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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시민단체도 반대하는 공공의대 설립, 복지부 '불가피' 일관

"공공의대 설립으로 국가 공공보건의료를 선도할 핵심 인력 배출될 것"

더불어민주당 ·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금년 4월 11일 당정협의를 통해 국립공공의료대학(이하 공공의대) 설립을 결정하고, 공공의대 정원을 49명으로 하여 2022년 또는 2023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의료계는 단순한 의료인력 증원으로 분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크게 우려했고, 일부 시민단체는 공공의대 정원을 49명이 아닌 최소 300명 이상으로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김태년 의장은 9월 21일 공공의대 설립 근거를 마련하는 '공공의대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고, 금년 10월 1일 복지부는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동 법안에 따르면 공공의대 졸업자에게는 10년간 의무복무가 부여되고,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지원 경비 반환을 비롯하여 의사면허 취소 · 10년 이내 재발급 금지 등의 불이익이 잇따른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하여 의료계는 △충분한 준비 및 현실 진단 없이 성급하게 시작한 정책이고 △서남의대 폐교 사례에 비춰볼 때 실패한 정책을 재현할 뿐이며 △의사 인력이 실제로 부족하지 않고 △10년 의무복무가 직업 수행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도 의료 인력 부족의 근본 원인을 우선 해결하지 않고 단순한 의대 설립으로 의료 인력난을 해소하려 한다면, 지금 당장 의료 인력 양성은 가능할지언정 지속적인 양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공공의료 인력 부족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 의무복무 미이행 시 의사면허를 취소하고 10년 내 재발급을 금지하는 조항에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는 점을 일정 부분 인정해 정부 차원의 합리적인 대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26일 오후 1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바람직한 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서경화 책임연구원(이하 서 연구원)이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의 대안' 주제로 발제했다.



공공의료대학원의 대안으로 서 연구원은 △체계적 의학교육 설계 · 기존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 △비용 효과 대비 편익을 고려한 근거 기반 의료정책 수립 △이해관계자 참여 · 의견 수렴을 지향하는 거버넌스 구축을 꼽았다.

서 연구원은 기존 의사인력 교육체계로도 지역사회에 필요한 의사를 충분히 양성할 수 있다며, 의사 인력 수급을 조절할 관리 요소로 △의과대학 선발 기준 · 과정 △교육과정 신설 △지역사회 임상실습 △지역사회 의료활동 지원 등을 언급했다.

서 연구원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계획에는 공공의사를 어떻게 뽑을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다. 일반 의사는 민간의료기관에만 근무하고, 공공의사는 의료취약지나 정부 기관 · 그 외 필요한 기관에서만 일해야 하는지? 정확한 계획이 없다."며, "이 같은 이원화 체계는 향후 더 큰 문제를 양성할 수 있다. 기존 교육체계의 개입을 통해 의사 및 지역사회에 필요한 의사를 양성하여 필요한 기관에서 전부 활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내 의료 관련 대형 회사인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nanente)는 중학교에서 시작하여 의사로 양성하는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MLT(Medical Leaders of Tomorrow)라는 신규 프로그램을 개발 · 운영 중이다. 리더십 · 워크숍 · 트레이닝 등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MLT는 40~50명의 취약 계층 학생 대상으로 레지던트 캠프를 제공한다. 카이저 퍼머넌트 메리트(Merit)는 의료취약지 의사 양성 프로그램으로, 캘리포니아 의대 졸업생 대상으로 매해 8명에게 2천불을 지원하며, 지역 사회 의료 활동 · 연구를 한 학생 대상으로 5천불을 지급하는 재정 지원 교육 프로그램이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는 1974년 제퍼슨(Jefferson) 의대에서 개발한 PSAP(Physician Shortage Area Program) 프로그램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시골 지역에서 성장한 의대 지원자 및 의료취약지 내 가정의학과 전문의 대상으로 의료를 수행할 의도가 있는 지원자를 모집 · 선발하고, 연간 평균 15명의 PSAP 학생을 가정의학과 교수와 연계해 △시골 지역 내 3년 실습 △가정의학과 내 서브 인턴십 과정 등을 진행한다. PSAP를 졸업하면 시골지역 가정의학과 의사로 근무하게 되는데 미국 전역 의대에 이 같은 의사 인력 모델이 개발 · 확장되면서 시골 의사 수는 배로 급증했다.

