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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복지부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 올해 다시 시작할 것"

의협 이탈해도 더 기다릴 수 없어…정부 주도 하에 개선안 도출할 것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분분해졌다. 4일 서울 드래곤 시티에서 열린 제10회 Korea Healthcare Congress의 '보장성 강화 정책 중간 평가' 포럼에서 발제에 나선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장은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우려하며 비급여의 급여화가 아닌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문재인 케어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아직도 곳간에 쌀이 가득 쌓여 있으므로 재정 논의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복지부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를 금년도에 다시 한번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메디포뉴스는 이날 포럼에 참석한 박은철 소장을 비롯하여 대한병원협회 서진수 보험위원장,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이해종 교수, 보건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과장의 발언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장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Negative List System)을 채택한 문재인 케어는 획기적이지만, 15년 째 얘기되는 통상적인 정책이자 대증적 성격도 가진다. 건강보험 제도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본인부담을 채택했으나 이로 인해 저소득층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에 문재인 케어는 보장성 강화와 더불어 도덕적 해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보장성만 강화될 뿐 도덕적 해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 또, 저보험료 · 저급여 · 저수가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면 의료 질 저하, 본인 부담 확대, 의료 왜곡으로 결국 의료계가 쪼그라든다. 

지난 달 11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고정비용 · 변동비용 개념이 없기 때문에 나온 것 같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에는 환자가 더욱 몰리고 있다.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편, 비급여는 과거 사망률 개선과 중증질환의 의료 질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 이 비급여가 없어진다고 가정하면, 의료 질 향상을 위한 비급여 대체 재원으로 정부 지원, 보건의료 R&D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보건의료 R&D가 현재 엉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보건의료 R&D를 성장시켜야 한다. 

건강보험은 지난해 1,778억 원의 당기 수지 적자가 났다. 이 추세가 그대로 2020년까지 이어지면 2022년에는 누적 적자가 된다. 만일 보험료율을 7.01%까지 인상하면 누적 적자는 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8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이 1이 안 된다는 것은 고령 인구는 증가하고 잠재성장률은 떨어진다는 의미다. 즉,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가능성은 충분한데 우리는 63.4%의 보장성을 70%까지 올리기 위해 30조 6천억 원을 쓰고 있다.

정부가 14년째 보장성을 강화해도 의료비 지불 능력이 없는 이들은 존재한다. 당초 문재인 케어 목적이 저소득층 등의 의료 접근성 제고라고 가정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예산은 2조 원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는 비급여의 급여화에 찬성하지만, 당장 어려운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2조 원부터 해야 한다. 

저출산 · 고령화 및 저성장, 비감염성 질환 시대, 한반도 통일, 고령층의 의료 이용 증가 등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재정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는 비급여의 급여화만 하고 있다. 문재인 케어의 우선순위를 재난적 의료비 지원, 취약계층 본인 부담 경감, 비급여의 급여화로 바꿔야 한다. 당장 힘든 이들을 대상으로, 비급여의 급여화보다 돈이 적게 들어가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 

◆ 대한병원협회 서진수 보험위원장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당시 보건복지 분야 최대 이슈는 사보험의 폭발적 증가와 이들이 의료 시장을 크게 교란하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민간보험 조정보다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라는 화두를 발표했다. 이때 병협에서는 상당히 경악했으며 지금도 이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다. 이게 과연 가능하며 옳은 길인지, 어떻게 모든 비급여를 급여화할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도 나는 이 생각에 있어서 변함이 없다. 과연 민간보험 확대를 비급여의 급여화로 막아낼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 

재정 확보도 현재는 보험료율 인상, 국고 보조, 수가 인상 메커니즘밖에 없다. 소비자 단체 측은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국고 보조도 확대가 아니라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다. 수가 인상의 경우 지난해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에서 병협이 그나마 성과를 거뒀으나 올해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재정 뿐만 아니라 의료전달체계 붕괴 문제도 있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금년 하반기부터 이 현상이 좀 더 선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비급여의 급여화로 인한 의료 이용의 폭발적 증가도 우려된다. 또, 모든 것이 통제당하는 상황에서 비급여가 없어질 경우 필수의료가 붕괴할 수 있다. 의료 자원의 적정 분배가 안 되는 단초는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박은철 소장의 발언처럼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위해 모든 것을 전부 쏟아부으며 달려가는 것이 타당할지 의문이 든다. 

