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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신건강복지법 방어진료 우려는 여전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재훈 정책이사 인터뷰

지난 5월 30일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지 두 달이 지났다. 환자인권을 위한 개정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정신과학계에서는 졸속 입법과 무리한 시행이라는 지적이 여전하다.


메디포뉴스는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재훈 정책이사를 만나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후 정신병원에서 겪는 변화와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자타해의 위험성과 치료의 필요성을 함께 충족해야 입원이 가능하다?


현재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WHO의 기준과 달리 자타해의 위험성과 치료의 필요성이 동시에 있어야만 입원이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정신과적 질환이 의심되고 치료의 필요성은 있지만 환자가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그런 위험성이 명확할 때만 입원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조기 개입을 통한 증상의 악화를 막아야한다는 상식의 개념을 뛰어넘은 것이고, 증상이 심해져서 자신이나 타인이 다치거나 죽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개념이다.


WHO는 치료의 필요성이 있거나 자타해의 위험성 중 한가지에만 해당되더라도 입원이 가능하도록 인정하고 있다. 이는 정신과적 질환에 대한 조기개입이 중요함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치료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전이라도 자타해 위험성이 있으면 환자나 사회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 개념으로 입원을 인정한 것이다.


안타깝지만 지금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대로라면 그냥 놔두면 환자의 증상이 점점 악화되는 것이 명확할 때라도 환자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때, 적어도 이런 위험성이 명확할 때에만 입원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병원에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나 행정입원으로 치료를 한 후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게 되면 자타해 관련 증거가 명확하지 않는 한 병원은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고 부득이 방어적 개념에서라도 자타해 행동이나 위험성이 명확할 때 입원을 시킬 수 밖에 없다. 지금의 정신건강복지법은 인권을 존중해서 입원을 시키라는 개념이 아니라 환자의 증상이 심해져서 누군가 다치거나 사망하 때만 입원을 시키라는 비인권적인 법이다.


◇자타해 위험성도 있고 치료 필요성은 있으나 입원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보호입원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자타해의 위험성이 있고 치료의 필요성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 때 보호의무자는 2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경우 보호자에 대한 규정이 매우 까다롭다.


법적 후견인이 있으면 우선적 보호자가 된다. 또한 민법 상 보호의무자의 순위를 고려해야함으로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 물론 이를 증명하는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도 입원 전 준비해야 한다.


만약 조현병이나 알코올 중독 환자가 자타해의 위험서이 명백하고 치료의 필요성도 있으나 보호입원 관련 서류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하는 경우, 만약 이 환자가 집으로 돌아가 자신을 해하거나 타인을 해한다면 이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환자는 그 순간 범죄자가 되는 것이고 다치거나 사망한 사람들은 지금의 법에 의한 희생자가 되는 것이다.


의사로써 이런 부분이 안타까워 일단 입원을 시킨다면 그 순간 의사는 환자를 불법 입원시킨 파렴치범이 되는 것이고, 병원은 불법 감금에 부당청구를 한 병원이 되는 것이다. 병원은 방어적 결정을 할 수 밖에 없고 이 피해는 환자나 사회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입원에 대한 적정성 평가는 잘 진행되고 있는가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된 환자의 경우 그 입원의 적정성에 대해 국가가 평가하겠다는 법이다. 그래서 강제입원된 환자에 대해 국공립정신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 당시 평가하고 또한 입원기간 연장에 대한 평가도 진행한다. 만약 외부 전문의 평가에서 부적절한 입원이라고 평가를 받으면 병원은 환자를 퇴원시켜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매우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국공립정신병원은 예산문제로 인력충원이 안됐다며 그 지역 민간정신병원들끼리 서로 지정해 적정성 평가를 진행하라고 한다. 민간정신병원은 급성기 정신병원이 많아 본인들 입원환자 관련 업무를 진행하기도 바쁘다. 따라서 적정성 평가를 위해 지정된 외부 민간병원에 신청을 하면 시간이 어렵다며 반려된다.


시간은 지체되고 결국 자체 진단으로 전환돼 같은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진행을 하고 있다. 정신병원에 대한 입원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겠다는 법의 취지는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고, 해당병원은 병원대로 행정업무만 많아져 진료에 투자할 시간만 줄어들고 있다. 결국 의료서비스의 질이 현재 법으로 인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외부전문의가 입원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경우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환자가 해당 병원을 상대로 외부기관에서 부적절한 입원이라고 결정이 났으니 자신은 부당한 입원을 당했다고 해당 의료기관에 대해 소송을 진행할 경우 병원은 고스란히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법적인 규정이 모호한 상황에서 병원은 외부 전문의의 적정성 평가에 대해 소명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없다. 또한 법적인 보호를 받을 규정도 없다. 향후 이와 관련된 많은 문제가 야기될 위험성이 높다고 예상된다.


◇동의입원·행정입원의 적용시 병원에서 겪는 실제적인 문제점


환자가 입원에 동의할 때 자의로 입원을 진행할 수 있지만 자의 입원 후 환자가 퇴원을 요구하면 바로 퇴원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치료가 유지될 수 없다. 이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환자의 동의와 보호의무자 1인의 동의에 의해 입원을 진행하도록 만든 것이 동의입원의 개념이다.


동의입원의 경우 입원 기간 중 환자가 퇴원을 요구해도 치료적 필요성이 인정되면 병원은 환자의 요구를 거부하고 72싯간 내에 보호입원이나 행정입원으로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의 입원은 병원에서 볼 때 많은 부담을 가질 수 있다.


알코올 중독 환자의 경우 수일내로 금단증상으로 인한 심한 감정적 동요가 생기고 더불어 퇴원 욕구가 올라온다. 따라서 거의 대부분 퇴원을 요구한다. 결국 대부분 보호입원으로 진행해야 함으로 서류 및 행정적 부담이 두 배가 되는 것이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 많은 인격장애 환자의 경우 동의입원으로 치료 후 조용히 지내다가 퇴원 후 자신은 퇴원을 요구했는데 병원에서 보호입원이나 행정입원으로 전환하지 않고 자신을 불법감금했다며 이의나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입증을 병원에서 해애 함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한 보호의무자가 거부할 경우 행정입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 보호자가 거부하는데 이를 강제로 행정입원으로 전환할 간 큰 병원은 없다. 또한 선출직인 시군구청장이 보호자의 거부를 무릅쓰고 행정입원에 동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론적으로는 그럴싸한 입원개념이나 실제적으로 적용하기에는 과거 개정 전 정신보건법보다 나아진 점이 별로 없는 비현실적인 개념이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환자의 증상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개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버린 법이다. 이런 부분에서 볼 때 환자 의견 존중이라는 미명하에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법이다. 사법입원제도의 도입과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의 재개정은 천천히 진행될 문제가 아니라 매우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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