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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국가가 책임져라”

醫·法전문가, 인권보호·치료보장 모두 부족한 법 비판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 강화 내용을 담고 있는 개정정신건강법이 30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우리나라에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위헌 판정으로 급히 법 개정을 추진하다 보니 사회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고, 법안 자체로도 허점이 많아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주최하고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주관한 ‘사법입원 공청회-우리나라에서 정신질환자 사법입원제도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30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법조계와 의료계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강제입원에 있어 사법심사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동진 교수는 “헌재 위헌으로 재개정된 이 법안의 핵심은 입원 단계에서 입원의 필요성 여부를 심사하는 사전적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지만 2인 진단이나 입원적합성심사는 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며 “의료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준사법적 위원회나 법정절차, 혹은 제3의 기관이 입원 여부를 판단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법에서 치료감호나 성년후견인의 피성년후견인 정신병원 격리조치에 법원의 재판이 필요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러한 절차는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법원이 담당하는 것이 정합적”이라며 “개정정신건강법은 물론 정신장애인 강제입원에 관계하는 다수의 법령 전체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아주대학교 의료인문학 이영문 교수는 “정신과 입원만큼 법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없음에도 매번 정신과 의사들이 법정에 서는 일이 빈번했다”며 “부당한 입원을 경험했다고 환자들은 병원을 상대로 고소를 하고, 법원은 검찰의 기소를 받아 정신과 의사들을 범법자로 전락시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의 절차가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비자의입원에 대한 전반적 절차를 의료기관이나 의사 판단, 보호의무자 요청 등 행위로 구분하지 말고 법적 절차에 따른 행정으로 바꿔야 한다”며 “사법입원제도는 이미 한국을 제외한 모든 OECD국가에서 시행하고 있어 생소할 것이 없다. 어떤 방법으로 고민해야지 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고민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진욱 변호사는 “개정법에서 입원 절차 및 당사자 권리 보장 등 여러 측면을 보완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며 “궁극적으로 헌법상 권리인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임을 감안해 독립적·중립적 심사기구에 의한 심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상 권리 주체인 당사자가 절차 내에서 그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지정 토론에 참석한 토론자들 역시 사법입원제도 도입 필요성에 공감했다.


울산의대 안준호 교수는 “UN과 WHO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핵심은 ‘독립적인 제3자에 대한 심의’로 사법입원 취지와 일맥상통한다”며 “예산 및 인력 부족으로 실질적인 독립심의기구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치료의 문턱을 높여도 인권침해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법정책연구원 김윤정 법관연구위원은 “EU 회원국 강제입원제도의 전형적인 특징은 입원결정기관으로 법원이나 심판원을 두며, 환자를 입원결정과정에 참여시키는 필수적 청문절차를 거치고 무료 법률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사법입원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이 난다면 이에 필요한 물적·인적 자원이 충분히 지원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측 토론자로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차전경 과장의 참석이 예정됐지만 공청회가 법 시행일에 열려 일정상 참석하지 못했다.


한편 공청회를 주최한 양승조 의원은 “개정정신보건법은 너무 급히 추진돼 가장 중요한 인권의 보장 뿐만 아니라 적정 치료의 중요성을 모두 만족시키기에 무리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정신병원의 강제 입원 과정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강제입원 단순 금지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핵심은 정신과 질환의 특성상 치료받을 권리에 대한 존중이 우선되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호를 구현할 뿐만 아니라 치료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조화롭게 보장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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