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희 겸임교수(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인문사회의학과)가 5일 오후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제6차 정기총회에서 4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최숙희 회장은 ▲1980년2월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12년8월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13년3월부터 현재까지 가톨릭의과대학과 가톨릭생명대학원 겸임교수, 외래교수를 맡고 있다. / 메디포뉴스는 최숙희 의료윤리연구회 회장을 5일 만났다. 최숙희 회장으로부터 앞으로 윤리연구회 회장으로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회무를 수행해 나갈 것인지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의료윤리연구회 회장을 맡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 생명윤리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산부인과전문의로서 뒤늦게 생명윤리를 대학원에서 연구했다. 산부인과의사라는 것은 태아와 산모 두 명의 생명을 다룬다. 그러다보면 딜레마에 많이 빠진다. 그래서 생명에 대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톨릭의대의 생명대학원에 들어가서 생명윤리를 공부했다. 의사 중 생명윤리학 박사 1호일 것이다.
-회장을 맡게 된 소감은?
사실 능력도 없고 회장을 해본 적도 없어서 고사했다. 하지만 앞으로 나오는 후배 의사들을 위해 맡게 됐다. 우리가 살았던 세대와 너무 다른 상황이다. 광고를 보면 3000년간 마차 사용했는데, 13년만에 자동차로 바뀌었다. 즉 인공지능이 상용화될 것이다. 의사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인공지능을 다루려면 알고리즘 짜는 것은 기본이고 더 많이 알아야 한다. 인문학적, 윤리학적 소양을 갖추지 않으면 앞으로 의사는 없어질 수 있는 직업 중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인 의사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고 존재할 것이다. 환자 치료의 최종 단계에서는 결국 사람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과제는 어떻게 매니지먼트 하느냐이다.
- 회장이 되기에 앞서 의료윤리연구회에서 지난 5년간 강의를 듣기도 하고, 또 강의를 하기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지난 5년간 연구회 강의 들으면서 느낀 건데 이렇게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사회일수록 온고지신(溫故知新)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각 분야에서 온고지신을 통해 창조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터부시하는 분위기다. 그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다산의 실학사상을 연구하는 그룹이 있다. 스티브잡스가 괴짜기는 하지만 소크라테스를 만날 수 있다면 자신의 주식을 다 줘도 좋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한다는 얘기를 하지만, 인문학적 성찰, 지혜, 윤리적 판단 이런 것은 인간만 할 수 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디스토피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사는 의대생들이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학생들에게 생명윤리 강의할 때 모체는 의료윤리다. 의사-환자 간 의료윤리가 대세였다가 70년 이후부터 문학, 사회, 의과학 발전 등 생명이 하는 모든 것을 의사들이 알아야 하게 됐다. 생명윤리를 모르면 의사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오는 의사들은 더 공부할 것이 많고, 르네상스시대의 의사들처럼 다방면의 것을 알아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윤리를 뛰어넘어 생명윤리까지 아는 의사를 지향하고, 그러려면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앞으로는 생명윤리를 아는 의사와 모르는 의사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의료윤리와 생명윤리의 차이를 말해줬는데 개원의들이 생명윤리까지 염두에 두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작게 보면 윤리지만, 넓게 보면 우리가 접하는 상황들 즉 불임환자와 상담하다보면 호르몬 뇌하고 관계를 떠나서 직장생활 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 즉 기업문화이고, 기업의 생명윤리와 관계가 있는 것이다. 생명윤리라고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인간생명이 관여하는 모든 것에 생명윤리가 있는 것이다. 생명윤리는 분야가 너무 많다. 기업, 국가윤리 등이 모두 큰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시댁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사회윤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 주사기 재사용 등 임상현장에서의 비윤리적 문제들을 해소하려면?
쉬우면서도 어려운 얘기다. 평생교육을 의협에서 하려고 하는데, 그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의사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재사용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알면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을 받았다면 알면서 하는 일은 드물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인데, 결국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인문사회학 윤리 등 교육 받아야 한다. 의과대학을 졸업했다고 끝이 아니다.
- 최근 의과대학 교육 커리큘럼이나 패러다임에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 얘기는 꼭 하고 싶다. 가톨릭의과대학에서는 옵니버스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인문사회 등 모든 것을 다 아울러 교육하고 있다. 영성 영혼과 같은 심층적인 것 까지 교육하고 있다.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조사 결과 기존 의사와 윤리의식 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 등에서 차별점이 있다는 논문도 있다. 환자를 대하는 매너도 달라질 수 있다. 공감능력을 키우기 힘든데, 교육을 받다보면 행위로 공감능력이 드러날 수 있다. 우리 학교 뿐 아니라 연대, 경희대 등 많은 학교에서 하고 있다. 희망적인 신호다. 아마도 미래 의사들은 배우고 나오는 의사가 많을 것이다. 의사도 인간이고 환자도 인간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갖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것을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데 너무 의학공부에 치이다보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의사들에게는 대세가 되어야 한다. 로봇의사와 차별점이 없다면 의사로서 존재가치가 없다.