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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누구나 꺼리는 농어촌 의사, 공공의대 설립만이 답

민감한 시기인 학생 시절부터 공공의료 마인드 심어야

의료취약지 해소를 위해 마련된 공중보건장학의사 · 공중보건의사 제도는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지방 병원에서는 의사를 구하기 위해 급여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재정 악화로 인한 경영 압박으로 이어진다. 

결국 의료수가 · 급여 인상만으로는 지방 의사 인력난 해소에 역부족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필수 의료를 담당할 의료 인력 양성의 근본적인 방안으로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18일 오후 4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왜 필요한가?' 정책토론회에서 서울특별시 박찬병 서북병원장(이하 박 원장)이 '농어촌 지역의 의사 부족 현상과 대안' 주제로 발제했다.



과거 박 원장은 경북 영양군보건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재직하고 △경북 경주군보건소장 △경기도 수원의료원장 △강원도 삼척의료원장 △충남 천안의료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박 원장은 "농어촌 지역은 의료환경이 굉장히 열악하며, 의사도 보기 어렵다."며, "막말로 '촌놈들은 죽어도 좋은 거냐'는 얘기가 나올법한 상황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무의촌 문제 해소를 위해 1977년 정부는 등록금 · 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 후 2~5년간 의료취약지에서 의무복무하는 조건으로 면허를 주는 공중보건장학의사 제도를 도입했으나 제도적 불완전성 · 지원자 감소 등으로 1996년 선발이 중단됐다. 

박 원장은 "당시 공중보건장학의사 제도를 통해 전문의가 된 이들이 돈을 갚아버리고 시골에 안 갔다. 의무 복무를 위반한 거다. 그런데 관련 법률이 미비한 탓에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결국 패소했다. 이 때문에 제도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복지부는 읍 · 면 보건지소 등 의료취약지에서 군(軍) 복무를 대체하여 3년간 의무복무하는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 제도를 197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의사 면허 취득자 중 병역 의무가 없는 여성 비중이 최근 크게 증가하면서 공보의 수도 상대적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박 원장은 "의사 대부분은 출신지가 대도시이다. 대도시 문화생활에 익숙한 의사들은 농어촌 문화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지방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환자 수가 줄어드는 것도 한 원인이다."라면서, "감기환자 한 명의 수가가 서울에서 1만 원이라면, 남원에서는 2만 원으로 올려줘도 되지 않겠나. 그런 식의 자발적 유도책이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삼척의 경우 수원의 130%를 의사 급여로 줘야 하는데 의사 급여가 높으면 인건비 비중이 늘어난다. 병원 경영평가에서는 인건비 비중을 많이 따지기 때문에 경영 성적은 당연히 나쁘게 나온다.

박 원장은 "재정이 악화되면 병원 경영을 책임지는 원장 · 경영진 간부들은 개선책을 고민한다. 은행에서는 '왜 돈을 못 벌었냐. 네 병원 같으면 이렇게 운영하겠냐'고 계속 몰아붙인다."며, "진료 성적이 안 좋으면 빨리 내보내기 위해 1년 계약직으로 의사를 채용한다. 의사는 오래 근무하려면 수익을 많이 내야 한다. 내가 삼척의료원장으로 있을 때 채용했던 한 의사는 과잉진료를 했다. 머리 아픈 환자가 오면 CT · MRI를 같이 찍었다."고 말했다.

재정 악화에 몰린 지방병원은 내과 · 정형외과 · 신경외과 등 돈을 많이 버는 과로 경영을 유지하며, 산부인과 · 소아과 · 외과 · 비뇨기과 · 이비인후과 · 안과 등 비인기과를 등한시한다. 또, 의사를 구하기 위해 자택을 제공하고 법적 휴가를 보장하며 급여를 민간병원 수준으로 맞춘다. 

박 원장은 "삼척의료원장 때 인터넷 구인 공고를 낸 후 해운대 · 대전에서 연락이 왔다. 당일 전화를 받자마자 삼척에서 무려 6시간을 운전하여 만나 그 자리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나중에 '가족이 반대해서 못 가겠다'고 취소했다. 지도를 보니 너무 오지였다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지방병원 근무 의사의 특징을 보면 △미혼 △신혼 △기러기 아빠 △퇴직의사 등이 주류를 이룬다. 지방출신 혹은 지방병원에서 수련한 의사는 지방 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장기 근속하는 경우가 많으며, 대개 소신 진료를 원하는 의사도 지방병원에서 오래 근무한다. 그러나 평균 재직연수는 전체적으로 짧은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은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공중보건장학생 제도 재도입 △지역책임병원 파견 의료인력 인건비 지원사업 추진 △공중보건의료 종사자 수급에 대한 총괄 관리체계 구축 △공공보건의료연수원 설치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박 원장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은 개인적으로 대학이 됐으면 한다. 2년이라도 더 젊을 때 농어촌을 경험하는 게 낫다."며,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지방의대에 해당 지역 출신 학생을 10~30%까지 채용할 의무가 생겼다. 많은 이가 잘 모르지만, 굉장히 좋은 제도다."라고 언급했다. 

결론적으로 농어촌에서 일할 의사 인력 양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이라고 했다. 이는 민감한 시기인 학생 시절부터 공공의료 마인드를 심어주는 제도로 △조금 순화된 제도는 학생지역할당 제도 · 공중보건장학의사 제도 △더 순화된 제도는 공공보건의료연수원 제도라 할 수 있다. 

박 원장은 "의료수가 · 의사급여 인상만으로 지역의사를 확보하기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 의사 가족의 교육 · 문화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할 제도 · 시스템과 성취감을 제고할 해외연수 · 국내연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며, "한해 두 달 정도의 파격적인 휴가 기간을 제공하고, 휴가 때 대신 일할 백업 요원을 둬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공공병원 의사에게 두 달의 휴가를 제공한다. 그렇게 숨 쉴 여유를 만들어주면 참으면서 근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아닌, 질병을 앓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박 원장은 "농어촌이라는 문화 · 역사 속에서 질병을 앓는 환자를 치료하는 진정한 의사가 될 수 있게끔 제도화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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