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후 병원이나 시설에서 퇴원하면 바로 취약 계층으로 전락해버리는 암환자을 위해 커뮤니티케어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커뮤니티케어의 구체적인 실행 주체에 대한 모델 제시와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대국민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12일 국립암센터는 보건복지부 암정복추진기획단과 함께 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 대회의실에서 '커뮤니티케어: 지역 기반의 의료·보건·복지 연계형 암환자 케어 모델과 방향' 주제로 제68회 암정복포럼을 개최했다.
‘커뮤니티케어’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집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에서 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하는 혁신적인 사회 서비스 체계를 말한다.
이날 ‘커뮤니티케어의 추진방향’을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승연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커뮤니티케어의 도입배경으로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돌봄의 필요성이 증가했지만, 복지시설이나 병원 중심의 비효율적인 돌봄이 만연해짐에 따라 병원에서 병원으로 전전하는 '회전문 현상'이 발생하거나 시설에서의 사망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노후의 삶의 질이 저하되는 현상을 꼬집었다.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적 서비스로 인해 수급권의 보편성이 취약하고 서비스의 포괄성과 적절성이 미진하며, 분절적인 케어 시스템으로 인해 ‘케어 사이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부재한 현실도 지적했다.
김승연 연구위원은 향후 한국의 커뮤니티케어 핵심과제로 ▲포괄적이고 충분한 서비스의 보편적 적용, ▲보건의료·요양·복지의 체계적 연계, ▲서비스 인력 및 제공기관의 확보, ▲전달체계 및 지역 거버넌스의 확립 등으로 요약했다.
다음 ‘지역 기반의 암환자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정소연 국립암센터 암환자헬스케어연구과 선임연구원은 암환자에 있어 커뮤니티케어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지역 기반의 의료·보건·복지 연계형 암환자 커뮤니티케어 모델과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의 암 발생률과 특히 고령에서의 암 발생률 증가를 지적하며, “암환자들은 치료 이후 신체적·정신적·사회경제적 문제에 봉착하며, 현재 우리나라는 암 치료 이후 케어 시스템의 연계가 단절된 상황으로 암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부담 또한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런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암환자에서의 커뮤니티케어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말기 암환자의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을 주제로 발표한 장윤정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장은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생애말기돌봄 개념 등을 설명하며, 죽음의 질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예방에서 임종까지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돌봄 서비스 도입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호스피스의 임종돌봄은 ‘임종돌봄’의 대표적인 모델로, 향후 임종돌봄은 모든 보건의료의 기본 서비스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케어 정착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현숙 성동구 보건소장은 그간 정부가 발표한 커뮤니티케어 관련 보도들을 정리하며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인프라와 전문인력의 확충 계획을 끊임없이 발표해왔지만 실질적으로 개선된 바는 없다”고 말하며, 실제 개선이 가능한 정도의 재정 투입이 없음을 지적했다.
한편,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토론회는 이건세 사회보장위원회 커뮤니티케어 전문위원회 위원장을 좌장으로 하여, 황승현 보건복지부 커뮤니티케어추진단장, 홍성미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지연 한국소지바연맹 사무총장, 오상우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배지영 중앙일보 의료전문기자가 패널로 참여했다.
홍성미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커뮤니티커어 논의가 활성화되며 여러 분야에서 의료적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지만, 각각의 요구들 사이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고 말문을 열었다.
홍 교수는 이어 “특히, 암환자들에 있어 환자의 삶에 대한 고찰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며, “높은 암 발생률에 고령자에서 발병률이 높다는 건 지역사회에서 이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건데, 우리는 그간 의료에만 의존하며 지역사회의 관심이 모자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암환자의 커뮤니티케어를 논하기 위해서는 의료 인프라가 할 역할과 지역사회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며, 이를 실행하고 연계할 구체적인 주체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일상적인 암환자의 커뮤니티케어를 위해서는 실행 주체들에 대한 명확한 모델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욕구 수준의 모델이 제시된 듯하다”고 앞선 발제에 대해 꼬집었다.
그는 이어 암환자의 커뮤니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완화의료를 꼽으며, “암환자가 원하는 임종 장소는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가정 혹은 지역사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간호 관련 가족간의 끔찍한 살인사건을 언급해,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의 고통 또한 심각한 현실을 꼬집으며, “간호·간병 시범사업에도 불구하고 아직 현실에서는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에서 보건소의 역할이 과중함을 지적하며, 중간자 역할을 하는 보건소의 업무에 우선순위를 정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오상우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환자를 직접 돌보는 입장에서 커뮤니티케어의 실질적인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환자가 진료실을 떠나고 나서의 상황이 궁금하지만, 의사가 각각의 환자를 개별적으로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하며, “모든 암환자들이 경제적 문제를 배제하고라도 퇴원 후 전부 취약 계층이 되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복지부는 커뮤니티케어에서 의료진과 지역사회 의사가 이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의사가 이를 받아들이긴 힘들어 보여, 결과적으로 보건소의 부담만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보건소 담당자 1명이 관리하고 있는 가정이 현재 약 800가구인데 여기에 암환자까지 어떻게 관리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커뮤니티케어의 효율적 방안을 제언하며 IT 활용과 자원봉사의 문화적 정착을 예로 들었다. 그리고 타 부처와의 연계 또한 강조했다. 그는 “커뮤니티케어에서 환자의 이동수단이나 교통 등의 물리적 인프라 구축은 보건복지부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하며 사회 전반이 같이 가야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지역병원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격오지 등의 관리에서 문화나 의료시설의 접근성, 교통 등 차이가 큰 지역에서 오는 차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역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지연 한국소지바연맹 사무총장은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일 필요성이 있음을 주장했다.
그는 “커뮤니티케어 어느 가정에나 해당되는 중요한 문제로 이제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개념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이는 문화와 의식의 문제이기에 단시간에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말하며 장기적이고 꾸준한 인식 개선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대해 정지연 사무총장은 “커뮤니티케어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 소비자들에 인식도를 높이는 것도 방도 중 하나”라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황승현 보건복지부 커뮤니티케어추진단장은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정부의 가장 큰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 재가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며, 따라서 재가 생활이 가능하게끔 여건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며, “정부는 올해부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첫발을 내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가 중심, 그리고 지역사회 중심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충족돼야 하는 부분으로 ▲간병 부담의 완화, ▲주거환경 조성, ▲병원, 시설, 재가 서비스의 원활한 연계,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수행할 ▲인프라 구축을 꼽았다.
그는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을 빠르면 다음달 초에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 모든 것들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이와 관련해 적합한 모델을 찾기 위한 시범사업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