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두통학회가 두통 인식개선 캠페인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 7일 대한두통학회는 두통 인식개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편두통 환자를 위한 온라인 두통 대중강의를 개최하고 ‘편두통 맞춤형 치료’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날 강의는 편두통의 정의와 치료 환경에 대해서 살펴보고 떠오르고 있는 새 치료옵션인 예방용 경구약제와 보톡스 치료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이 됐다.
먼저 김병수 대한두통학회 총무이사(분당제생병원 신경과 교수)는 “시중에 있는 기존 진통제로 두통이 효과적으로 치료되지 않는 경우 편두통 특이 급성기 치료제를 처방받아야 하며, 이 때 처방과 사용을 위한 전문가와의 상담을 위해 두통 클리닉을 방문할 것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편두통 특이 급성기 치료에 가장 널리 쓰이는 약물은 트립탄제다. 김병수 총무이사는 “‘트립탄제’와 같은 편두통 특이 급성기 치료는 반드시 1시간 이내 두통 초기에 사용을 해야 효과적이다.”라며 “편두통이 생기기 수시간 전에 생기는 전구기 증상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인지할 수 있다면 급성기 치료를 미리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트립탄 제제 외에도 편두통 특이 급성기 치료에는 트립탄의 혈관수축이라는 단점을 보완한 디탄 제제가 있으며, 김 총무이사는 국내에 곧 선보여질 CGRP수용체 차단제인 게판트 옵션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한편 김 총무이사는 “급성기 치료 약제는 절대 남용하지 말고 환자 본인 판단에 약물 의존 증거가 있다면 전문가와 꼭 상담해야 한다. 시중 판매 진통제를 사용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카페인 함 복합 진통제는 약물 과용 위험이 높으므로 사용에 특히 주의를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 유산소 운동, 음주 및 카페인 음료 피하기 등 생활습관으로 편두통을 예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유전적 요인 등을 이유로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편두통과 멀어지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약물을 통해 두통 발생을 예방하는 치료방법도 있다.
이에 송태진 대한두통학회 정보이사(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편두통 예방치료를 하면 △두통의 발작 횟수나 통증 강도, 시간을 줄여주며 △예방약 복용 상태에서 진통제를 복용하면 진통효과가 더 좋고 △두통으로 인한 일상생활 장애 감소 및 두통의 만성화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송태진 정보이사는 특히 “한 달에 두통이 4번 이상 발생하거나 한 달에 8일 이상 두통이 있는 경우 예방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예방요법을 위해 쓰여왔던 경구 약물치료로는 항경련제, 항우울제 등이 있지만 최근에는 엠겔러티, 아조비 등으로 대표되고 있는 항CGRP 단클론항체 주사가 떠오르고 있다.
조수현 대한두통학회 보험간사(의정부을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 요법들에 대해서 “신경 면역작용, 혈관 확장 효과, 염증 반응 등의 작용을 하고 있는 CGRP에 직접 작용해 CGRP의 작용을 억제하는 기전”이라고 설명하며 “이 약제들이 주사제인 만큼, 경구약제 대비 부작용이 적고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특히 반감기가 길어 1~3개월에 한 번씩만 투여하면 된다”는 점에 대해 장점으로 꼽았다.
엠겔러티와 아조비는 CGRP 표적 치료제이지만 항체 종류나 생체 이용률, 주사 간격 등 다른 점이 많다.
