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사랑의 호르몬’ 분비 증가

위스콘신-매디슨 대학, 비아그라 메커니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 마련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연구진은 Journal of Physiology 온라인판에 발표한 논문에서, “비아그라가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의 양을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비아그라류의 발기부전 치료제가 음경의 혈류 증가 이외에 다른 기전을 통해 생리효과를 나타냄을 보여주는 첫 번째 결과이다.

종종 ‘사랑 호르몬’(love hormone) 또는 ‘포옹 물질’(cuddle chemical)이라고도 불리는 옥시토신은 생식(자궁수축 및 유즙분비) 및 사회관계(social interaction)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오르가즘 중에 분비되며 성적 흥분(sexual arousal)과도 관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시토신 분비는 마치 제동장치처럼 작용하는 효소(PDE-5: phosphodiesterase type 5)에 의해 통제되는데, 이 효소는 세포의 신경흥분을 제어함으로써 호르몬의 분비를 제한한다.

연구진에 의하면, 비아그라는 혈관과 뇌하수체 후엽에서 PDE-5를 차단함으로써, 즉 브레이크를 해제함으로써 작용한다고 한다.

즉, 비아그라는 혈관에서는 평활근을 이완시켜 혈류를 증가시킴으로써 발기부전을 치료하고, 뇌하수체 후엽에서는 세포의 반응성을 높인다. “비아그라는 옥시토신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비아그라의 추가효능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이제까지 옥시토신의 분비와 관련된 효과는 간과되어 왔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신경자극에 반응하여 분비되는 옥시토신의 양을 측정하였다. 쥐의 뇌하수체를 비아그라로 치료했을 때, 뇌하수체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3배나 많은 옥시토신을 분비함으로써 자극에 반응했다.

중요한 것은, 비아그라가 신경자극이 없는 상황에서는 호르몬분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발기부전치료제는 자발적인 발기를 유도하지는 않으며, 성적 자극에 대한 반응을 증강시킬 뿐이다. 이는 뇌하수체 후엽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비아그라는 옥시토신의 자발적 분비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옥시토신의 분비량을 증가시킨다”라고 말했다.

PDE-5는 cGMP에 특이적으로 작용해 cGMP-매개 신호전달을 중단시킨다. 비아그라 계통의 특이적 PDE5 저해제가 혈관에서 cGMP-매개 혈관이완을 증폭시켜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과정은 잘 확립되어 있다. 그러나 PDE-5가 혈관 이외의 부위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PDE5 저해제가 뇌하수체 후엽에서 cGMP를 매개로 하여 K+ 채널(Ca2+에 의해 활성화됨)을 조절함으로써 옥시토신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과정을 밝혀 내었다.

PDE-5는 뇌하수체신경의 축삭에서 - cGMP의 분해를 매개로 해 - 활동전위(action potential)가 전파되는 것을 제한한다. PDE5 저해제인 실데나필은 cGMP의 분해를 억제함으로써 K+ 채널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뇌하수체 신경말단의 흥분성(exitability)을 증가시키고 활동전위의 발화(firing)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출산, 수유, 생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옥시토신은 최근에는 사회적 연대를 강화해 주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그 연구영역이 확장되어 왔다.

비아그라 역시 폐성고혈압, 산행중 장애, 레이노증후군, 심장질환 등에 효과가 있음은 물론, 최근 생체시계의 타이밍을 조절함으로써 시차극복 능력을 강화하는 등의 무궁무진한 효과가 밝혀지고 있는 중이다.

이번 연구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 퍼즐의 한 조각을 맞춘 것에 불과하며, 발기부전치료제가 단지 발기부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또 한 번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비아그라가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다른 연구진들에 의해 “뇌 안의 옥시토신 감수성 세포가 발기반응을 신경적으로 조절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는데, 이러한 연구결과와 이번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비아그라가 복수의 경로를 통해 효능을 발휘한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