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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③]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보건의료가 나아갈 방향

홍윤철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장)

코로나 팬데믹을 크게 겪은 이유는 현재의 발전전략 혹은 사회적 구조가 한계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코로나 팬데믹은 현재의 발전전략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도 보건의료적 대응체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러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보건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변화와 전략은 어떠한 것일까? 

사실 보건의료체계는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서 형성되는 것이어서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계나 시민단체, 정치권 모두 보건의료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기 때문에 지금이 보건의료체계를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보건 의료 체계 혁신의 필요성은 코로나 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때문이기도 하지만 초 저출산, 초고령화 같은 인구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즉 수명이 크게 늘어나면서 세계에서 유래를 볼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여 시급하게 보건의료 체계를 갖추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2020년에 우리나라의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이미 15%를 넘었고 앞으로 매년 1%씩 증가하여 2030년에는 25%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2020년은 1955년생, 즉 베이비붐이 시작된 세대가 65세가 되어 노인인구로 편입되기 시작하였던 해이고 앞으로 10년은 인구증가에 크게 기여한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는 기간이어서 이 기간에는 정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인인구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의 80% 이상이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폐질환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그리고 두 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도 아주 흔하다. 결국 노인이 늘어난다는 뜻은 만성질환자가 늘어나고 특히 여러 개의 질병을 갖고 있는 복합질환자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고혈압과 당뇨병을 같이 갖고 있는 노인을 생각해보자. 현재의 보건의료체계에서는 이런 분들이 스스로 질병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고혈압치료를 위해서 A병원에 가고, 당뇨병 치료를 위해서 B병원을 찾아다니면서 자신의 질병을 돌보아야 한다. 이는 젊은 사람들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래서 제대로 치료가 안되어 약을 먹지 못하거나 중복처방이 되어서 약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경우들이 생기게 된다. 사실 이러한 일들은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알아서 병원을 찾아가는 병원중심의 의료에서 의료서비스가 환자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지역사회중심의 의료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질병이 생긴 다음에 치료하는 치료중심의료에서 질병이 걸리지 않게 건강관리를 지속적으로 하는 예방중심의료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태아부터 노화의 단계까지 성장과 변화를 겪는 생애 주기를 중심 개념으로 하여 의학적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 중심의 의료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로 의료의 활동범위를 확대 설정하여 접근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오늘날 질병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생활환경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즉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병원을 찾아가서 질병을 진단받고 약을 먹고 치료를 받는 차원을 넘어, 생활 속에서 질병의 예방과 치료, 그리고 장애를 다루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특히 병원을 넘어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보건의료의 필요성은 고령화의 증가와 함께 매우 커졌다. 

지역사회에서 사람 중심의 건강관리와 의료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건강과 의료정보를 디지털화 하여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스마트 시스템으로 장착한 커뮤니티 헬스케어는 지역사회의 여러 자원과 인적 역량을 원활하게 네트워크화 시킴으로써 사람 중심의 의료를 실현함과 동시에 지역사회 병의원을 밀접하게 연결하여 의료가 펼쳐지게 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모든 자원이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몰리는 중앙집권적인 의료 시스템을 분권화 시키고, 한편으로는 의료 격차를 줄이고 의료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이 지역사회에서 구현되면 개인과 집에서부터 시작되는 건강모니터링을 통하여 의료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정확하게 판단하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단 도구는 환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타액, 소변, 대변, 혈액과 같은 생체시료검사 결과를 해석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최신 의료 기술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판단 근거를 어느 정도 제공할 것이다. 환자들은 이러한 정보를 지역사회 주치의와 공유하면서 수준 높은 건강관리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스마트 의료체계는 지역사회내에서 가정과 병원도 연결하게 될 것이고, 이를 이용하면 건강관리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즉 가정, 학교, 직장으로부터 병원에서의 집중치료에 이르기까지 여러 전문 분야의 사람들이 스마트 네트워크 시스템을 이용하여 서로 협업하고 진료의 연속성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환자를 모니터링 하게 되며, 상위 병원의 시설과 장비를 이용하거나 혹은 병원 의료진과 협력해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관리할 것이다. 이와 같이 환자에 대한 정보를 병의원 간에 공유하고 이용하여 정확하고 지속적이며 포괄적인 판단 및 치료를 할 수 있게 되는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래의료를 여는 기반이 될 것이다. 

* 외부 컬럼과 기고는 메디포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