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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환자 고통은 누가?” vs “건보 화수분 아니다”

비만 건보적용 두고 인터넷 찬반 논쟁 후끈

비만 치료는 건강보험에 포함해야 한다는 인터넷 여론이 거세다. 이를 두고 다음아고라 이슈청원 페이지에는 4200여명의 누리꾼들이 서명에 참여하며 찬반 논쟁이 뜨거운 상황.

이처럼 다음아고라에서 비만 치료의 급여화 여론이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KBS 인간극장 ‘나는 날고 싶다’는 제목의 프로그램 때문이다. 인간극장에 소개된 주인공 이정선씨는 현재 몸무게 192kg의 초고도비만 환자이다.

TV 화면을 통해 비춰진 이정선씨는 거동은 물론 일상생활은 하는데 있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 이러한 모습이 자연스럽게 TV를 통해 방영되면서 인터넷 누리꾼들 사이에서 ‘비만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주인공인 이정선씨는 “제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괴물 같다 그래요. 한국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초고도비만”이라며 “가장 힘든 건 몸무게보다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이다. 고개를 들 수 없어 땅바닥만 보며 걷고, 운동을 하려해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늦은 밤 인적 드문 공동묘지를 걸을 수밖에 없다”고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누리꾼 k씨는 “192kg라는 몸무게가 단순히 개인의 게으름이나 식생활 탓이라고 생각하기는 무리가 아닐까요. 비만은 개인의 생활습관에도 기인하지만 타고난 유전자나 질병 탓도 비만의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안다. 비만의 원인이 유전자나 질병으로 인한 것으로 밝혀지고 동시에 정상 체중의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나는 경우라면 의보 혜택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찬성했다.

하지만 누리꾼 토방씨는 “의료보험으로 모든 걸 풀어내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딱하고 불쌍한 사람이 저 한 사람뿐일까? 모두가 이나라 백성이고 혜택을 줘야겠지만 점점 부담이 커지는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헤아리지 않는가?”라며 반대했다.

누리꾼은 이 같은 방송을 통해 그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뒤 지난 국정감사에서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이기우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대상으로 “비만에 대한 보험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 내용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국정감사 당시 건보공단은 이기우 의원 지적에 대해 “초고도 비만에 대해 보험을 적용하는 안을 복지부와 협의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그러나 현재 건보공단과 복지부의 생각은 1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보건복지가족부 보험급여과는 “비만에 의한 합병증에 대해선 급여화하고 있다. 비만의치료행위의 대부분은 약물치료다. 하지만 아직까지 비만에 대한 개념도 정확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약물치료를 급여화 할 경우 이를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급여화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건강보험공단 역시 “비만이라는 것은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이런 이유로 비만치료를 급여화는 방향을 예방으로 선회했다. 전국민 차원으로 보았을 때는 예방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365mc 비만수술센터 조민영 소장에 다르면 현재 국내에 이정선씨와 비슷한 초고도비만 환자는 전체 국민의 3%정도라고 한다.

조민영 소장은 “고도비만 환자는 약물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자이다. 수술치료 후 약 1년에서 1년 6개월 시간을 두고 치료를 받아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고도비만을 제외하고 비만을 질환으로 규정할 수 있는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는 기준이 문제”라고 말한다.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개원가를 찾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비만보다 자신의 체형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 즉, 복지부나 건보공단 입장에서 볼 때에는 당연히 질환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조민영 소장은 “일반적인 비만환자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자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질환으로 판명된 환자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정해 최소한의 도움을 줄 필요는 있다고 본다”면서, “비만환자 모두에게 건보를 적용하게 된다면 건보재정에서 약제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적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국내 비만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미국의 1960년대 후반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미국의 경우 전 인구의 30%가 고도비만 환자. 하지만 문제는 미국이 40년 만에 고도비만 환자비율이 30%에 달했다는데 있다.

비만환자의 증가는 식생활의 변화보다는 국가의 경제적 성장과 관련이 높다고 한다. 단적인 예로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과 함께 비만환자 증가율이 사상을 초월해 아시아 1위에 등극했다.

조민영 소장은 “현재 국내 고도비만 환자가 3%라는 비교적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지만 어느 순간 5~6%로 상승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다만 미국이 4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지만 그보다 바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도 이 부분을 예측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당장 건보재정을 해결하기 위해 급급하기보단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또한 “비만 역시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는다면 향후 노인인구증가로 인한 의료비상승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데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