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서비스 로봇의 도입이 고령화 의료문제와 의료인력 부족 문제 해결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한림대학교성심병원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빅웨이브로보틱스가 추진하고 있는 ‘2022년 AI, 5G 기반 대규모 로봇 융합 모델 실증 사업’ 1년차 결과를 돌아보는 포럼이 13일 한림대성심병원 일송문화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실증 사업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 불균형의 문제를 해결하고 로봇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경기도의 지원으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총사업비 21억원 규모로 진행된다.
국대 최대 규모의 의료 보조 로봇(5종 72대)이 도입되고 관제시스템이 구축돼 현장에서 서비스 로봇의 효과와 로봇 산업 분야 규제 발굴 등을 목표로 한다.
한림대성심병원 유경호 병원장은 개회사에서 “한림대성심병원은 수술 보조 로봇, 치과로봇 R&D센터, 로봇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등 의료 로봇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번 대규모 서비스 로봇 실증 사업을 통한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청 김현대 미래성장정책관은 축사에서 “로봇은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라 상호보완자로서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내년까지 진행되는 실증사업과 이번 포럼을 통해 신기술 기반 로봇이 많이 도입되고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는 3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의료 분야 서비스 로봇의 현재와 미래’라는 제목으로 3명의 발표자가 서비스 로봇 사업을 정부 부처, 생산자, 공급자 등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봤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병원 내 서비스 로봇 도입 사례’로 한림대성심병원의 이번 실증 사업과 함께 삼성서울병원의 물류 로봇 실증 사업 경험을 상세히 다뤘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의료 분야 서비스 로봇 활성화를 위한 패널 토의’가 이뤄졌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정원중 팀장은 첫 번째 세션의 첫 발표에서 사업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번 실증 사업의 목표 중 하나인 로봇 규제 혁신의 필요성을 다뤘다. 정원중 팀장은 “환자 의료데이터 연동을 통한 병원 내 로봇 운영을 위해 의료법 제19조, 실내 자율주행 로봇 사용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의 개정의 필요성이 발견돼 개정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또 “비상상황 대응 효율화를 위한 비상정지 버튼 위치의 표준화, 방역 로봇의 효과성 정량화 필요 등의 단체표준안 제정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종형 교수는 ‘혁신적 제품개발과정’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공학설계는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다. 의료서비스 로봇은 고객 반응에 민감해야 하는 동적인 제품으로, 지속 가능한 품질 개선 체계를 구축하고 병원에서 필요한 경제적 요구들을 얼마나 파악하고 맞춰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빅웨이브로보틱스 김민교 대표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로봇 도입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자사의 솔루션을 소개했다. 김민교 대표는 “앞으로는 로봇 3.0 시대로, 기능 중심의 단위 제품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한 서비스로 제공돼야 한다. 로봇이 현장에 가면 기능을 다르게 적용해야 될 지점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의 병원 내 주요 로봇 도입 노하우를 이번 한림대성심병원에 적용했다. 마로솔(마이로봇솔루션) 통합관제 시스템은 로봇 등록 및 관리, 관제 및 작업 관리, 이벤트 알림 및 이력 확인 기능을 제공한다. 한림대 VOC를 반영해 고도화하고 있고 내년 3월에는 3D 디지털 트윈으로 직관적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림대성심병원 이미연 커맨드센터장이 1년차 실증 사업의 구체적인 진행 상황과 소감에 대해 발표했다. 이미연 센터장은 먼저 과중한 업무로 인해 간호사 사직률이 높은 현실을 지적하며, 의료 서비스 로봇이 의료진이 의료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미연 센터장은 “실증 사업 전에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단순 업무를 경감하는 서비스 로봇의 도입이 직업 만족도를 향상시킬 것 같다는 긍정적 반응이 90% 가까이 됐다. 