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간호 보조 인력의 투입으로 부족한 간호사 인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건보재정이 아닌 정부 재정을 투여해 간호사들의 전반적 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바탕으로 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간호사들의 커리어 개발이 이뤄질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임금 가이드라인 시범사업을 해보자는 주장인데,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건보재정으로 진행되는 시범사업인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권미혁 의원실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가 주최한 ‘간병 부담 완화, 환자 안전 향상을 위한 병원 간호간병서비스 개혁 방안’ 국회토론회가 14일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발제자인 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위원은 OECD 국가 비교를 통해 한국의 간호사 인력 문제점 지적과 대안을 제안했다.
이상윤 연구위원은 “한국은 OECD 국가 대비 인구당 의사 및 간호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국가에 해당해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가 높다”며 “다만 이를 새로운 간호 보조인력의 ‘Skill Mix’로 해결하는 시도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Skill Mix’ 정책은 재정 절감 대책은 될 수 잇을지 모르지만 간호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해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 연구위원은 “실제로 다른 OECD 국가들의 ‘Skill Mix’ 정책은 부족한 의사 인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격이 강한 것이지 간호사 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는 거의 없다”며 “일부 국가에서 시도되는 간호사의 ‘Skill Mix’ 정책은 간호사의 절대 수가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상태에서 보조적인 수단으로 시행되는 성격이 강하다. 한국적 상황에서 고려할 정책 수단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OECD 국가가 간호사 인력 부족문제에 대비하는 방식은 대부분 이직률을 낮추고 직무 유지율을 높이는 방향에 집중돼 있다.
그는 ▲간호사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 강화 ▲간호사 이직률 및 직무 유지율 지표 관리 ▲환자 1인당 간호사 수 법제화 ▲간호사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재정 투여 기제 마련 등을 간호사 부족 및 지역적 불균형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선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간호사 임금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임금 하한선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또 특정 지역에 일정기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간호대학 학비를 지원한다던지 의료취약지는 수당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의 환자당 간호사 수 최저선을 법제화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는 병원은 퇴출시키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건강보험 수가 형태의 인센티브 구조의 한계를 벗어나 일반 재정을 투여할 수 있는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정부 지원 강화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며, 간호인력 문제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목포대학교 간호학과 유선주 교수는 “그간의 간호인력 확보를 위해 시행된 정책들은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이 부족했고, 수정보완 과정이 미흡했다”며 “예를 들면 간호대 정원 확대가 지방 중소병원 간호사 부족을 이유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을 중심으로 적용됐지만 모병원 등 교육적 기능을 갖춘 실습의료기관이 확보되지 못한 채 간호대, 간호학과가 신·증설됨으로써 간호교육을 질저하를 초래하고, 실제 지방 의료기관 간호사 부족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정부정책 수립은 간호관리료 차등제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관련 제도 간 적용 모순이 없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며 “또 제도 신설 시 관리방안을 수립하고 모니터링 실시, 미준수에 대한 처벌규정을 함께 마련해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제도운영의 목적 달성 여부가 중요한 관건이라 볼 때 성과중심의 보상체계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재정중립의 원칙하에 수가 감산기전이 작동돼야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성과 달성도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간호인력의 노동가치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다. 상대가치 영역에서 의사의 노동가치를 반영한 업무량 비중은 36%인 반면 간호사의 몫은 간호관리료 포션 등을 적용하면 4% 수준”이라며 “그 동안 입원료 부분에서도 간호관리료 비중 25%를 설정한 정책적 판단의 근거 역시 부재하다. 또 현행 수가체계에서 간호행위의 독립적 보상 기전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인력 수급 문제 인식에 공감하면서도 공공병원 임금 가이드라인 시범사업에는 난색을 표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정통령 과장은 “면허소지자 수 대비 활동간호사 수가 낮은 부분을 해소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실제 유휴인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회사, 심평원, 행정기관 등 간호인력들이 다른 쪽에서도 일을 많이하고 있다”며 “면허소지자 중 관련업계에 종사하며 건보료를 얼마나 내는지 등을 알아보면 실제 유휴인력은 알려진 바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활동간호사 비율을 높이기 조금씩 처우개선을 해왔다”면서 “과연 처우 개선만 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지, 어디까지 개선해야 할지는 고민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임금 가이드라인을 도입해보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해보자는 모델은 저희도 고민이 많다”며 “지금도 간호간병 병동·병상 간 근로 격차가 있다. 현실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정부예산 없이 건보재정으로 시범사업을 하는데 공공병원을 선별 할 수 있느냐는 고민해 봐야 한다”며 “현재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민간이든 공공이든 신청하면 할 수 있는데 이 시범사업만 공공병원에서 한다고 특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미 민간이 많이 참여하는데 공공만을 하는 것 가능한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간호관리료에 대해서는 “현장의 요구는 공감하지만 모든 것을 세분화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예를 들면 임상병리사는 임상병리사료를 따로 만들어야 하나”라며 “수가 같은 경우도 기본적인 상대가치가 있다. 다만 실제 이 부분이 인력 수급과 서비스 질 향상과 연계된다면 새로운 투자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아직까지 속 시원한 대답을 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특히 최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포기선언 했다는 말이 있는데 계속해서 해 나갈 것”이라며 “한편으로는 이런 부분이 너무 빨리 진행돼 인력의 절대부족상태에서 지역 불균형 심화된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많이 고민해 보완해 나가는 장치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