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재정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현재의 본부 중심에서 탈피, 지역본부와 지사 등 일선 조직으로 기능을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한달선 명예교수(공단 자문위원)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형근)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건강보장정책’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달선 교수는 건강보험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발전했으나 보장성 미흡과 재정적 불안정 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한달선 교수는 ‘건강보험제도의 발전방향’과 관련해 최우선으로 건강보험재정을 꼽았다. 그는 건보재정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본부에 집중돼 있어 재정 건전성에 위협이 따른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달선 교수는 “건보재정에 대한 책임과 권한 및 정보가 공단본부에 집중돼 있다. 지역본부와 지사 등의 일선 조직들은 관할 지역에 대해서도 재정을 관리하는 기능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로 인해 보험재정의 관리에 관한 책임과 권한이 전적으로 공단본부의 몫이 됨으로써 재정관리 역량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은 책임이나 권한이 중앙에 집중돼있는 체제보다 분산됐을 때 조직 전체적으로는 책임성과 통제력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조직에 대한 고전적 연구결과에 비추어 이론적으로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재정의 공단본부 집중은 결국 지역별로 건강보험 운영과 관련이 있는 의료여건에 차이를 가져왔다는 것이 한달선 교수의 결론이다.
실제 광역자치단체별로 주민들이 관할지역 밖에 위치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분석결과가 한달선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 하고 있다. 지역별 진료 건당 급여비를 조사한 결과 관내 의료기관을 이용했을 때 보다 관외 의료기관을 이용이 더 많았다.
한달선 교수는 “지역별로 건강보험 운영과 관련이 있는 의료여건에 차이가 있음을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지역 사정에 맞춰 건강보험 운영을 얼마쯤 달리 할 여지가 있다. 관외지역의 의료기관을 제한 없이 이용하기를 원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보험료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보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한 교수는 경쟁적 복수보험자 체제와 분권적 단일보험자 체제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다만, 복수보험자 체제는 과거의 조합체제도 포함하지만 그 밖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통합 이전의 분권적 조합체제와 현행 중앙집권적 단일조직 체제의 두 가지만 대안으로 생각하는 이분법적 단순 사고에서 탈피하라는 주장이다.
또한, 그는 “고도 전문기술을 요하는 일부 진료에 대해서만 이라도 보험요양기관을 선별적으로 계약하고, 진료 실적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계약갱신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볼 필요도 있다”면서 “이는 경쟁을 통한 진료의 질적 향상을 유도하는 한편 중복, 과잉투자를 방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달선 교수는 비급여 진료항목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급여 진료항목을 줄이는 것이 곧 보장성강화만이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효율과 품질 향상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달선 교수는 “비급여 진료의 경우, 그 내용에 대한 자료나 정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의학적 타당성이나 가격의 적절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결국 비급여 진료가 많아지면 의료서비스의 효율 저하와 낭비의 위험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보험진료의 남용과 과도한 공급을 방지하기 위해서 급여제한, 수가통제 및 진료비심사는 오히려 진료의 양을 늘리고 비급여 진료를 개발해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