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의사 수는 결코 적지 않으며 지금부터라도 의대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후 엄청난 공급과잉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한국이 인구대비 의사 수가 적다는 일반적인 견해와 의견을 달리 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흔히 인용되는 OECD국가의 의사 수 비교를 통해 한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었다.
지난 14일 의협 사석홀에서 개최된 ‘제18차 의료와 사회 포럼’에서 임구일 원장(연세미래이비인후과•의료와 사회 포럼 정책위원은 'OECD 국가의 일인당 국민소득과 의사 수 증가의 관계' 발표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이날 임구일 원장은 1980년부터 2004년까지 결측 데이터로 분석이 어려운 국가를 제외한OECD 국가 15개국을 대상으로 GDP 1% 변화 시 의사 수는 몇 % 변하는지를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임구일 원장은 “나라마다 소득이 다르고 특성이 다른데 사전적 의미의 의사 수 평균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물었다.
임 원장은 한 예로 2002년도의 체코와 네덜란드를 비교했다. 당시 체코는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3.5명이었으며 네덜란드는 3.4명이었다.
하지만 국민소득은 체코가 1만6000달러였으며 네덜란드는 2만9000달러로 거의 3만 달러를 육박했다.
이에 임 원장은 “두 나라가 의사 수가 비슷하다고 해서 의료의 질까지 같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지난 15년간 한국은 의사 수 증가율이 무려 158%로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었다”고 전한 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인구가 줄거나 정체되는데 지금 같은 추세라면 엄청난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과거 의료서비스는 진찰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현대에는 검사와 진단이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경제 성장과 함께 의사의 필요성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원장은 “한국의 의사 수가 공급과잉인지 아닌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면서 “하지만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추후 의사는 사회의 커다란 낭비요소에 불과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