서 연구원은 "우리나라 의사 인력 교육체계에 이러한 추가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얼마든지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의사를 양성할 수 있다."며, "기존 의료자원 활용 방안과 관련하여 의과대학을 정년퇴직한 건강한 상태의 교수 상당수가 재취업하고 있다. 지역사회 · 의료취약지에서는 고급의 술기가 필요하지 않으며, 적절한 시점에 정확한 진단을 내려서 연계를 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기 때문에 교통만 해결하면 얼마든지 연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기존 의료에서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의료취약지 내 인적 · 물적 인프라를 정비하여 의료 인력을 유인하거나 손실 방지를 위한 재정지원책을 마련하고, 지역사회 문화 · 교육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서 연구원은 "현재는 전체적인 보건의료 발전 계획이 아닌 공공의료 부분만 강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보건의료정책 취약지라고 지칭하고 싶다."며, "정부는 의사 수 부족을 얘기할 때 항상 OECD 보건 지표(Health Statistics)를 근거로 제시한다. OECD 보건 지표에 따르면, 한의사를 포함한 임상의사 수는 인구 1천 명당 2.2명으로, OECD 평균보다 1명이 더 적다. 그런데 국민 건강 상태는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높다."라고 말했다.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학 윈슬로우 교수(Charles Edward A. Winslow)는 1920년에 공중보건의료(Public Health)를 지역사회 노력으로 질병 예방과 수명 연장 및 신체적 · 정신적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으로 정의했다. 서 연구원은 그간 인구 집단의 건강 문제를 부족한 의료 인력이 해결해왔음을 강조했다.

서 연구원은 "보건의료 비용도 OECD 평균보다 훨씬 적다. 정부는 OECD 평균보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부분만 말하면서 의사 인력을 추가로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논의할 부분은 인구 집단의 건강 상태 개선이다. 국민 1인당 외래 진료가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 되는 현실에서 부족한 의료 인력이 전반적인 인구 집단의 건강 상태 향상을 이뤘다는 게 팩트다."라면서, "잘못된 근거로 정책을 펴면 향후 국민은 울상짓는다."라고 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 대부분이 소통의 부재로 발생한다고 했다. 

서 연구원은 "대한의사협회 · 정부가 공통으로 갖춰야 할 것은 공감적인 경청 자세다. 상대방의 세상을 보는 방식에 입각해서 이해 의도를 가지고 경청해야 하는데 현재는 각자 얘기만 하는 경향으로 비치고 있다. 지금은 머리를 맞대고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조직 문제의 60~70%는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발생한다.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게 거버넌스 구축에서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패널토의에는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 △중앙일보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보건복지부 정준섭 공공의료과장이 참석했다.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은 공공의료 개념을 보다 명확히 할 것을 주문했다. 국민이 바라고 생각하는 공공의료와 이 자리에서 논의되는 공공의료 및 의료인이 말하는 공공의료가 약간은 다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윤 사무총장은 "국민이 생각하는 공공의료는 필수의료를 지역사회가 담당하는 형태뿐만 아니라 환자로서 지역주민으로서 내 건강을 책임져줄 의료 영역의 확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이 공공의료인지 여부를 비롯해 일차 의료기관에서 해야 할 역할인지 공공의료가 해야 할 역할인지 문제가 모호 · 복잡해진다."면서, "모든 의료는 공공성을 밑바탕에 둔 공공성이 강조돼야 할 분야이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을 공공의료라고 명명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또, 공공의료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공공의료는 지역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자기 지역에서 더 필요한 의료가 있어도 자원이 한정될 수 있다. 즉, 공공의료는 간단한 듯하지만 굉장히 모호하고 넓은 부분의 개념일 수 있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각자 논의하는 내용이 전부 같다고 볼 수 없어서 의견을 수렴하기 어려워진다."라고 우려했다.

