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이하 KRPIA)는 서울 반포한강공원 채빛섬에서 오늘 오전 ‘환자를 위한 정책 포럼 – 신속한 치료 접근을 위한 건강기술평가(HTA) 및 보건의료 정책 변화’를, 이어 오후에는 ‘환자와 함께 만드는 건강한 내일 포럼’을 개최했다고 금일(24일) 밝혔다.
창립 25주년 행사 이틀째인 오늘, ‘Partnering the Future’를 주제로 열린 두 포럼은 환자 중심의 생태계 구축과 신약 접근성 개선 노력 속에서 향후 보건의료 정책의 방향을 조망하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신속한 신약 접근을 위한 건강기술평가(HTA) 및 보건의료 정책 변화를 다룬 ‘환자를 위한 정책포럼’
이날 오전 국제 심포지엄 형식으로 진행된 ‘환자를 위한 정책 포럼’에는 영국·독일 교수와 일본 정부관계자 등이 참석해 신약 접근성을 높이고 신약 개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자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들을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재정 지출 감소에 치중한 현행 한국 건강보험 제도가 혁신적 의약품 도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의약품의 비용효과성 평가 시 혁신성과 사회적 가치, 질병의 중증도 등을 반영하는 글로벌 약가제도 개편 흐름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주요 발제자로 참석한 알란 와일루(Allan Wailoo) 영국 셰필드대학교 (Sheffield University) 보건경제학과 교수는 ‘영국 보건의료평가기구(NICE)의 중증도 가중치(Severity Modifier) 적용 경험과 시사점’을 주제로, 영국 정부가 지난 2022년 기대 여명이 2년 이하인 말기 암 환자의 치료제에만 특별히 높은 ICER를 인정하던 과거 방식에서, 사망 위험이 높은 모든 질환의 치료제에 ICER를 유연 적용하는 '중증도 가중치 프리미엄 방식(Severity Modifier)'으로 전환한 예를 들었다.
이어 “영국은 전 세계 최초로 경제성 평가 방식을 도입했으나 신약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정부와 업계의 반성 속에 제도를 개선했다”며, “질환의 종류와 무관하게 일관된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NICE의 의사결정 투명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NICE 산하 연구·자문기관인 ‘의사결정지원 본부(Decision Support Unit)’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중증도 가중치 방법론을 직접 개발한 와일루 교수는, 한국의 경제성 평가 제도는 영국보다 극히 보수적인 가정을 채택하고 훨씬 낮은 약가로 등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국의 사례가 한국의 신약 접근성 제고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혁신신약 중심의 독일 의약품관련 보건의료시스템’을 주제로 영상 발제한 프랭크 울리 프릭(Frank-Ulrich Fricke) 독일 뉘른베르크 응용과학대학(Nuremberg Institute of Technology Georg Simon Ohm) 보건경제학과 교수는 신약의 시장 출시와 동시에 급여를 우선 적용한 후 6개월 내 효과 평가 및 약가 협상을 진행하는 자국의 ‘선등재 후평가’ 방식을 소개하며, 신속한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정해진 기한 내에 협상 가능한 약가를 도출할 수 있는 합리적이며 예측가능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독일 처방약 시장에서 제네릭 의약품의 비중은 80%에 이르지만, 정부는 신약에 재정의 80%를 지출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배경이 있기에 독일에서는 신약이 허가되는 즉시 모든 허가사항 내에서 보험 등재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카이타 후지하라(Kaita Fujihara)일본 후생노동성 의약산업 진흥·의료정보 기획과 정책기획부장이 ‘2024년 일본 약가제도 개편과 혁신 신약 가치평가 강화’을 주제로 영상 발제했다. 일본은 2024년부터 약가제도를 전면 개편하며, ▲해외에서 허가 받은 후 일본에 1년 이내 신속하게 급여 출시할 경우 ▲해외 약가와 비교해 일본 약가가 낮을 경우 ▲소아용 의약품일 경우, 약가를 우대하는 혜택을 신설했다.
