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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간병 경험자 대다수 ‘간병비’ 부담스러워…‘간병 국가책임제’ 등 추진해야

보건의료노조, ‘간병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발표

간병을 경험한 국민의 96%가 간병비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5월 2일 간병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간병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는 보건의료노조가 5월 가족의 달을 앞두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지난 4월 19일부터 4월 25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중 간병 경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간병인을 쓴 간병 경험자의 2/3, “간병비가 부담됐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본인 또는 가족이 입원했을 때 간병 담당으로 ‘간병인을 구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53.4%였고, ‘가족이 간병했다’라는 응답은 46.6%로 가족간병보다는 간병인을 사용한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간병 경험자의 절반 이상이 가족 간병 여건이 되지 않아 간병인을 쓰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간병인은 주로 병원의 안내나 지인 소개 또는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환자·보호자를 통해 개인간병을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간병인 구인 경로로는 ‘병원 안내를 통해서'가 62.0%로 가장 높았고, ▲‘지인 또는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환자·보호자를 통해서’가 27.3% ▲‘인터넷이나 신문 등 구인 사이트를 통해서’가 6.4% ▲‘광고 전단지를 통해서’가 3.2% 순으로 집계됐다. 

간병인의 간병 형태를 묻는 질문에는 ‘개인간병’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7.9%로 압도적이었고 ‘공동간병’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2.1%에 불과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간병인 사용이 대부분 사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라고 꼬집었다.

간병인을 썼을 때 가장 불만족스러웠던 경험으로는 잦은 자리비움이나 환자관리 부실 등 ‘불성실한 간병’을 경험했다는 비율이 56.6%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요금이나 기간, 수수료, 위약금 등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불완전한 계약'을 불만족스런 경험으로 꼽은 비율은 36.1%에 달했고, ‘기타’ 7.3% 순으로 드러나 사적 간병인을 사용했을 때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간병인을 썼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는 국민의 2/3(65.2%)가 간병비 부담을 꼽았다. 

간병인을 썼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는 질문에 ‘간병비가 비싸서 부담됐다’는 응답이  65.2%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이어서 ▲‘간병인이 제대로 환자를 돌보지 않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23.1%) ▲‘간병하러 왔다가 환자 상태를 보고 그만두어 힘들었다’(5.2%) ▲‘간병인이 한국인이 아니어서 언어소통 및 문화가 달라서 힘들었다’(3.2%)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간병인을 구하지 않고 가족이 간병하는 경우에도 간병에 대한 부담과 고통은 심각했다. 

가족 간병시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간병에 대한 부담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다’라는 응답이 61.2%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아이 돌봄, 집안일 등 가족 내 갈등을 겪었다’(16.5%)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13.1%)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5.2%)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간병인을 사용했을 때든 가족간병을 했을 때든 간병으로 인한 고통이 극심하다는 현실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응답자 96%, “간병비 부담스럽다” 응답

간병인을 썼을 때 40.8%가 하루 11만원 이상의 간병비를 지급했다고 응답했다. 

간병인에게 지급한 간병비는 ‘하루 9~11만원 미만’이 36.7%로 가장 높았고, ▲‘하루 11~13만원 미만’(24.0%) ▲‘하루 7~9만원 미만’(22.5%) ▲‘하루 13~15만원 미만’(14.0%) ▲‘하루 15만원 이상’(2.8%) 순으로 이어졌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병원비보다 간병비가 더 비싸다’, ‘한 달 간병비가 4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이 실제 국민들이 겪고 있는 간병비 부담의 현실임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간병비에 대한 부담을 묻는 질문에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은 96%로 나타났다. 

‘너무 비싸서 매우 부담스럽다’라는 응답이 59.5%에 달했고, ▲‘조금 비싼 편이어서 약간 부담스럽다’라는 응답이 36.5%을 기록했으며, ‘적당하다’(3.4%)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0.6%)는 응답은 매우 낮았다.

간병 경험자들이 실제 부담한 간병비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간병비 수준의 격차는 컸다. 

입원했을 때 간병비는 얼마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49.3%)이 하루 5만원 미만을 적정 간병비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적정 간병비 수준에 대한 응답은 ‘하루 2만원~5만원 미만'이 33.9%로 가장 높았고, ‘하루 5만원~7만원 미만’(29.5%), ‘하루 2만원 미만’(15.4%), ‘하루 7만원~9만원 미만’(12.4%) 등의 순이었다. 

