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인터넷강국 답게 어느 지역을 가도 행정관청에서 매일 아침 또는 수시로 재난 문자를 보내주고 있다. 그 중에서 코로나 확진자 수는 매일, 있는 지역별로 알림이 오면서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년간은 날씨뉴스처럼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의 보도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었고, 언제 감염될지도 모르는 불안감과 가족들의 안녕을 살피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지금은 어느정도 잦아들고는 있지만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우리 생활을 예전처럼 돌려놓을지 불안한 마음을 추스르기가 힘든 형편이다.
격리와 거리두기로 인한 지장은 개인의 경제활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공공의 행사를 제한시켰으며 결국에는 국가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팬데믹 상황이라서 각나라별 대응방식에 따라 회복의 속도가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코로나 이전으로 정상화 되가는 추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실내마스크 해제 선언도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
초기시작부터 마지막 부분까지 방역, 백신, 병상 확보 등에 관한 정부의 대응은 늦거나 적절치 못하다고 보인다. 지금에 와서야 초기대응부터 실패했다는 점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라는 자조와 회한이 들기도 하겠지만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복기해보는 것이 오답노트를 마련하여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올바른 자세가 되지 않을까 한다.
국가 간의 전파를 막기위해 국경을 봉쇄할 것인지 말것인지, 백신을 미리 준비할 것인지 말것인지, 병상을 얼마나 확보해야 할지, 사람들 간의 거리두기는 어느 시점에 어디까지 어느 범위까지 해야할 지 등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고 차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면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코로나19는 생물학적 재난이며 앞으로 변이종의 출현이 예상되고 팬데믹의 주기는 점점 짧아지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분야는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 이런 의문과 해법 찾기는 의료계만의 과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국가와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와 국회는 지속적으로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의료분야에 대한 제도적 보완으로 기초체력을 다져 놓아야 하고 재정확보와 지원이 필수적인 각종 의료기술들을 보완해 놓아야 한다. 대규모 감염병사태에서 방역을 담당할 의료진들이 확보가 안되어 급하게 구하는 모습들은 평소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공공의료의 대비와 투자가 부족했다는 점을 드러내었다.
코로나 19가 끝나가는 시점까지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민간의 대형병원들에게 병상을 제공하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것이었는데, 공공의료를 수행할 보건소와 지자체 의료원들이 중심이되기 보다는 민간에게 강제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한다.
코로나 창궐상황에서만 봐도 1차의료기관인 일반의원급에서도 할 수 있는 검체채취나 판정, 격리조차 등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살펴봐야한다. 현장에서는 보상체계 협의에 시간이 지체되어 의료기관과 환자들의 혼란과 희생을 감내하지 않았는지 다시 점검 해봐야한다. 신속한 검사와 격리, 선별적인 치료, 중환자 분류, 원활한 이송체계가 이루어지려면 현장의료진의 판단이 우선되어야 하고 행정서류작성 등에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
코로나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의 공공의료 확충 의지가 단순하게 공공의대 하나로만 귀결되는 것은, 근본적인 개선보다는 보여주기 식 행정과 선심입법에 기인하는 경우가 아닌가 생각된다. 공공의대는 공공의료에 필요한 일반의 배출보다는 전문의 중심의 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고 결국에는 더욱 기형적인 의료전달체계와 보험재정 낭비를 불러올 수 있다.
일반의를 늘리기 위해서는 일반의 자격만으로도 충분히 의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를 개편하고 정책수가신설등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할 것이다. 일반의원과 일반의들은 국민들을 가장 먼저 만나고 치료를 해줄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의료체계의 뿌리가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코로나 이후 주목을 받는 분야 중 하나로 비대면 진료라는 분야가 있다.
정부와 국회는 코로나19가 극성일 당시 확진자와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임시방편으로 허가된 비대면진료를 코로나19가 종결 되가는 시점에서 법제화를 통해 하나의 시장으로 인정해주려고 한다.
이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비대면 진료에서는 환자의 지식과 경험이 의사와 비슷하거나 최소한 소통 가능할 정도는 되어야 정확한 정보교환이 가능하다. 환자의 질환과 증상이 천차만별이고 환자의 표현에서 개인간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처음부터 오진을 불러올 수 있다. 진료는 의사와 환자간의 밀접하고 개별적인 접촉을 통해야 확실한 진단과 치료의 길을 찾아갈 수 있다. 비대면 진료는 팬데믹의 경우에 일시적으로 제한된 범위내에서만 허용되어야 하며 진료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서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의료기술에 관한 문제에 대해 백신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팬데믹 상황으로 돌입했을 때 우리나라는 백신을 생산할 능력이 없었다. 선진 각국에서 백신을 생산해서 자국 백신으로 최소한의 방어막을 형성하고 있을 때에도, 우리는 가장 유효하다는 백신을 만들어내는 회사와 구매계약도 제대로 하지 못했었고 따라서 국민들은 검사와 격리만으로 버텨 내야했다. 검사실적을 자랑할 때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팬데믹 가능성이 생기면 바로 예방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돌입해야 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자체 생산능력이 없다면 즉 백신 주권이 없다면, 백신구매계약에 매달리게 되고 선진국의 선처에 기댈 뿐이다. 백신생산능력이 있는 나라에서 자국국민들의 2차 또는 3차 분 백신까지 챙겨 놓은 이후에나 우리 차례가 돌아올 수밖에 없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능력은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능력은 아니고 정부와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외국과의 협력체계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는 국토방위의무 만큼이나 국민 생명수호의무를 지켜야한다.
최근에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있다. 이는 우리의 방산업체들이 1970년대부터 기술을 축적하고 인력을 양성하는데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룬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단 한 번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국방을 유지하듯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팬데믹 감염병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최소한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고 이에 필요한 투자와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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