조수현 보험간사는 “엠겔러티는 매달 주사맞아야 하지만 아조비는 매달 또는 분기별로 주사맞는다. 엠겔러티는 편두통뿐만 아니라 군발두통에서도 효과를 인정받았다. 다만 효과를 인정받은 300mg이 아닌 240mg 주사를 허가 용량으로 쓰고 있다.”면서 “엠겔러티와 아조비 모두 36개월 치료 시에 의미있는 월 편두통 일수가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조비와 엠겔러티는 부작용에서도 안전성을 확인했다. 주사부위 통증, 발진이 가장 흔했고 어지러움이나 변비, 가려움증이 흔하게 보고됐고, 속쓰림이나 흉통, 탈모, 피곤함 등도 간혹 보고됐다.”며 “부작용이 다 알려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증상이 생기면 처방한 전문의와 꼭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만 예방약 치료 기간에 대해서는 각 국가마다 상이하다. 유럽학회의 경우 12~18개월, 미국학회의 경우 3~6개월 투여 후 예후에 따라 치료를 유지할지 혹은 중단할지 고려하도록 가이드라인이 설정돼있고 독일학회는 6~9개월 유지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에 조 보험간사는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가장 최근의 가이드라인을 고려해보면 1년 정도 유지를 하고 이후 재평가를 통해 중단할지, 유지할지를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한편 까다로운 조건으로 방해가 많은 급여 문제에 대해서도 넘어야 할 사안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급여가 간절한 환자들을 위해 “까다로운 조건이라고 해서 불가능한 건 아니다. 경구 약제를 쓰면서 두통일기를 꾸준히 쓰면 급여 조건을 만족할 수 있다. 급여가 꼭 필요한 경우 전문의와 상의해 두통일기를 열심히 쓰기를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이 날 강의에서는 CGRP 치료 외에도 보툴리눔 톡신을 활용한 치료도 소개됐다. 박홍균 대한두통학회 국제이사(일산백병원 신경과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 활용 만성 편두통 치료에 대해 설명했다. 보톨리눔 톡신의 약제 중 ‘보톡스’는 만성편두통 치료에 美 FDA 승인을 받았다.
박홍균 국제이사는 머리가 맑은 날이 월 15일 이내, 머리가 꽤 불편한 날이 주 2일 이상인 날이 3개월 이상 진행된 편두통 환자들의 경우 만성 편두통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 보톡스는 CGRP 분비 자체를 막음으로써 만성 편두통을 개선할 수 있다.
경구용 예방약제들은 적절한 용량이나 충분한 효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특히 박 국제이사에 따르면 50% 이상 좋아지는 비율이 50%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보톡스는 이러한 경구약제들의 단점을 극복한 치료 옵션이다. 박 국제이사는 “용량조절이 필요 없고 50% 이상 좋아지는 비율이 50% 이상이다. 또 주사 후에 2~3주 정도면 효과가 시작된다.”며 “부작용이 적은데, 경구 약제들과 상호작용도 없어서 부작용이 겹치지도 않는다. 전신 부작용도 매우 적다. 효과가 좋은 분들은 경구 약제를 안 먹거나 최소한으로 먹는 상황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약 먹는 것을 자주 잊는 분들이거나 약에 부작용이 좀 많았거나, 병원에 자주 오기 싫어하시는 분들께 보톡스 치료는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있다. 박 국제이사는 “목 통증이 9% 정도로 있기는 하나 보톡스의 부작용인지 만성편두통에 수반된 목 통증이 남은 것인지 구분하는 경우도 많다. 또 눈꺼풀이 쳐지거나 눈썹이 비뚤어지는 경우 등이 4% 내외로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기간에 대해서는 “첫 3개월 동안 50% 이상 좋아지는 비율이 대략 50% 정도 된다. 첫 번째에 이만큼 도달하지 못했던 분들도 두 번째, 세 번째 사이클을 맞다 보면 50% 이상 좋아지는 비율이 10%씩 더 생긴다.”고 설명하며 “최소한 2, 3번 맞아보고 치료효과를 판단해야 하고 치료 전후 비교를 위해 보톡스 치료 1~2달 전부터 두통일기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들에게 “편두통 치료 목표는 ‘현실적’으로 잡아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 국제이사는 “두통을 없애버리겠다거나 뿌리 뽑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하면 실패할 확률이 100%에 가깝다. 일단 50% 정도로 좋아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긴 호흡으로 한 걸음씩 한 단계씩 하다 보면 언젠가부터 머리가 맑은 날이 하루씩 생기실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