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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술 후 회복 향상 프로그램’ 통해 의료비·사망률·합병증 잡아야

홍상현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보험이사

최근 대한마취통증의학회와 대한외과학회가 보건 당국에 ‘수술 후 회복 향상 프로그램(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ERAS)’ 시범사업을 제안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대한마취통증의학회와 대한외과학회 두 학회 모두가 ERAS 도입이 수술 환자에 대한 의료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전체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두 학회는 공동으로 보건 당국에 이를 제안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필수의료 관련 대정부 정책 제안에 있어서도 협조하기로 두 학회 모두 합의한 상황.

이에 메디포뉴스는 홍상현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보험이사(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와 만나 ‘수술 후 회복 향상 프로그램’이 어떤 프로그램이고, 이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도입 시 어떤 이점이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최근 보건당국에 ‘수술 후 회복 향상 프로그램(ERAS)’ 시범사업 제안이 이뤄졌습니다. 이 같은 결정이 이뤄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수술후 회복 향상 프로그램(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ERAS)은 수술 자극에 대한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을 줄여 수술 후 회복을 향상시키기 위한 ‘근거 중심’의 개별 의료행위들을 환자의 수술 전, 중, 후의 치료 및 관리에 참여하는 여러 의료진으로 구성된 ‘다학제팀(multidisciplinary team)’이 ‘다중적(multimodal)’으로 제공한다는 수술환자 치료 및 관리의 새로운 개념입니다.

최근의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ERAS 프로그램의 시행이 입원기간을 단축시켜 의료비 절감의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술과 관련된 합병증을 감소시키고 수술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한편, 예후까지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대장 수술의 경우 ERAS 가이드라인에 대한 순응도가 높아질수록 수술 결과가 좋아진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대장 수술 프로토콜 순응도가 50% 에서 70% 이상으로 상승하였을 때 수술 후 합병증이 25-30% 감소했습니다. 

또한, 수술 후 재원기간과 재입원도 감소하고, 프로토콜 순응도가 70% 이상인 경우와 미만인 경우를 비교했을 때 5년 생존율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고령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의료비는 해마다 상승하는 반면 이에 대한 사회적 재원은 한정적인데 최근 여러 나라에서 의료비 지불방식은 ‘의료행위 양에 대한 보상’ 뿐만 아니라 ‘의료행위 질에 대한 보상’을 중요시 여기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05년부터 각종 의료행위에 대해 적정성 평가를 시행해 오고 있고 평가 결과에 따라 의료질 평가지원금이 차등 지급되고 있는 만큼, ERAS 프로그램의 시행은 궁극적으로 의료비는 증가시키지 않거나 줄이면서 수술환자의 치료 결과를 향상시켜줄 방안으로 기대되므로 우리나라의 병원들도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외과학회와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국내 병원들의 ERAS 도입에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 하여 시범사업 제안을 건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Q. ERAS 시범사업의 프로그램 구성, 조건, 대상자, 시기, 추진계획, 예산, 기대효과 등등은 어떻게 되나요?

A. 두 학회는 우선적으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임상적인 데이터가 많이 축적돼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수술에 비해 ERAS 적용 비율이 높은 대장암과 위암 수술에 대해 시범사업 제안을 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보건 당국에 제안을 하고 당국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면 구체적인 실무 협의가 진행되리라 예상됩니다. 

시범사업에 의한 보상 방법은 지금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나 다학제 통합진료료와 같은 수가 적용이나 시범사업 지정을 통한 추가적인 수가 보상(입원일 당 보상, 수술료 가산 등)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각종 수술에 대한 ERAS 가이드라인은 근거에 기반한 수십 개의 수행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각 병원의 사정 및 의료진의 결정에 따라 수행 요소의 수행 정도(순응도)는 달라지게 됩니다. 

