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서 교육을 목적으로 진료실 등에 학생들을 참관시키는 경우 환자의 인권 차원에서 사전 양해를 구하는 등의 윤리적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료윤리연구회가 6일, 의사협회 동아홀에서 ‘의사와 환자관계 윤리’를 주제로 연 강의와 토론에서는 ‘교육목적 진료실 출입 사전동의안’에 대해 윤리적 차원에서 사전양해를 통한 환자의 자율성 보장 등을 모색해봐야 한다는 의견들이 개진됐다.
의료윤리학교실 정유석 교수(단국대 가정의학과)는 “과거에 대학병원은 환자를 낫게만 해주면 된다는 인식이었으나 지금은 환자의 자율성도 커지는 변화가 일어났다”며 “교육을 목적으로 한 진료실 출입이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교육목적을 달성하면서 환자의 프라이버시도 보호하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즉 과거에는 의사와 환자가 수직적 관계였던 것과 달리 현재는 동반자적 관계로 변화한 만큼 별 다른 고민 없이 관행만을 지속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
정유석 교수는 양 의원의 진료실 출입 사전동의 제안이 포퓰리즘이라고 보는 의료계의 일부 지적에 대해 “인기영합 측면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환자의 삶의 질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는 만큼 토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동의서에 대한 개념의 재정립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 의사들은 동의만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안에 담긴 정보가 중요한 것”이라며 “정보를 최대한 제공해 환자가 자율적으로 시술과 치료에 대한 결정을 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동의서의 원래 취지”라고 언급해 환자의 자율성에 대한 개념을 의사 사회에서도 인식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회장도 의사들이 환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명진 회장은 “윤리적인 문제를 법으로 다스리려는 양 의원의 발상은 충분한 분석과 대안이 없는 인기 영합성 행동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며 비판했지만 “우리 의사들도 양 의원의 발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겸손한 마음으로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의 경우 이미 13년전인 1997년부터 환자 신체의 특수부위를 진찰할 때 진료 전 환자에게 사전 양해를 구하고 가능한 사전 동의사실을 진료기록에 남겨두라는 의사협회의 권고안이 있다. 따라서 이번기회에 우리나라에서도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부족함이나 무례함이 없었는지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윤리적 관계에서 돌아보고 발전방향을 짚어보자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양승조 의원의 사전동의서 입법 발의에 대해 의원실의 조기호 비서관과 의료계 인사들의 격양된 공방이 오가며 토론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