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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한의협과 의협의 날선 대립

5월 25일 한의협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성명’이 시작… ‘한방’, ‘양방’ 명칭 관련 논쟁까지 번져
한의협, “한의대 정원 줄여서라도 의대 정원 늘려야”, 의협 “의료정책과 의료자원 현황에 대한 전문적 문제의식 없다”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한의협과 의협 간의 때 아닌 논쟁이 벌어졌다. 양측은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서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는 중이다.

시작은 5월 25일 한의협의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대한한의사협회의 입장’ 보도자료였다.

해당 자료에서 한의협은 “필수의료 인력 부족 사태로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려는 논의는 양의사 위주로 짜여진 편향된 의료체계에 그 근본적 원인이 있다”며 “활용이 부족한 3만 한의사가 필수의료 및 1차 의료 분야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보건복지부와 양의사단체만으로 이뤄진 의사 인력 협의체에 한의협을 포함해 폭넓게 논의하자”고 촉구했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는 한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력의 의무와 권한 등을 재정립한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며, “그럼에도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해야 한다면 한의대 정원을 축소해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요구도 정부에 거듭 전달했다”고 밝혔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양의사’ 표현에 대한 불편함 표시… 명칭 논란으로 번져

이에 대해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측은 6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의사, 양방이라는 표현에 불쾌함을 표시하며 “의료정책과 의료자원에 현황에 대한 전문적 문제의식과 체감이 부족한 상태로 전개된 무분별한 성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과학적 검증이라는 책임을 ‘의사 위주’라는 왜곡으로 폄훼하지 말라. 한방이 진정 국민의 곁에서 호흡하는 길은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한방 전반에 대한 엄중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임상적 유효성을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데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으로 대한민국 의료가 걱정된다면 차라리 한방대 폐교 및 한방사 제도를 폐지해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세금과 건강보험 예산을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중증·응급·필수의료 분야에 환원할 것을 적극 제안한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한의협 브랜드위원회는 6월 2일 보도자료에서 의협 측이 사용한 ‘한방사’라는 표현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의협 측은 “양의사, 양방은 비하의 의미가 없는 국어사전에 명기된 표현이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에서 ‘한방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면 브랜드위원회도 ‘양방사’라는 표현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브랜드위원회는 “양방 한특위(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탄탄한 의학·과학적 기초 위에 수많은 임상을 거쳐 발전된 한의학을 맹목적으로 비난하지 말고, 참담한 현실에 대한 진솔한 자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필수의료 부족 사태로 인해 의료인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의사들에게 역할을 분배하는 방안은 충분히 합리적인 방안이며, 곧바로 국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 높은 발언 이어진 한의협과 의협의 2차 성명

의협 한방대책위원회는 일주일 후인 6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법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양방’, ‘양의사’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데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한방협은 ‘양의사, 양방’ 등 개념이 없는 용어를 지속적으로 남발하고 만성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금번 한방협 브랜드위원회의 성명서 발표는 의료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하며, 이러한 잘못된 인식으로는 국민건강에 해만 끼친다는 것을 명심하라”며, “한방사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위는 여러 전래요법 중 하나일 뿐이며 의학, 의료와는 거리가 먼 직종임을 명심하고 더 이상의 선무당 같은 언행을 자제하라”고 재차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가장 최근인 6월 12일 한의협 브랜드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처음 보도자료의 내용을 재차 강조하며 ‘양의사협회는 필수의료부족 사태에 대해 사죄하고 유치한 언동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한의협 브랜드위원회는 “양의사들은 대한민국에서 독점적인 의료 권력을 누리고 있다. 이 같은 양의사들의 의료독점 속에 대한민국은 필수의료인력 부족으로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지금의 필수의료인력 부족사태가 일어난 원인은 12만명에 달하는 양의사 중 3만명이 피부·미용 등 돈벌이가 잘되는 분야에 종사하고 있음에 그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료인력 부족사태에 대한 해결책은 왜곡된 피부·미용 의료시장의 개선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아울러 충분한 교육을 받고 의료인 면허를 부여받았음에도 각종 법적·제도적 제한으로 인해 필수 및 1차의료 분야에서 배제되는 한의사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의사들의 참여를 끝내 수용할 수 없다면 한의대 정원을 줄여 양방의대 정원 확대에 활용하자는 고육책도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의협 한특위에 대해서는 “존재 자체가 특정 직역을 비난하고 폄훼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보건의료계의 치부”라며, “한특위는 유치한 명칭논란과 한의약에 대한 악의적인 폄훼를 즉각 멈추고, 지금이라도 당장 자진 해체를 선언하는 것이 국민건강증진과 보건의료계 발전을 위해 올바른 선택임을 직시하기 바란다”며 반격했다.


한편, 이번 의협과 한의협의 갈등은 ‘의대 정원 확대 성명’이 촉발했지만, 과거부터 이어진 의학과 한의학 대립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의학계에서는 근거 중심의 의학에 비해 ‘기’와 ‘음양오행’ 등을 다루는 한의학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며, 현대 의료에서 의학적인 지식을 가져와 충분한 숙지 없이 사용하며 국민건강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의학계에서는 의학에 비해 수가 및 국가적인 지원 등이 적은 것에 불만을 표시하며, 한의사도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양성된, 국가에서 인정한 의료인이며 국가 의료인력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대립은 최근 ‘한의사 초음파 의료기기’ 법적 논쟁에서도 비쳐진 바 있다.

다소 감정적인 대화가 오갔지만 결국 핵심은 ‘의대 정원 확대’다. 의사협회는 필수의료 환경 개선 없는 의사 증원은 효과가 없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의사 수 유지’에 힘을 실었다. 2006년부터 의대 정원은 약 3000명으로 변동이 없다. 하지만 그동안 의사증원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 제기돼 왔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정원 논의를 위한 협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6월 8일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가졌고, 이후 6월 중 개최될 포럼을 통해 추가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언급한 한의협에 대한 의협의 강도 높은 비판이 있었지만, 정부와 국민 또한 확대와 관련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쪽에 공감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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