◆응답자 75.5%가 “건강보험으로 간병비 지원”, 57.6%가 “간병비 국가책임제 찬성”

입원환자에 대한 간병을 누가 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보호자(가족 등) 없이 병원에서 해야 한다’는 응답이 68.1%로 가장 높았으며, ▲‘보호자(가족 등)가 직접 해야 한다’는 응답은 16.5% ▲‘보호자(가족 등)가 간병인을 고용해서 해야 한다’는 응답은 15.4%에 불과했다.

입원환자가 부담하는 비싼 간병비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국가와 환자(보호자)가 나누어 부담해야 한다’가 80.9%로 가장 높았으며, ‘국가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14.7%)는 응답과 ‘환자(보호자)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4.4%)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다.

개인 또는 가족이 부담하고 있는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75.5%였고, 반대한다는 의견은 13.5%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0%였다. 

간병비를 개인 또는 가족이 부담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국민 여론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더 이상 간병을 개인과 가족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국가가 나서서 제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간병 국가책임제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57.6%로 가장 높았고, 반대한다는 의견은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39.8%는 “취지는 좋지만 국가가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조심스런 의견을 드러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 만족도는 높지만, 간호인력 충원해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이용 만족도는 만족이 61.9%(매우 만족 23.0% + 조금 만족 38.9%)로 불만 9.9%(매우 불만 7.1% + 조금 불만 2.8%)에 비해 6배 이상 높았다. ‘보통’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8.1%였다. 이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에 대한 국민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양질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요건인 간호인력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의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수의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 ‘적절하다’는 응답은 21.6%에 불과했으며, 72.3%가 ‘간호사 1명이 돌보는 환자수를 더 줄여야 한다’고 응답했고, ‘모르겠다’는 응답은 6.1%에 그쳤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 인지도는 높지만 이용 어려워…“확대해야”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는 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병동지원인력이 24시간 간호와 간병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국민들의 간병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보호자 없는 병원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높았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보호자 없는 병원제도)에 대해 ‘잘 알고 있다’(25.1%)는 응답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48.6%)는 응답을 합쳐 75.7%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고,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은 26.3%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보호자 없는 병동)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52.2%로,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 47.8%보다 더 높았다. 

이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가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좋은 제도로 운영되고 있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이 적어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나 가족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이용하고 싶었으나 병원으로부터 거절당한 경험은 20.6%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입원을 신청했지만 5명당 1명꼴로 거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간병 경험자의 절대다수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대폭 확대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찬성 의견은 82.0%로 압도적이었으며, 반대 의견은 8.3%에 불과했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9.7%였다. 

또한, 간병경험자의 2/3(66.9%)는 보건의료노조가 추진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전면 확대운동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전면 확대 운동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국민을 위한 노동조합의 공익적 활동이므로 찬성한다’는 응답 비율은 66.9%를 기록했다. 

반면, ‘노동조합이 굳이 나서서 할 필요가 없어서 반대한다’는 응답 비율은 22.4%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 비율은 10.7%로 나타났다.

◆초고령사회, 병원비 보다 더 비싼 간병비 문제 해결해야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간병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대해 “간병살인, 간병파산, 간병전쟁, 간병지옥이라는 말이 횡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간병 현실 때문에 국민의 간병 부담이 얼마나 크고, 간병으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잘 드러내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간병비 부담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며,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이 83.5세인데 비해 건강수명은 66.3세에 불과해 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기간이 무려 17.2년이나 되는 상황에서 간병비 해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의료노조는 “간병 걱정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였던 2021년 10월 간병 공약을 발표하면서 “요양·간병에 대한 국가 지원의 사각지대로 인해 부모님 간병비 부담과 간병 서비스 질적 수준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심각하다”라며 “간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라고 공약한 바 있음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보건의료노조는 윤석열 정부는 간병 경험자의 96%가 간병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확대해야 한다는 절대 다수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해 현재 28.9%에 머물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운영 수준을 100% 수준으로 만들기 위한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더 이상 간병을 개인과 가족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국가가 나서서 제도적으로 해결하자는 간병 국가책임제를 실현하기 위한 범국민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오는 5월 3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초고령화시대, 간병파산! 간병문제 해법을 모색한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해 간병문제의 심각성을 알려내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전면 확대하는 방안과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또한, 간병비 부담 실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운영사례 조사,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적정인력 기준 마련 활동,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 개선운동,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촉구투쟁을 펼쳐나갈 방침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간병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으로,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취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비싼 간병비를 감당하지 못해 가계가 파탄나거나 심지어는 가족을 죽이는 비극까지 발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병원비보다 비싼 간병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범국민운동을 벌여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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