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을 동반한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뇌전증 수술 효과와 안전성을 밝힌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김흥동,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영목·나지훈 교수 연구팀은 대표적인 고식적 뇌전증 수술인 뇌량절제술을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을 동반한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적용한 성과를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신경계 질환의 치료적 발전(Therapeutic Advances in Neurological Disorders)’에 게재됐다.
세포 안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만든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등을 에너지원인 ATP로 변환한다. ATP 변환에 문제가 생기면 뇌, 근육 같은 중요한 장기들이 기능을 하지 못하고 이상이 생긴다. 이러한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으로 인해 난치성 뇌전증과 같은 심각한 신경학적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과 뇌전증을 함께 가진 환자에게는 약물 치료가 힘들다.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이 있는 경우에는 뇌세포들의 기능이 떨어져 약물로 난치성 뇌전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약물 치료 자체만으로써 생길 수 있는 부가적인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 때문에 약물 선택에도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약물 치료는 물론 뇌전증 수술도 어렵다. 뇌전증 수술은 큰 에너지가 필요한데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진 만큼, 뇌전증 수술 과정에서 에너지 고갈이 심하고 환자 생명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을 동반한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뇌량절제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 연구하기 위해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 동반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수술 결과를 비교했다. 뇌량절제술은 뇌전증 원인 부위가 뚜렷하지 않을 때 양쪽 대뇌의 연결부위인 뇌량을 끊어 경련 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대표적인 고식적 뇌전증 수술이다.
먼저, 2007~2015년 세브란스병원에서 뇌량절제술을 받은 소아 난치성 뇌전증 환자 20명을 분석했다. 그중 10명은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을 동반했고 나머지 10명은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이 없었다.
치료 효과를 살피기 위해서는 경련 감소와 뇌파 호전 상태를 살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 동반군과 대조군에서 수술 12개월 후에 50% 이상의 경련 감소를 보인 환자 비율은 각각 50%, 70%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이 수술 효과가 두 그룹에서 모두 우수했다. 또 수술 12개월 후에 뇌파 호전을 보인 비율은 각각 60%, 80%로 나타났다.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이, 두 그룹에서 뇌량절제술의 우수한 뇌파 호전 효과를 보였다.
또 두 그룹 환자들에게서 뇌량절제술 후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수술 후 2주 간 집중 관리를 통해 환자들은 무사히 회복할 수 있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을 동반군에서 시행한 뇌량절제술의 안전성을 보인 결과이다.
논문 제1저자인 나지훈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을 동반한 난치성 소아 뇌전증 환자에게는 수술과 같은 에너지 부담이 큰 치료는 힘들고 위험하다고 생각됐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금기시돼 왔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미토콘드리아 기능 부전 환자도 안전하게 뇌량절제술을 받아 난치성 뇌전증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