 의료기관 종별·지역별·진료과별로 의사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지방 소재 병원과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 등 비인기 진료과의 의사 수는 늘 부족하지만, 동네 의원과 서울·경기 수도권 소재 병원과 성형외과·피부과 등 인기 진료과의 의사 수는 넘쳐난다. 

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의사 인력 정책은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는 부족하다. 의료기관 종별·지역별·진료과별로 의사 편중 현상 해소법까지 구체적으로 함께 설계돼야 한다.

의사 인력 부족 문제 해법으로 외국 출신 의사 수입, 은퇴 의사 활용, 의료수가 인상, 의대생 입학정원 확대 등 다양한 방안들이 주장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유럽처럼 외국 출신 의사를 수입하는 방안은 우리나라 정서상 단기간 내 도입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따라서 의사의 은퇴 시기를 늦추거나 은퇴 의사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의료수가 인상에 대해서는 그동안 기피 진료과였던 흉부외과 등 일부 진료과 의료수가를 대폭 인상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경험으로 부정적 여론이 강한 만큼, 우리나라 의사 수를 OECD 평균 수준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현재 50명 미만인 소규모 의대의 의대생 입학정원을 단계적으로 100명 수준까지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 생각한다. 

5. 환자 중심 원격진료
비대면 진료·스마트 진료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원격진료는 지난 10년 이상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 허용 여부를 높고 의료계·시민단체·노동단체와 정부·산업계 간 격한 찬반 논쟁과 갈등을 이어왔다. 

그런 가운데 원격진료 관련한 많은 쟁점이 해소되지 않았고 법률적 근거도 미약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대유행’ 직격탄을 맞으면서 2020년 2월 24일부터 원격진료가 ‘비대면 진료’라는 용어로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정부는 더 나아가 2022년 8월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까지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2022년 6월까지 512만 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면 이제 더 이상의 원격진료 찬반 논쟁은 불필요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강병원 의원은 각각 원격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현재 심의가 진행 중이며, 새 정부는 ‘의료취약지 등 의료사각지대 해소 및 상시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 대해 일차의료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을 국정과제로 선정까지 했다. 

원격진료는 환자 관점에서는 치료 효과를 높이거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신약·신의료기기·신의료기술 등이 새로 개발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제는 의사가 비대면 진료를 어떻게 대면 진료의 보조 수단으로 잘 활용할 것인지와 부작용이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그 방법을 찾는 것이 주요 관심사가 돼야 하며, 무엇보다 원격진료 입법화와 제도화가 의료계·산업계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에서 추진돼야 한다.

원격진료는 도서·산간·벽지 등과 같이 지리적 의료취약지 환자와 중증장애인 등과 같이 신체적으로 거동이 매우 불편하거나 불가능한 환자가 최우선순위 대상이어야 한다.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으로 반복적인 처방을 받는 환자와 수술·항암치료·이식 등 치료가 종료되어 정기적으로 추적관찰을 하거나 검사 결과의 단순 통보가 필요한 중증질환 환자는 시범사업을 통해 객관적인 검증과 평가 단계를 거쳐 대상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원격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이어야 하고, 비대면 진료만 하는 의료기관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비대면 진료는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하고. 초진의 경우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제한적인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6. 나가며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을 해외에서 ‘K-방역’으로 부르며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간과하면 안 되는 이슈가 있다. 

암·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환자의 안정적 치료환경 조성이다. 중증질환 환자들은 만성질환에 비해 일정한 기간 안에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수술·항암치료·방사선치료·이식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서 감염병에 매우 취약하다. 

그런데도 정부와 보건의료기관은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에 보건의료 관련 인력·시설·장비를 집중시켰으며, 이로 인해 중증질환 환자들의 검사와 수술·치료가 늦어져 질병이 악화하거나 응급상황 발생으로 생명까지 잃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해당 중증질환 환자나 보호자를 대상으로 평상시보다 더욱 충분한 설명과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법에 대한 안내도 필요하며, 코호트 격리된 의료기관에서 치료 중인 중증질환 환자 대상의 감염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일부 혹은 전체가 폐쇄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던 중증질환 환자들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 될 경우에도 충분한 설명과 적절한 안내와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며, 이러한 메르스·코로나19 등과 같은 ‘신종 감염병 대유행 시 중증질환 환자들의 안정적 치료와 전원 시 설명·안내·특별한 조치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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