지역 의료 활성화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윤 사무총장은 "왜 활성화가 안 되는지를 먼저 고민하여 의료 인력 부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의대를 세워서 의료인만 양성한다면 지역 내 의료 인력은 확충되지 않는다. 의대 설립으로 지금 당장 몇 명의 의료인 양성은 가능하겠지만, 해당 정책이 지속 가능할지 여부는 의문이다."라면서, "예방 차원의 의료 공공성은 어떻게 담보 · 확대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공의대 설립이 작은 대안일 수 있으나 선행될 과제는 아니라고 했다. 윤 사무총장은 "지역사회 내 공공의료시설 확충에 있어서 의료인 역할이 무엇보다도 필요하지만, 대학을 통해 양성 가능할 문제는 아니다. 이미 있는 공공의대의 커리큘럼 · 기본과목 등 문제점을 진단하고 필요한 내용을 보완한 후 인력 양성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인력 양성을 먼저 해야만 공공의료 인력을 확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윤 사무총장은 "지역사회 중심 의료기관이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을지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차원에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해당 지자체 특성에 맞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도록 중앙 · 지방정부가 소통을 통해 공공의료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정준섭 공공의료과장(이하 정 과장)은 "공공의료 정책의 핵심은 공공의료 인력 양성이다. 정부는 인력 양성을 위해 공공의대 설립이 불가피하다고 얘기한다. 공공의대 쟁점 사안에는 △'기존 의대 활용이 효율적 · 현실적 방안이다' △'49명의 정원으로는 공공의료 인력을 메울 수 없다' △의무복무 미이행 시 따르는 면허 취소 처분은 직업 선택의 자유 · 인권을 침해한다' 등이 있다."면서, "기존 의대 활용의 경우 기존 의대를 통해 해당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제공할 공공의사를 확충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찬성하겠다. 그런데 현재 지역의료를 교육 목표로 표방하는 공공의대는 많지 않다. 대개 우수한 의료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며, 최첨단 의료기술을 갖추는 데 몰두한다. 그러다 보니 지역 내 국립의대에서 지역의료 · 공공의료를 선도하고, 지역의료를 책임지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국립의대 상당수가 지역사회 내에서 당연히 해야 할 공적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다고 했다. 정 과장은 "기존 의대의 교육 목표 · 역할에 비춰볼 때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를 기존 의대에서 양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인식에서 공공의대 설립은 불가피하다."면서, "의대 설립 예산과 관련하여 천문학적 예산이 종종 언급된다. 의대 설립 시 가장 큰 비용이 예상되는 건 교수 인력 및 대학병원 설립이다. 이 점을 감안해 공공의대 건축비는 240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연간 운영비의 경우 의대 교수 확보 · 운영 예산이 들어갈 텐데 교수 상당수는 대학병원에서 겸직한다. 즉, 모든 운영비가 예산에서 투입되는 건 아니고, 교수가 병원에서 진료 활동을 하면서 인건비를 대학 · 병원에서 같이 받는 구조를 띤다."라고 설명했다. 

부속병원 건립과 관련해서는 "국립중앙의료원이 공공의대 교육병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논의되는데, 현재 감염병 병원 설립을 포함해서 6천 5백억 원 정도의 현대화 예산이 확정돼 있다. 이 같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우수한 시설을 활용하여 공공의대의 교육병원 역할을 맡길 수 있다고 본다. 초기 건립 비용 및 교수 인력 운영비는 불가피한 예산이며, 천문학적인 예산이 낭비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49명의 정원만으로는 의사 인력 부족을 메울 수 없기 때문에 3백 명 정도의 정원을 주장하고 있다. 정 과장은 "서울대 연구 용역에 따르면, 의사 수는 당장 560명 정도 부족하며, 추가 필수인력을 포함하면 2천 명 이상의 공공 부문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필수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의가 필요한데, 그런 인력이 약 2천 명 이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공공의대로 부족한 인력을 전부 확보할 수는 없으나 국가의 공공보건의료를 선도할 핵심 인력이 배출될 것으로 본다. 이 외 파견의료인력 인건비 지원사업 등을 확대하고, 지방의료원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도 병행하여 많은 의료 인력이 공공 부문으로 진출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의무복무 10년이 과도하며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10년은 길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유사 사례로 일본의 자치의대에서는 9년이 의무복무 기간이며, 공군사관학교(이하 공사)를 나온 장교는 10년 · 공사 출신 조종사는 15년이 의무복무 기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의사 자격증에 대한 사회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10년간 의무복무는 어느 정도 충분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에서 나온 법률안 검토 의견에서도 10년이라는 의무복무 기간이 과도한 침해가 아니라고 했다. 법률에 분명한 근거를 두고 시행한다면 위헌적 요소는 없다고 본다."라고 일축했다.

다만 의무 불이행 시 면허 취소 및 10년 이내 재발급 금지 조항에 대해서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 과장은 "이 부분은 복지위 위원들이 법률안 논의 과정에서 합리적인 안으로 조정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정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려고 준비 중이다."라면서, "이 부분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한다면 지금 우리나라 공공의료 상황에서 공공의료 설립은 불가피한 선택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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