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병원/의원

목포대-순천대, 의대 유치에 각축전

의료계 “무리한 신설은 제2의 서남의대 사태 재발”


의과대학을 유치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두 지역 국립대학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전라남도에 위치한 국립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가 그 곳. 양 대학은 그동안 수년간 의대 유치에 공을 들여왔지만 의사수 과잉을 초래할 수 있는 의료왜곡 현상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와 함께 의대 설립요건이 완벽히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는 평가에 따라 난항을 겪어왔다.

그러나 최근 재단의 비리와 의대교육 부실로 논란을 겪어온 서남대학교가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면서 다시 희망을 갖고 의과대학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서남의대 폐지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바로 타 대학 의대신설로 이어져 40명의 서남의대 신입생 정원을 이전ㆍ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게다가 전국 16개 시·도중에서 전라남도만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무의대촌’ 지역이라는 것도 의대를 유치해야 한다는 명분을 더욱 확실히 세울 수 있어 양 대학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

목포대와 순천대는 현재 의대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각각 의대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지지성명운동까지 벌이며 의대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의대유치를 통해 대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열악한 전남지역 의료의 현실까지 함께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이들 대학들의 주장이다.

또 지난 12일에는 전라남도교육청까지 나서 “전국 16개 시·도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지역에 의대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 대학들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대학사회에서 의과대학 개설은 대학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 요소로 간주된다. 대입수능시험 최고성적의 수재들이 의대에 입학함으로써 대학 평균입학점수를 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약학대학이나 간호대학 등 그 외 보건의료계열학과를 개설하는데 있어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 지금까지 많은 대학들이 의대유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도 목포대와 순천대 외에 의대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대학들이 상당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학들의 기대와는 달리 최근 서남의대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교육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데도 무리하게 의대를 신설했다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한의사협회 송형곤 공보이사는 “단지 의과대학을 만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의학교육에 있어 얼마나 질높은 수련을 담보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의대교육은 서남의대와 같이 정원 40명의 소수단위에는 효과적이지 않다”며 “정상적인 의학교육을 위해서는 최소한 학년당 100명의 정원은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원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기본적인 투자 인프라 구축도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응급의학과 교수 출신인 송 이사는 의대설립허가가 “지역논리나 특혜로 이루어진다면 겉으로만 의사수가 늘어나는 것일뿐 제대로된 의사를 양성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의대교육 뿐만 아니라 수련병원의 역량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 대학들이 부속병원의 최소기준인 300병상 규모로 수련병원을 지정하거나 운영할 경우 질높은 의학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적어도 수련병원이라면 500병상 이상은 돼야 개심술이나 각종 이식수술 등 최첨단 수술과 항암치료 등을 제대로 시행할 수 있다”며 “의료의 질과 올바른 의학교육수준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환자 수를 기대할 수 없고 의료인력이나 지원인력도 받쳐줄 수 없는 목포, 순천지역에 큰 규모의 대학병원을 무조건 만들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송형곤 공보이사는 의사수 과잉문제에 대해서도 “현재 추세라면 앞으로 약 10년 후 OECD국가의 인구대비 평균 의사수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지금 의대를 증원하면 앞으로 6년에서 10년 후에 의사가 만들어질텐데 그때쯤 되면 이미 의사수는 적정숫자에 이르거나 혹은 초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사의 지역편중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의사수를 늘리면 전국 각 지역에 의사가 골고루 분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오히려 의사들이 생계를 위해 너도나도 대도시로 몰려 도농간 의료양극화 현상이 이전보다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