2019년 12월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지에 게재된 “국내 대형 병원 외과 입원 환자들에 대한 ERAS 프로그램 적용 및 실행 현황의 파악 및 분석” 연구에 따르면 실제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ERAS는 여러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통일된 내용의 표준화된 프로토콜이 아닌 병원 별로 세부사항 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고 의료진들의 ERAS에 대한 경험 및 인식에 있어서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면 여러 수행 요소 중 ERAS 시행에 필수적이라고 검증된 것들을 반드시 수행해야 수가가 지급되도록 강제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준비 중인 한국형 ERAS 가이드라인은, 국내에서 발표된 수술 결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좀 더 중요도가 높은 수행요소가 강조되는 한편 국내 현실에 맞는 가이드라인으로서 ERAS 보급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ERAS 프로그램의 시행은 수술환자의 주술기 치료 및 관리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관행적으로 시행돼 왔던 수술환자 관리의 개별 의료행위들을 근거 중심의 행위로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다학제적인 접근 ▲치료 및 관리의 연속성 ▲ERAS 항목 수행도의 지속적 감시 ▲데이터에 기반한 결과의 평가 및 프로토콜 개선 등이 필요합니다. 

결과적으로 ERAS 프로그램의 시행이 수술환자의 회복을 빠르게 하고 회복의 질을 높여 입원기간 및 수술과 관련된 의료비를 줄이는 한편 수술 합병증을 줄이고 사망률을 낮추지만 의사, 간호사,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등 의료진은 수술환자 개개인에 대해 더욱 집중적이고 연속적인 진료해야 합니다. 

현 의료급여 체계 하에서 이에 대한 보상은 전혀 안되고 있어 시범사업으로 ERAS 시행의 추가 인적 자원 투입 및 노동 강도에 대한 보상이 이뤄진다면 우리나라에서 ERAS 시행율이 높아질 것이고 이는 수술환자의 합병증,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입원기간을 단축시켜 전반적인 의료비 감소에 기여할 것입니다.


Q. 대한외과학회와 필수의료에 대해 정책 제안을 협조하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어떤 부분에 대해서 협조가 예정·계획돼 있나요?

A. 필수의료의 정의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의료서비스로서 의료 취약계층·취약지역·취약분야와 무관하게 언제, 어디서나, 국민 누구나 누려야 하는 보편적인 보건의료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데 의료는 진료의 긴요도, 위급도, 위험도가 클수록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의료서비스'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수술 및 마취 진료의 보상 정도는 난이도와 긴요도 및 위급도, 위험도와 크게 관계없고 보상 방법이 급여인지 비급여인지, 의료보험 초기부터 수가가 어떻게 책정됐는지 등에 크게 좌우됩니다. 

환자에게 급하게 필요한 위험하고 어려운 수술은 예전부터 급여로 수가가 책정해 왔기 때문에 행위료를 적절하게 보상받지 못하고 오히려 문제가 생기면 의료소송에 휘말릴 위험에 더욱 쉽게 노출됩니다. 

또한 마취는 모든 필수 수술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의료행위이지만 보건 당국에서 조차 필수의료로 인정되지 않아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우리 두 학회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긴요하고 위험한 수술의 보상을 상향하고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해 의사의 책임을 면책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마취도 필수의료의 한 의료행위로 인식시켜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Q. 앞으로의 대한마취통증의학회의 일정이나 계획 등은 어떻게 되나요?

A. 올해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제100차 종합학술대회(KoreAnesthesia 2023)가 개최됩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종합학술대회는 2018년부터 국제학술대회로 개최되기 시작해 작년 99회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Asian Australasian Congress of Anesthesiologists (AACA)와 함께 개최된 바 있고,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았는데도 46개국에서 3000 여명(외국인 370명)이 참석하기도 한 만큼, 올해 학술대회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그밖에 하시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가요?

A. 과도한 당직, 마취 관련 의료소송 우려 등으로 전국적으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이 수술실 마취 업무를 기피하고 만성통증 외래 진료를 선호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이로 인에 고난도 수술이 잦은 상급종합병원 등 많은 병원급 의료기관이 마취과 전문의를 고용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현재 건강보험 마취료 원가보전율이 73%에 불과하고, 집계 불가능한 병원 인적·물적 투입을 고려하면 50%에도 못 미치는 수가 구조도 한 몫을 하고 있는 만큼, 정부 당국에서도 마취 진료를 필수의료로 인식하고 인력난에 대한 정책적 대처를 시행해야 할 때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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