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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흉부외과학회, “의료분쟁조정법 강력보완 필요”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과한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에 대해 근원적 공감과, 깊은 우려를 표한다. 

의료사고 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하고, 의료인이 안정적인 진료환경에서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입법 취지는 깊이 공감한다. 

환자 보호와 합리적 보상체계, 그리고 의료진을 위한 안전망은 모두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현재의 개정안은 의료인의 형사 부담 완화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형사특례 적용을 위해 중대한 과실 부재, 설명의무 이행, 그리고 책임보험 가입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중대한 과실을 12개 유형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그 기준이 모호하며, 새로 신설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는 의료인 비율이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로 인한 중상해까지 조정절차 자동개시 대상이 확대되며, 의료기관에는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고위험 중증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진에게는 오히려 법적·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으며, 개정안의 취지와 달리 필수의료 진료가 위축될 우려가 크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현재 극심한 인력난, 과중한 업무 부담, 구조적으로 낮은 수가 체계 속에서 필수의료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본 개정안이 현행 구조대로 시행될 경우, 이미 한계 상황에 놓인 심장혈관흉부외과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궁극적으로 국민이 고위험 중증 수술을 적시에 받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본 학회는 법안의 주요 쟁점에 대하여 의견을 밝히고 향후 보완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첫째, 고위험 중증 필수의료행위의 범위는 보다 명확하고 현실적으로 규정돼야 하며, 이에 상응하는 제도적 보호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응급·중증·고난도 환자를 담당하는 대표적 필수의료 분야이다. 심장 및 대혈관 수술, 폐·식도 고난도 수술, 심장이식·폐이식, 복합 심기형 수술과 신생아 심장수술, 중증 흉부외상, ECMO, 수술 후 중환자 치료 등은 모두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고위험 중증 필수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진료는 본질적으로 사망과 중증 합병증의 위험을 동반한다. 

따라서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부적절한 결과가 질환 자체의 중증도와 치료에 내재된 위험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실제 의료과실에 의한 것인지는 반드시 해당 분야 전문가의 신중하고 전문적인 검토를 거쳐 판단돼야 한다. 이와 같은 고위험 진료가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호되지 못한다면, 의료진이 중증 환자 진료를 기피하게 될 우려가 크다.

둘째, 중대한 과실의 기준은 보다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정의돼야 한다. 개정안은 중대한 과실의 범위를 여러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일부 조항은 실제 임상현장에서 사후적·결과 중심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고위험 수술과 중환자 치료 영역에서는 환자의 상태가 급변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위험이 존재하더라도 모든 결과를 완전히 방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중대한 과실은 의학적 판단의 차이, 불가피한 합병증, 수술 중 불가피한 계획 변경, 응급상황에서의 즉각적 판단, 중환자 치료 과정에서의 예후 악화와 명확히 구별돼야 한다. 중대한 과실은 의학적 판단의 영역이 아니라, 고의에 준하는 현저한 일탈 또는 명백한 안전수칙 위반에 한정돼야 한다.

셋째, 필수의료사고의 자동개시 구조는 고위험 진료 영역의 특성을 반영해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 심장혈관흉부외과 환자는 질환 자체가 매우 위중하며, 치료 과정에서도 사망이나 중증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자군에서 부적절한 결과가 발생할 때마다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조정 및 심의 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된다면, 의료진은 치료의 본질보다 분쟁 가능성을 먼저 고려하게 될 우려가 있다. 자동개시 제도는 환자 보호와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한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고위험 필수의료 영역에서는 이 제도가 결과적으로 중증 환자 진료 기피를 초래하지 않도록, 적용 범위와 절차를 보다 신중하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넷째, 형사특례의 요건과 설명의무의 연동 구조는 필수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개정안은 설명의무 이행, 책임보험 가입, 손해배상 또는 보험금 지급 등 여러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형사특례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고위험 필수의료 현장에서는 의료사고의 원인과 책임 범위가 단기간 내 명확히 정리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치료 과정 자체가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판단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심장혈관흉부외과 수술과 중환자 치료는 수술 직후에도 환자의 경과가 급변할 수 있고, 합병증의 원인과 예후를 단기간 내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정 기간 내 설명의무 이행 여부가 형사특례 적용 여부와 직접 연동될 경우, 의료진은 충분한 의학적 검토가 이뤄지기 전에 법적 부담을 고려해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에 놓이게 된다. 설명의무는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로 재설계돼야 하며, 형사책임 판단과 기계적으로 연결돼서는 안 된다. 

형사책임 완화 제도가 실제로 필수의료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이 그 적용 여부를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특례 적용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불명확할 경우, 제도는 보호 장치로 기능하기보다 의료진에게 또 다른 법적 불확실성과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다섯째, 책임보험과 배상 구조는 국가 책임 원칙 아래 설계되어야 하며, 구조적 저수가에 시달리는 필수의료 분야의 현실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고위험 필수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회적 기반이다. 따라서 이러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의 보상체계를 의료진 개인이나 개별 의료기관의 책임보험만으로 감당하도록 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대표적인 고위험·저수가 필수의료 분야로서, 수술의 난이도와 위험도에 비해 수가가 현저히 낮은 구조적 문제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높은 위험도에 상응하는 고액의 책임보험료 부담까지 더해진다면, 이미 경영 위기에 놓인 많은 심장혈관흉부외과 진료기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이는 곧 국민이 심장·폐·식도 등 생명과 직결되는 중증 질환에 대해 수술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인프라의 축소를 의미한다. 

책임보험 가입 여부를 국가보상이나 형사특례와 과도하게 연계하기보다, 국가 책임에 기반한 실질적인 보상체계와 합리적인 보험료 지원 방안이 보다 명확하게 마련돼야 한다.

여섯째, 의료사고 심의 구조는 해당 분야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진료는 복합적이고 고난도의 의료행위가 대부분이며, 같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해당 분야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 없으면 적정한 판단이 쉽지 않은 영역이다. 수술 중 판단 변경, 중환자실 치료 과정, ECMO 운용, 재수술 여부 결정, 출혈·감염·장기부전 대응, 복합 심기형의 단계적 수술 전략, 신생아 심장수술 후 순환관리 등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 없이는 그 적정성을 평가하기 어렵다. 

중증 고난도 수술의 결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해당 수술의 특성, 환자의 중증도, 술기의 불가피한 위험성, 그리고 의학적 의사결정 과정 전체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의 판단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비전문가 중심의 심의 구조 하에서 결과만을 기준으로 과실 여부가 판단된다면, 이는 의학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고위험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진에게 심각한 위축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의료사고 심의 과정에 환자와 사회의 시각이 반영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의학적 과실 여부와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은 반드시 해당 분야 전문가의 검토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와 중대한 과실의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는 관련 전문학회의 참여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극심한 인력 부족, 높은 업무 강도, 구조적 저수가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수의료의 최전선을 묵묵히 지켜왔다. 

그러나 이 법안이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시행된다면, 의료진에게 가중되는 법적·경제적 부담은 이미 한계에 이른 심장혈관흉부외과의 의료 인프라를 더욱 약화시키고, 이는 결국 국민이 고위험 중증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축소로 직결될 것이다.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제도는 환자 보호라는 본래 목적에도 부합하기 어려우며 필수의료를 지켜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기 위한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법 취지를 실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지속적이며 합리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즉각적이고 강력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향후 이 법안의 후속 입법과정에서 적극적인 필수의료의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우리 왜곡된 의료의 현실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필수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본 개정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향후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의료분쟁 해결 체계를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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