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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높은 감염력’ 옴 증가세…“선제적 관리 위한 진료지침 시급했다”

대한피부진균 및 감염학회 박진 기획이사 (전북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국내 옴 환자는 감소 추세지만,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꾸준히 발생해 선제적 예방 및 관리 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한피부과학회는 올해부터 옴퇴치 TFT 운영을 시작, ‘옴퇴치 국민건강사업’을 수행하며 그 일환으로 ‘옴 임상진료지침’을 마련했다. 해당 진료지침은 지난 24일 대한피부과학회 산하 대한피부진균 및 감염학회의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진료지침에는 옴의 △국내 역학 △임상증상 △진단 △치료 및 추적관찰 △예방 및 관리 방안 등이 기술됐다. 뿐만 아니라 진료 시 의료진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간단하고 명료한 알고리즘도 소개하고 있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이번 진료지침 개발에 참여한 대한피부진균 및 감염학회 박진 기획이사(전북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를 만나 옴 임상진료지침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요양시설의 옴 관리 실태와 옴퇴치 국민건강사업의 방향 등을 알아봤다.


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옴은 옴 진드기라는 기생충으로 매개되는 피부 전염병이다. 요양시설이나 집단 거주시설 같은 곳에서 전염되기 쉬우며, 시설 내에 오래 누워있는 환자들이 고위험군이다. 주로 △손가락 사이 △손목 내측 △배꼽 주위 △사타구니 △겨드랑이 등에 잘 발생하며, 야간에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알레르기 약을 먹거나 발라도 개선되지 않는 경우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옴은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등 삶의 질에 영향을 주기도 하며, 전염력이 굉장히 높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옴 예방 및 관리 환경은 어떠한지?

옴은 위생에 영향을 받는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위생이 강조되다 보니 전보다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다만 노인 인구가 증가에 따라 요양병원과 요양원, 거주시설 등이 늘어나면서 접촉이 많아지고, 또 사용하고 있는 물품이 공유될 수 있는 환경에 놓이면서 전염될 확률이 높아졌다.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이 옴 발생 고위험 환경인 만큼 질병관리본부에서 ‘요양병원 옴 예방 및 관리 지침’을 마련해 통제하고 있지만, 일부 기관들에서 산발적 혹은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고령층 대부분에서 만성질환을 갖고 있으며, 거동이 불편해 누워 생활하는 환자가 많고, 같은 시설 내 여러 명이 거주하는 등의 이유로 노인 인구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그런 환자와 접촉하는 간병인이나 젊은 의료진, 또 이들을 통해 가정으로도 전파가 이뤄질 수 있다.

옴 임상진료지침 개발 계기는 무엇인지?

국내 여건상 아직 옴과 관련해 적절한 진단이나 최적의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도 있고, 이전에 관리 지침이 있었음에도 잘 지켜지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전염병, 감염병들을 잘 치료하고 관리하려면 표준화된 지침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을 계기로 한국인의 옴을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예방 및 관리하고자 표준 임상진료지침을 마련하게 됐다.


피부과학회가 여러 질환 중 특히 옴에 집중한 이유가 있나?

전염병의 위험을 겪은 이후로 전염병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해졌다. 피부과의 여러 전염병 중 전염의 정도와 파급력 등을 고려한 결과, 옴을 감염력이 높고 사회 전반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전염병이라고 판단했다.

또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시기에 접촉이나 요양병원 방문 기회가 줄면서 환자 발생이 일시적으로 감소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격리 해제 후 왕래가 잦아지면서 환자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 때문에 선제적 대응 차원으로 옴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옴 임상진료지침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린다.

옴과 관련된 모든 내용이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옴의 정의, 역학, 전파 기전, 임상 증상부터 진단, 1차 치료제 및 약제 선택 기준, 치료 후 판정, 감염 및 환경 관리, 예방 관리 등 포괄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진단과 치료, 예방 관리 부분은 모식도 형태의 알고리즘을 만들어 임상 현장에서의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진단 파트에는 어떤 경우에 옴을 의심하고 확진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알고리즘에 따르면 옴 환자와의 피부 접촉이나 성 접촉 등 밀접 접촉이 있으면서 옴의 전형적인 증상인 가려움이나 피부 발진이 있으면 옴을 의심할 수 있다. 의심되는 환자들 중 옴 환자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특징적인 피부 형태가 확인되거나, 현미경 검사나 피부 확대경 검사에서 옴 진드기가 몸에 붙어 있는 것이 확인되면 옴 환자라고 확진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의심 진단이나 확진을 받은 환자는 치료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신체접촉을 피하는 등 격리가 필요하다.