그만큼 의료현장에서 로봇의 수요는 존재한다. 22년에는 28대가 도입됐고, 내년 2차년도에는 44대가 추가 도입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의료진이 직접 환자를 모실 수 없는 상황에서 의료진 대신 환자를 안내하는 안내로봇, 무거운 약체나 검체의 이동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대신하는 배송로봇, 대기 및 바닥을 살균하는 방역 로봇, 퇴원한 환자의 응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홈케어로봇, 의료진과 화상 연결이 가능한 비대면 다학제 진료 로봇 등을 병원 환경에 맞게 적용해 사용하고 있다. 로봇을 사용해 업무가 단순화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업무가 생기기도 하는 만큼 다양한 사용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연 센터장은 “안전문제와 함께 로봇과 사람의 경로가 겹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등, 여러 어려움들이 많았지만 실증 사업 적용 후 배송로봇 등 서비스 로봇의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90% 이상이었다. 이는 현재 만족도보다 미래 기대가 포함된 결과로 병원은 분명한 필요를 가지고 있고, 로봇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미연 센터장은 “국립암센터에서 받은 사용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병원끼리 협의해 사용 경험을 공유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면 좋을 것 같다. 로봇제조사는 24시간 사람이 있는 병원의 요구를 반영해 완성도 있는 서비스와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도 제도적 지원을 통해 의료기관에 로봇을 제공하고 시스템 구축을 돕는다면 국제적으로도 성공적인 의료 서비스 로봇 활용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센터 차원철 교수가 삼성서울병원 병원물류 자동화 실증에 대해 발표했다. 차원철 교수는 병원에서 환자가 사용한 시트나 환자복 등에 대한 운송 수요는 계속 있었지만 국내 병원 환경에 맞는 대형물류로봇이 없어 자동화가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최근 2년간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차원철 교수는 “물류로봇은 환자가 적은 밤에 주로 움직인다. 로봇은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데 사람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 바퀴나 프로그램 등 많은 부분을 개선했다. 안전은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다행히 라이더센서, 범퍼 센서, 카메라 등 여러 안전장치 덕분에 2년간 사람과 관련한 큰 사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종료 후 다시 사업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로봇을 통해 의료진은 원래 해야 될 환자 케어에 집중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로봇을 추가할 예정이며, 향후 물류 로봇 뿐만 아니라 서비스로봇도 환자 여정 관점에서 구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세션으로 진행된 패널 토의에서는 앞서 나온 발표를 종합하며 의료 분야 서비스 로봇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내용들이 제시됐다.
서울과기대 김종형 교수는 “의료 영역만큼 시장성과 미래지향성이 높은 분야가 없다. 시장 부분은 확실하니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새로운 요소들이 도입되면 좋겠다. 예를 들어 사람의 개입 없이 물류 서비스가 얼마나 갈 수 있느냐, 하드웨어적인 제한점을 어떻게 개선하느냐 등이다. 새로운 액션 플랜이 많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빅웨이브로보틱스 김민교 대표는 “성공 사례, 작은 레퍼런스를 만들고 앞으로도 수요가 계속 생긴다면 로봇 제조사는 움직인다. 이번 실증 사업이 첫 문을 열었다고 생각하고 제조사에 병원의 니즈를 잘 전달해야 한다. 병원간의 사용경험 공유를 위한 협의체 구성에 대한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병원끼리 노하우나 이런 것들을 공유하고 시작을 함께 만들어간다면 의료 로봇 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정원중 팀장은 “국내 로봇기업의 발전을 위해 국가예산 지원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국내 로봇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국내 로봇을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값싼 중국제품으로 인해 한국 기업이 모두 철수한 3D 프린트 시장처럼 되지 않도록 국내 기업에 많은 관심과 사용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토의를 진행한 한림대성심병원 이미연 커맨드센터장은 세션을 마무리하며 “로봇의 기대효과나 정량화된 성과에 대한 부분을 정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나 심평원 등과 함께 성과를 보고 느낄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로봇 추가 도입 뿐만 아니라 포럼도 더 개최할 예정이니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