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특수본은 의료인들의 사기 저하를 유발하는 재난의료지원팀에 대한 무리하고 강압적인 수사를 중단하고, 정부는 재난 상황에 대비한 의료 및 구조 시스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5일 경찰 특수본의 재난의료지원팀에 대한 무리하고 강압적인 수사를 규탄하면서 즉각 의료인들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또한, 정부에게는 의료계 및 소방 및 구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대책 기구를 출범시켜 재난 상황에 대비한 의료 및 구조 시스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병의협은 먼저 지난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로 인해 큰 충격에 빠진 국민들은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과 대형 재난 상황에 대한 대처 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참사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에 경찰에서는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이번 참사를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는지 여부와 그 과정에서 잘못이 있고 책임을 져야 할 인물들이 있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현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의협은 특수본의 수사에 대해 원칙적으로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면 경찰 등의 수사기관에서는 범죄 여부 확인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수사를 진행해야 하고, 행정기관에서는 대형 재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의료지원, 소방 및 구조, 인력 지원 등의 시스템을 재정비하여 사고 재발 방지에 힘써야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러한 투트랙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현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한 원인으로 “경찰 특수본의 무리하고 강압적인 수사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병의협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특수본이 참사 당시 현장에서 활동한 병원 두 곳의 재난의료지원팀(DMAT) 소속 의료진을 소환해 벌인 4시간 넘는 참고인 조사와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 상황실을 대상으로 7시간 넘게 진행한 참고인 조사에 대해 비판했다.
참사의 원인 규명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의료인들을 마치 참사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처럼 소환해 장시간 조사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병의협은 “이번 이태원 참사는 공개된 장소에서 일어난 사고이므로 드러난 증거들과 공개된 자료들, 핵심 책임자들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서 위법 사항 여부를 충분히 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어 “아무리 피의자 조사가 아니라 참고인 조사라고 하더라도 형사 책임과는 무관한 재난의료지원팀을 소환 조사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 보았을 때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리지 못한 책임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재난의료팀 당사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국민적 인식을 나쁘게 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더불어 “해당 의료인들의 법적 책임이 없다는 사실이 비교적 명백하므로 참고인 조사가 목적이라면 서면 조사만으로도 충분함에도 굳이 소환해서 4~7시간이라는 장시간 조사를 통해 당사자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의료기관의 업무와 개인의 사생활을 방해한 점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끝으로 병의협은 지금 재난의료지원팀을 비롯한 의료·구조와 관계된 인력들은 조사의 당사자가 아니라 향후 유사 상황 발생 시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 및 시스템 재정비의 당사자라는 점을 경찰과 정부 모두에서 인식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재난의료지원팀에 대한 강압적인 수사를 중단할 것과 실질적인 재난 대응 의료·구조 시스템 구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