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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환자들, 수술 받으러 집 팔고 외국으로 나간다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2020년 8월에 시작한 “뇌전증도움전화 (1670-5775)”는 1년에 5000건 이상의 뇌전증 관련 상담을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뇌전증도움전화는 뇌전증의 정보, 치료, 약 부작용, 응급 처치, 사회복지, 심리 상담, 법률 상담 등 뇌전증에 관한 모든 것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체계로, 세계 최고 수준의 뇌전증 상담을 위해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및 의대교수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 

그 결과, 일본의 뇌전증 상담 건수가 연간 1004건 대비 우리나라는 인구 수 대비 10배 이상의 뇌전증 상담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뇌전증도움전화”는 매우 성공적이며 뇌전증 환자들과 가족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뇌전증 환자들 중 70%에 해당하는 24만명은 약물로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고 사망률과 심리적인 문제의 발생 빈도가 건강한 일반인과 비슷하다. 

하지만 나머지 30%의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 12만명은 언제 어디서 경련 발작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신체 손상과 돌연사의 위험이 15배 이상 높고, 우울증, 불안증, 자살생각 등 심리사회적인 문제가 50%에서 동반된다. 

더욱이 뇌전증은 10대, 20대, 30대, 40대에서 신경계 질환 사망률 1위 질환이다. 뇌전증의 사망시 평균 나이는 49세로 조기사망율이 가장 높다. 치매 환자의 사망시 평균 나이는 84세이고, 암환자는 66.8세이다. 

WHO 등에서 발표한 뇌전증의 질병 부담률은 치매와 비슷하고 국내 뇌전증 환자 수는 치매의 약 50%이지만 정부의 1년 뇌전증 지원 예산(6.8억원)은 치매 지원 예산(2,200억원)의 0.3%에 불과하다. 

치매 예산의 50%는 아니더라고 최소한 3%(66억원)는 되어야 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뇌전증 환자, 가족 및 의사들도 치매 환자, 가족, 의사들과 똑같이 세금을 내고 있다. 뇌전증에 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훨씬 더 필요하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의 치료법은 뇌전증 수술이다. 뇌전증 수술의 치료 효과는 약 85%로 매우 높고, 가장 무서운 뇌전증 돌연사를 1/3로 줄인다. 뇌전증 수술은 어린이와 젊은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치료법이다. 

1년에 시행되는 뇌전증 수술 건수가 미국 3500건, 일본 1200건에 비하여 한국은 100여 건으로 매우 적은 이유는 뇌전증 수술이 너무 어려워서 모두 포기하고, 적극적으로 수술을 하는 병원이 전국에 2-3개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술을 받으려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하고, 수술 인력의 부족으로 더 이상 수술을 예약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증 난치성 뇌전증의 수술적 치료가 마비되고 있으며, 일부 뇌전증 환자들은 미국에 가서 수술을 받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뇌전증 수술을 받으려면 수억원이 필요한데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아파트를 팔아서 가겠다고 하고 있으며, 정말로 뇌전증 수술을 외국에 의뢰하기 위해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뇌전증 수술병원 list와 수술 가격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 수술을 받지 못하는 돌연사율이 30배 높은 중증 뇌전증 환자들에게 외국에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 

국내 일부 병원들이 뇌전증 수술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체계적인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하루 빨리 중증뇌전증치료센터를 지정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치매 예산의 1.5%만 지원하면 약물 난치성 뇌전증을 정복할 수 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아들, 딸, 손자, 손녀의 생명을 위해 기꺼이 1.5%는 양보하실 것이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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