치료 파트와 예방 관리 파트에는 약제 선택과 가려움증 완화를 위한 보조적인 치료, 치료 이후 평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1차 선택 약제로는 퍼메트린 성분의 연고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치료율이 가장 높고 안전성이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퍼메트린 치료에 실패하기도 하는데, 가장 흔한 실패 원인은 약제를 충분히 도포하지 않은 것이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손톱 밑 등 잘 가려지는 부위도 꼼꼼히 발라야 한다고 안내해야 한다. 또 치료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 주변에 잠복기일 가능성이 있는 밀접 접촉자를 동시에 치료하지 않으면 재감염되는 경우가 있으니, 1차 약제에 대한 제대로 된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퍼메트린 연고의 사용이 어려운 경우 대안으로 크로타미톤 약제나 경구 이버멕틴을 사용할 수 있다. 크로타미톤은 자극감이 덜하면서 가려움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 소아 연령층에서 주로 사용된다. 또 처방 의약품이 아니라 저렴하고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퍼메트린에 비해 크로타미톤의 치료 효과가 높지 않고, 퍼메트린은 주 1~2일간, 크로타미톤은 3~5일간 도포해야 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우선적으로 퍼메트린을 사용한다.

와병 중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 몸에 기구를 달고 있는 환자의 경우 혼자 도포 약제를 사용하기 어려워 간병인 등의 도움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러한 경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경구 이버멕틴을 사용한다. 또 드물게 퍼메트린의 자극감에 의한 과민반응으로 가려움을 느끼는 환자도 있어 이런 경우 이버멕틴을 권해 볼 수 있다.

치료가 끝나고 한두 달 정도 가려움증 등 불편감을 느끼는 환자도 있어, 마지막 치료 이후 2주째와 4주째에 다시 옴을 의심할 만한 증상(가려움증, 피부병변, 옴 진드기 충체 발견 등)이 있는지 평가 과정을 거친다. 의심 증상이 발견되면 치료가 안 된 것으로 판단해 재치료에 들어간다. 치료가 잘 됐다면 약물치료 시작과 함께 사용한 의복 및 침구 관리 방법, 환경 소독 방법 등을 안내한다.


진료지침 개발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기본적으로 진료지침 개발 과정이 상당히 어렵다. 의학적인 근거가 충분한지를 기본 전제로 해 많은 문헌 조사가 필요한 데다, 국내 지침을 마련하려면 국내에 관련 연구 데이터가 충분히 확립돼 있어야 한다. 그 의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수집된 자료를 전문가들이 합의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전문가들마다 환자를 보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이를 맞다, 아니다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이후엔 또 외부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번 임상진료지침 개발은 시급성이 있는 만큼 데드라인을 두고 시작했는데, 앞서 설명한 과정들을 거치기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도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령층 중심으로 옴 발생이 꾸준히 있었음에도 그동안 진료지침이 없었던 이유가 있나?

국외 진료 지침은 이전부터 있었다. 유럽이나 일본, 독일 등 국가에선 학회나 피부과전문의 차원에서 만들어진 몇 년 단위의 가이드라인이 있고, 미국의 경우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해 왔다. 다만, 가장 최근 발표된 국외 가이드라인이 2017년자로 6년가량 지나 의학적인 임상 근거가 더 축적돼 있었고, 여기에 국내외 의료 환경 차이까지 반영해야 했다. 이미 옴 치료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었고, 국내 표준 진료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이제는 마련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옴퇴치 국민건강사업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옴 발생 증가를 선제적으로 예방 및 치료하고자 옴퇴치 국민건강사업이라는 타이틀로 TFT를 구성해 여러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진료지침 개발은 내가 속한 학술 분과가옴 관리를 위한 정보를 담은 홍보물과 홈페이지 제작은 정보 및 교육 분과가 맡았다. 요양시설 등 여러 기관과 업무 협약을 맺어 기관 내 환자와 병원을 매칭해 옴 관리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대외협력 분과 등도 있다.  방문 진료와 비대면 진료도 하고, 직접 가서 교육을 하기도 한다. 피부과 전문의분들이 있는 속한 단체,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개원가에 있는 분들도 이 사업을 위해 많이 협조해 주고 계신다.

올해 상반기부터 이런 구축 사업을 진행해왔고, 지난 번 피부건강의 날에는 캠페인을 통해서 대외 홍보 작업을 펼쳤다. 개별 매칭 사업은 지금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나도 얼마 전 병원 근처에 있는 요양병원에 방문해 교육하고, 옴 의심 환자가 있는지 진료하고 평가한 다음, 또 다시 가서 관리가 됐는지 점검했다. 개별 매칭이 돼 있는 피부과 선생님들이 각자 일정을 갖고 이러한 일을 계속 수행하고 계신다.


이밖에 옴 또는 이번 진료지침 관련해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나?

관리를 잘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염병을 완전히 100% 박멸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도 질병이 너무 파급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해 놓는 것은 중요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근거를 기반으로 진료지침을 만들었고, 전문가분들이 많이 도움을 주셔서 합의 과정까지 거쳐 만들어냈다. 목표한 바대로 이 임상진료지침이 옴 환자를 관리하는 의료진이나 간병인, 병원들이 잘 활용해 옴의 체계적 관리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피부과학회에서 하는 이러한 여러 사업에 많은 교수님이 참여하시는 만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행하려 생각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잘 이뤄져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 향상에 이바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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