또한 등재된 모든 신약의 약 90%를 ‘가격 유지 우대(Price Maintenance Premium)’ 혜택을 적용하고 향후 15년 간 가격 인하 대상에서 제외·면제함으로써, 글로벌 제약사의 투자를 유치하는 혁신 신약 출시 유인을 강화했다. 후지하라 부장은 “혁신 가치를 보상받은 산업계와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정부 모두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이날 ‘환자 중심 신약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논의’를 주제로 진행된 패널 토론은 ‘글로벌 HTA 변화와 국내 실정에 맞는 가치 기반 평가체계의 개선 방향’을 다각도로 짚었다. 이의경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좌장을, 어윤호 데일리팜 기자, 김태경 법무법인 화우 전문위원, 조재민 한국릴리 상무, 여동호 LG화학 담당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은 선진국 수준의 신약 접근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데 뜻을 함께 하며,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 속에서도 혁신 신약을 환자들에게 신속히 공급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해법이 마련되기를 촉구했다.
◆환자 중심 보건의료 정책 방향을 제시한 ‘환자와 함께 만드는 건강한 내일 포럼’
같은 날 오후에 열린 ‘환자와 함께 만드는 건강한 내일 포럼’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의료계, 산업계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지속가능한 환자 중심 보건의료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과 정책 개선점을 논의했다. 이번 포럼은 해외 대비 낮은 신약 접근성과 제도적 장벽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정책적 해법을 모색하는 협력의 장으로 마련됐다.
최인화 KRPIA 전무는 ‘환자와 함께한25년, 더 건강한 내일을 향한 혁신’ 세션 발표를 맡아, KRPIA와 회원사들이 신약 접근성 개선을 위해 환자들과 함께 걸어온 여정과 향후 과제를 공유했다. 그는 “지난 25년간 ‘New Medicine New Hope’라는 구호 아래, 중증·난치·희귀·만성질환을 아우르는 혁신적 치료법 및 의약품을 한국에 공급하고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왔다”며, “이들이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신약은 국내 전체 신약의 83%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질환 인식 개선 캠페인, 정서적 돌봄 활동, 약제비 지원 프로그램 등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면서도, “질환의 고통과 싸우는 환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혁신 신약”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KRPIA는 환자와 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환자들의 목소리를 정책과 제도에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를 대표해 ‘새 정부에 바라는 환자 중심 보건의료 정책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공동대표는 “환자는 단순한 제도 수혜자가 아니라 제도 설계에 참여하는 정책 주체”라며 환자기본법 제정, 환자투병통합지원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생명과 직결된 신약 접근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환자 접근권을 보장하고, 간병사 제도 도입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실효성 강화를 통해 돌봄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발표에 나선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최근 새로운 장애 유형으로 ‘췌장 장애’가 신설된 것은 환자들의 일상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킨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환자의 목소리는 제도와 정책 변화를 이끄는 출발점이며, 진정한 환자 중심 보건의료는 현장의 경험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인식 개선과 제도 혁신에 적극 힘쓸 것을 약속했다.
이어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Rare Dream(내어드림) Land in KORD’을 주제로 생애주기별 재활 지원과 통합적 치료 환경 구축을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희귀질환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시설이 전국적으로 부족하며, 많은 환자들이 치료 중단으로 인한 효과 감소 및 증상 악화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재활서비스 제공과 전문치료센터 설립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희귀질환은 질환 당 환자 수가 적은 편으로, 대부분의 환자들은 정보 공유, 진단 및 치료, 나아가 국민의 기본적 권리 보장 측면에서 상당히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이러한 어려움을 개선하고자 최근 정책위원회를 출범했으며, 앞으로 환자들이 소외당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이어진 패널토론 ‘환자 중심 보건의료, 동행의 가치와 과제’에는 권용진 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공동대표,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 조동찬 한양대학교 특임교수, 김수연 사노피 코리아 상무, 최인화 KRPIA 전무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은 국내 환자들이 해외 환자들은 이미 사용하고 있는 혁신 신약을 사용하지 못해 치료에 아쉬움을 겪고 있는 현실 속 불평등성을 짚고 치료 환경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환자 중심 가치 실현과 정책 설계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이해관계자 간 협력 및 연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편, 행사장 내 전시관에서는 KRPIA 창립 25주년을 기념한 ‘25개의희망’ 전시회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KRPIA 회원사들이 지난 25년간 환자와 사회에 전해온 희망을 주제로 공모·선정된 25개 작품을 선보였으며, 이들이 환자 중심 가치 실현 및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기울여 온 노력과 성과를 조명했다.
KRPIA는 오는 25일(목)까지 창립 25주년 기념행사 일정을 이어간다. 마지막 행사가 진행되는 25일(목)에는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비전 선포식을 통해, KRPIA의 ‘비전 2030’을 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