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하늘길 이동이 제한되면서 한국의 선진 의술을 경험하려는 해외 환자들의 발길이 묶이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감안해 국내 의료진이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원격 진료상담을 진행해 해외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법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한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사전상담·사후관리 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해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 세 달 간 몽골 환자 102명에게 원격상담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최근 밝혔다.
상담은 외래 진료실이나 원격 상담실에서 화상 상담 플랫폼을 이용해 현지 의료진과 원격으로 협진하는 형태로 이뤄졌고, 상담 질환은 주로 간암·간경화·뇌종양·췌장암·폐질환 등으로 중증질환의 비율이 높았다.
이 가운데 13명의 환자들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내원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나, 해외 환자들이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원격상담이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업은 코로나19로 대면진료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환자들에게 사전상담과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운영됐다.
사전상담 서비스는 해외 환자가 한국을 방문하기 전 궁금한 사항에 대해 자문을 받는 과정으로 의료상담과 비의료적인 상담을 포함한다.
사후관리 서비스는 한국에서 치료받은 해외 환자가 자국에 돌아가 치료경과를 주기적으로 확인받는 서비스다.
서울아산병원은 정보통신 기업인 유비플러스와 헬스케어 기업인 리브어게인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유비플러스는 화상 진료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리브어게인은 몽골 현지 병원 내에 비대면 전문 상담센터를 신설했다.
원격상담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2차 소견을 받고자 하는 몽골 환자들이 현지 상담센터에 접수하면,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 환자들의 사전 자료를 검토한 뒤 관련 진료과 의료진에게 연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총 102명의 환자 중 대부분은 처음 진료를 받는 환자였으나 과거에 암, 간이식 등으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환자 6명도 사후관리를 위해 진료에 참여했다.
척추 질환처럼 비교적 경증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원격상담을 통해 자문을 제공받는 것으로 종결됐다.
반면 간암이나 간경화·뇌종양·폐암·골수염·사구체신염·급성 췌장염 등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현지에서 정확한 진단이 어렵거나 이식 또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서울아산병원으로 내원을 결정했다.
현지에서 치료가 가능해 자문을 제공하는 것으로 종결된 환자들과 재진 환자들을 제외할 경우 원격상담에서 내원 결정으로 이어진 비율은 56.5%로 절반을 넘었다.
원격상담에 참여한 의료진은 △외국인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원격상담 시스템의 효율성 △원격 협진 시간·진료 일정 등의 측면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다.
다만 사전 자료가 미흡한 경우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수 있고, 영상 공유를 위한 플랫폼 구축과 통신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안정적인 통신 환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영탁 서울아산병원 국제사업실장은 “이번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해외 환자들이 원격상담을 통해 국내 의료서비스에 신뢰를 갖게 되고 치료 방향을 세우는 데 도움을 얻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는 해외 환자들에게 선진 의료를 제공하고 진료의 연속성을 보장하고자 올해 1월부터 해외 환자 대상 비대면 진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지 병원의 검사와 진단에 대해 서면으로 2차 판독과 자문을 시행하고 환자와 현지 의료진, 통역, 국내 의료진을 화상으로 연결해 실시간 원격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