◆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이해종 교수

문재인 케어는 국가. 국민, 의료공급자 등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살필 수 있다. 국가 입장에서는 재정 문제가 있다. 국가가 계속 보완해주겠다고 말하지만, 원칙적으로 보험료를 걷어서 하기 때문에 재정 적자 시 어떻게 할 것인가가 큰 문제가 된다. 적자 문제는 장기적으로 세대갈등을 일으키는 근본 요소가 된다. 혜택을 받는 사람은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고, 소득이 있는 사람은 계속 보험료를 내야 한다. 만일 국민 건강보험(National Health Insurance)으로 갈 것인지 혹은 국민 건강 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건강보험이라고 명명하고 국민 건강 서비스 개념이 된다면 장기적인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있다. 비급여가 감소하고 각종 민간보험까지 끼어들면 진료 시 큰돈이 들어가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국민은 고급 진료 및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큰 병원을 찾게 되며, 결국 중소병원은 어려워지고 규모가 큰 병원은 사람이 넘쳐나게 된다. 비급여의 급여화로 인해 나타나는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 급여화를 한 번에 하면 도덕적 해이는 더욱 커질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적자 문제가 있다. 과거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가 크게 성장한 것은 의료기관에 충분한 여유 자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 나은 서비스 공급을 위해 자체적으로 투자하여 성장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의료기관 수익이 지출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공급자들은 먹고살기에 바쁘다. 쉽게 말하면 여유자금이 없는 의료기관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보장성 강화 확대에 찬성하지만 졸속으로 시작한다면 이후 부정적인 효과가 많이 나타날 것이다. 그 효과들을 게속 계산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단순히 국민이 원하니까 시작했다면 장기적으로는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다. 

◆ 보건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과장

비급여의 급여화가 문재인 케어의 최우선 순위인 이유는 비급여가 너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급여화돼야 할 항목 상당수가 비급여로 남아있다보니 공급자와 환자 모두 이를 당연한 비용으로 인식한다. 적어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치료에 필요한 항목들은 전부 보험으로 들어와야 한다. 이게 어느정도 이뤄져야만 다른 부분을 풀 수 있다. 이 때문에 비급여의 급여화가 최우선 과제다.

의료계 걱정 중 하나는 적정수가 보장이다. 이 부분은 비급여를 급여화하면서 적어도 손해보지 않도록 다른 수가를 인상하면서 맞춰주는 중이다. 비급여는 검사 항목이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항목이 상당수다. 이 부분들을 급여화하면서 수가가 낮았던 중증환자에 대한 필수 의료 수가와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노동 집약적 부분의 수가를 인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 시민단체 쪽에서는 비급여 가격이 부도덕하게 너무 높다는 비판이 계속 나왔다. 만일 MRI의 관행가가 1백만 원이고 1천억 원 정도의 보험료 규모라면, 이를 급여화할 경우 60만 원 정도의 수가를 만들고 6백억 원 정도를 보험에서 받으면 된다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다. 

적어도 2년간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논리를 확실히 공고화했다. 지금은 시민사회조차도 1천억 원 규모의 비급여를 급여화할 경우 1천억 원의 보험료로 맞춰줘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즉, MRI가 6백억 원으로 가야 한다면 나머지 4백억 원은 다른 수술 · 시술 분야로 옮겨서 수가 인상을 해주는 한이 있더라도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의료계가 다시 비급여를 만들어내고 비급여에 의존하는 진료를 안 할 수 있다는 상식적인 기준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재정 문제의 경우 당장 작년만 하더라도 걱정할 일이 별로 없었다. 당초 1조 2천억 원 수준의 적자를 예상했는데 보장성 강화 정책이 늦게 가동되면서 실제 적자는 2천억 원 수준으로 발생했다. 계획에 따르면, 20조 누적 흑자가 금년 초에는 19조 이하로 떨어져야 했다. 그런데 아직도 20조가 쌓여 있다. 즉, 재정은 아직 큰 걱정이 없는 상황이다. 

이 정책은 4~5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재정을 모니터링하며 진행하기 때문에 아직은 재정에 대한 논의가 좀 이르다. 쉽게 말하면 지금 곳간에 쌀이 잔뜩 쌓여 있는데 흉년이 들면 어쩌냐는 식이다. 이 논의는 재정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증후가 나타날 때 진행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적어도 정부가 그렇게 허술하게 재정을 관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보장성 강화로 인해 환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의 악화다. 현재 통계적으로는 아주 악화된 모습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실제로도 계속 악화해왔다. 근 10년간 중소병원급의 환자들은 계속 빠져나가고 상급종합병원이나 규모가 큰 종합병원의 환자는 계속 증가하는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문제가 보장성 강화와 맞물리면 더 악화될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러므로 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됐다. 지난해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가 깨지면서 논의 타이밍이 한 번 일그러졌다. 이제는 대한의사협회가 계속 이탈한다고 해도 이 부분을 더는 기다릴 수 없다. 정부가 주도해서라도 대형병원 쏠림 및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방향을 잡고 개선안을 도출할 시기가 됐다. 

금년도에는 이 논의를 상당히 활발하게 가동할 것이며, 언제라고 뚜렷이 말은 못 하겠지만 종합 계획도 세울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의료계 · 시민사회가 모여서 논의해 다양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논의는 건강보험만의 논의가 아닌 인력 문제, 자원 문제 등도 포함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올해와 내년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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