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화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대한병원협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은 하나같이 건강보험 재정안정화가 아닌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거기다 보건복지부가 외래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화를 위한 근거로 제시한 자료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병원협회는 앞서 복지부가 제시한 참고자료와 관련해 “실제 상급종합병원 외래를 찾는 대다수의 환자는 중증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경증질환에 걸려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일 뿐”이라며 감기처럼 가벼운 질환만을 치료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찾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외래경증 본인부담률 조정과 관련한 참고자료 요양기관별 외래이용현황을 살펴보면, 2005년~2009년 기간동안 상급종합병원은 외래환자 증가율이 48%로 같은 기간 의원의 12% 증가에 반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또 상급종합병원의 내원일 점유율은 3.1%에서 3.9% 증가한 반면, 의원의 점유율은 66%에서 63.3%로 감소했다.
복지부의 참고자료에 의하면 요양기관종별 외래 진료비 증가율은 2005년~2009년 기간동안 상급종합병원 외래 진료비 증가율이 90.2% 증가함에 반해, 의원은 30.2%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복지부의 자료에서는 단순 내원일수 증가와 외래 진료비 증가라는 부분만을 강조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내원환자의 질환이나 복합질환 등에 따른 환자 구성비가 전혀 없는 것.
복지부는 또 지난 2009년 7월 본인부담률 인상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던 외래환자증가율이 둔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이의 근거로 ‘의원의 다빈도 50개 상병’의 상급종합병원 내원일수 증가율이 미미함에 반해, 종합병원과 의원은 내원일이 증가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허나 ‘의원 다빈도 상병 50개 목록’을 보면 상급종합병원 점유율은 1.9%에 불과했으며, 의원급 점유율은 87.3%를 차지하고 있었다. 즉, 복지부의 자료로서는 경증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 들어나 있다.
이와 관련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복지부 자료는 여론 몰이를 위한 것에 불과해 보인다”며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진료비가 증가한 것은 중증질환이기에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논의되는 내용이 1차 의료 살리기로 급변하고 있어 좀처럼 갈피를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병협은 복지부의 계획대로 외래 본인부담률 약제비를 차등화 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증가는 물론, 환자부담 가중과 혼란만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병협 관계자는 “약제비 본인부담률 종별 차등시 환자부담만 가중된다”면서 “환자본인부담률을 30%에서 40%로 변경할 경우 15.300원(2010년도 대비 보험료 20.5% 인상 효과(직장가입자 기준), 50% 30,600원, 60% 46,000원이상 환자부담금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환자들에게 부담만을 늘려가며 의원으로 가라고 할 수 있는가? 이번 본인부담률 인상 방향은 충분한 논의도 되지 않았으며 복지부가 무언가에 쫓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의도가 무엇인지 의혹을 제기했다.
환자단체들 역시 복지부가 제시한 참고자료의 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복지부는 환자들이 왜 대형병원에 가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환자들은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한다해도 대형병원을 찾을 것이다. 해법은 의원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본인부담률 인상이 대안일 수 없다고 보았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당초 오는 2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20일 회의를 취소했다. 외래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화를 둘러싼 의료계 내부의 이견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